My name is 김희. 본명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짜 내 이름이다. 부모님이 내가 연예인이 될 줄 아셨던 걸까.
경상북도 영주에서 자랐다. 방학만 되면 보충수업을 빠지고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냈는데, 생각해 보면 학교에 불려가서 보충수업 거부 동의를 해 주신 우리 부모님이 참 좋으셨던 것 같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버지는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셨던 분이다. 음악을 워낙 좋아하시는데 집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이거 무슨 장조지?” “무슨 음일까?”하고 물어보시고는 했다. 나름 음악은 영재교육을 받은 셈이다. 하하하.
운이 좋아서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 붙었는데, 막상 학교에 들어가고 보니 생각과 너무 달랐다. 난 그 학교만 들어가면 연예인이 되는 건 줄 알았거든. 그런데 정작 학교는 규율이 세고 출석이 엄격해서 연예인이 되면 학교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희와 내가 가장 다른 점은 술주정이다. 실제로 나는 술이 약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과하게 마시면 잠이 들어버리는 스타일이라 주정을 부려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술자리에서 나는 유일하게 맨 정신으로 남아있는 사람이다. 취한 친구들 다 챙겨서 집에 보내주고, 다음날 친구들이 나를 보면 민망해 하는 풍경이 늘 익숙했다.
실제로 나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다.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 떠는 게 가장 좋을 정도다. 그리고 아직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트리플> 촬영이 끝나면 면허 시험에 도전할까 생각 중이기는 하다.
이윤정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긴 치마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집 앞에 친구를 만나러 나온 차림새 그대로였다. 전화를 하시더니 “예쁜 모습은 이미 인터넷에서 충분히 봤다”면서 그날 당장 만나자고 하시더라. 메이크업도 안하고 나간 자리에서 한시간정도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그리고 일주일 뒤엔 커피숍에서 대본 리딩을 시키시더라. 그 자리에서 바로 같이 일하자고 제의 해 주셨고. 그때는 정말 너무 놀라서 눈물이 글썽거렸을 거다.
출연했던 단편영화가 이윤정 감독님이 심사하는 영화제에 출품됐던 모양이다. 그걸 보시고 연락을 주신 건데, 내가 맡은 역할은 동성애자였다. 짧은 가발을 쓰고 등장해서 대사도 거의 없는 역할이었다. 당시에 감독님은 내가 배우가 아니라 그냥 대학생일거라 짐작 하셨다고 하더라.
<트리플>을 기다리는 동안 한 달가량 감독님과 연락이 안 된 적이 있다. 감독님이 사고로 다치신 적이 있었는데, 나는 당시 매니저도 없는 형편이라 상황을 전혀 몰랐던 거다. 마침 친하게 지냈던 (이)민기랑 이야기를 하다가 감독님 소식을 들었었다. 나는 혼자서 “아, 나는 아마 안 되는 건가보다”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윤정 감독님은 MBC <태릉선수촌>을 본 후로 줄곧 팬이었다. 그런 느낌의 성장드라마나 감성적인 작품들을 좋아한다. 어릴 때 봤던 드라마들 중에서도 KBS <느낌>, <프로포즈>, MBC <마지막 승부> 같이 하염없이 예쁜 드라마들을 좋아 했었다.
촬영 중인 ‘2번 창고’가 실제로 굉장히 인기 있는 가게더라. 촬영 없을 때는 물론이고, 촬영 중에도 계속 손님이 찾아와서 우리 팀이 종종 컴플레인을 받는다. 멀리서 찾아왔는데 드라마 때문에 영업을 안 한다고 하니까 속상하시겠지. 그래도 어쩌겠나. 감독님은 살아있는 장소에서 촬영하기를 원하시는 분인데.
첫 촬영이 조군 코에 뽀뽀하는 러브신이었다. 너무 긴장했었는데, (이)선균 오빠가 힘든 장면을 먼저 찍으면 오히려 다음 촬영이 쉬워진다며 많이 도와 주셨다. 감독님이 “혼자 돋보이려고 하지 않고 같이 빛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배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선균을 첫 파트너로 만났다는 것에 감사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은 MBC <내조의 여왕>이었다. 정작 방송할 때는 작품 준비에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는데, 최근에 여유가 잠깐 있을 때마다 열심히 봤더니 정말 재미있더라. 물론 뒤로 갈수록 태봉씨도 멋있었지만, 나는 최철호씨의 재발견이 컸다고 본다. 너무 귀엽고 순수한 모습이 좋았다. 거기서 상희의 모습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했고.
아이돌 그룹들을 보면 마냥 귀엽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너무 만나고 싶고, 가슴이 떨리고 그러진 않는데, 그렇다고 아주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참, 내 휴대폰 벨소리가 태양의 ‘나만 바라봐’다. 이정도면 관심은 많은 편 아닌가. 하하하하.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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