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는 단순히 영화팬들을 위한 축제에 그치지 않기 위해 예년보다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이하 NAFF) 활동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9일, 개막한 NAFF는 한국과 아시아의 영화인들의 영화 제작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시아 장르영화 프로젝트 마켓 ‘잇 프로젝트’, 장르영화 전문교육 및 인재발굴 프로그램 ‘환상영화학교’, 장르영화 산업에 대한 토론의 장인 ‘NAFF 포럼’ 등 다양한 제작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2회를 맞는 올해는 영화진흥위원회와 공동으로 ‘글로벌 기획개발 워크숍 2009’ (이하, KOFIC FDL)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는 한국장편영화 개발을 위한 논의가 활발했다. 한국장편영화 5개를 선정하여 제작 전반에 관한 일대일 멘토링 자리를 마련하는 것 외에도, 20일에는 한국과 미국의 제작자들이 모여 독립영화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독립영화의 현실에 대해 얘기했다.
미국 영화 연구소의 배리 사바스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브라이언 싱어를 발굴해 <슈퍼맨 리턴즈> 등을 제작한 크리스 리와 일본 공포영화 <링>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해 큰 흥행을 거둔 마이크 마카리, 영화 배급사인 폭스 아토믹의 전 부사장 자크 카디슨이 참석했다. “사실 지금 미국의 독립영화시장도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문을 연 크리스 리는 “3년 전만 하더라도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독립영화들의 국내 상영 확률이 굉장히 높았는데,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현재는 출품작 중 단 1%만이 수익을 거둔다”며 전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에서 미국의 독립영화계 역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줬다. 자크 카디슨 또한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같은 대형 영화사도 제작 편수 자체를 줄이고 있다”며 이러한 경제적인 위기가 비단 독립영화계의 문제만이 아님을 시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교적 자본이 탄탄한 대기업 계열의 영화사들조차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액션 어드벤처 장르만 제작”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독립영화인들도 상업적인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참석한 한국의 독립영화인들은 자국과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자구책에 관심이 높았는데, 크리스 리는 “아이튠처럼 웹에 특화된 아이템 개발이나 디지털 기술을 적극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도 한국처럼 다운로드 같은 해적판이 범람해 사실상 DVD 시장보다는 아이튠 시장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으며, HD카메라 같은 최첨단 디지털 기기들은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마카리는 조금 더 독특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몇 년 동안 일본이나 홍콩 영화의 리메이크가 활발했다. <링>처럼 현지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리메이크작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펀딩 받을 확률도 높고, 대중들의 반응을 예측하기도 용이하다”며 리메이크의 경제적 이득을 역설했다.
크리스 리의 경우 “독립영화라고 해서 너무 예술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상업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이 리틀 선샤인>처럼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코미디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상업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독립영화인들에게도 상업적 마인드를 가지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독립영화인들의 공동제작 방안 등 구체적인 정보나 제도에 목말라 있는 국내 영화인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열정을 가지고 임하라”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에는 <워낭소리>와 <똥파리> 등 작품성과 상업성 면에서 성공을 거둔 독립영화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그것이 몇몇 특별한 감독들의 잠깐의 영광이 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영화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KOFIC FDL이 그러한 도움의 단초가 되려면 조금 더 한국의 제작 현실에도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한 논의가 오가야 할 것이다.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미국 영화 연구소의 배리 사바스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브라이언 싱어를 발굴해 <슈퍼맨 리턴즈> 등을 제작한 크리스 리와 일본 공포영화 <링>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해 큰 흥행을 거둔 마이크 마카리, 영화 배급사인 폭스 아토믹의 전 부사장 자크 카디슨이 참석했다. “사실 지금 미국의 독립영화시장도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문을 연 크리스 리는 “3년 전만 하더라도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독립영화들의 국내 상영 확률이 굉장히 높았는데,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현재는 출품작 중 단 1%만이 수익을 거둔다”며 전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에서 미국의 독립영화계 역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줬다. 자크 카디슨 또한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같은 대형 영화사도 제작 편수 자체를 줄이고 있다”며 이러한 경제적인 위기가 비단 독립영화계의 문제만이 아님을 시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교적 자본이 탄탄한 대기업 계열의 영화사들조차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액션 어드벤처 장르만 제작”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독립영화인들도 상업적인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참석한 한국의 독립영화인들은 자국과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자구책에 관심이 높았는데, 크리스 리는 “아이튠처럼 웹에 특화된 아이템 개발이나 디지털 기술을 적극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도 한국처럼 다운로드 같은 해적판이 범람해 사실상 DVD 시장보다는 아이튠 시장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으며, HD카메라 같은 최첨단 디지털 기기들은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마카리는 조금 더 독특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몇 년 동안 일본이나 홍콩 영화의 리메이크가 활발했다. <링>처럼 현지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리메이크작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펀딩 받을 확률도 높고, 대중들의 반응을 예측하기도 용이하다”며 리메이크의 경제적 이득을 역설했다.
크리스 리의 경우 “독립영화라고 해서 너무 예술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상업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이 리틀 선샤인>처럼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코미디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상업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독립영화인들에게도 상업적 마인드를 가지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독립영화인들의 공동제작 방안 등 구체적인 정보나 제도에 목말라 있는 국내 영화인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열정을 가지고 임하라”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에는 <워낭소리>와 <똥파리> 등 작품성과 상업성 면에서 성공을 거둔 독립영화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그것이 몇몇 특별한 감독들의 잠깐의 영광이 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영화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KOFIC FDL이 그러한 도움의 단초가 되려면 조금 더 한국의 제작 현실에도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한 논의가 오가야 할 것이다.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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