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괴물은 서민을 공격하지만, 일본의 괴물은 일본 전체를 인질로 잡는다.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 개막작 <뮤> ()는 미국과 일본, 자본과 권력이 만들어 낸 괴물에 대한 영화다. 16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전 주민이 학살당한 작은 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두 소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악몽과 같은 과거에게서 구원받고자 한다. 하지만 <뮤>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신부인 가라이(야마다 타카유키)의 기도가 아니라, 살인마 유우키(타마키 히로시)의 파괴다. 끔찍한 과거의 죄는 더 큰 악을 만들어내고,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변해버린 악의 화신은 세상 전체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 선배’ 타마키 히로시는 수많은 죽음에 둘러싸이고도 “코털 하나 꿈쩍하지 않는” 살인마 유우키 미츠오를 서늘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해 낸다. 영화 속에서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은 절대악 안의 아주 작은 인간적인 흔들림이 원작과 영화가 지향하는 휴머니즘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말한다. <여왕의 교실>, <노부타를 프로듀스>와 같은 독특한 드라마를 통해 인정받고, 영화로까지 연출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을 비 내리는 부천에서 만났다.

PIFAN 개막으로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뮤>를 선보이게 되었는데, 티켓 오픈 4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굉장히 기쁘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타마키 히로시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노다메 칸타빌레> 영화 촬영으로 인해 지금 헝가리에 있다. 함께 오지 못해서 내가 계란을 맞지 않을지 걱정이다. (웃음)

“한국에서 내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사실 데즈카 오사무가 <철완 아톰>이나 <밀림의 왕자 레오>로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영화의 분위기가 좀 낯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껴 영상화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던 <뮤>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타마키 히로시가 악역을 맡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서 <뮤>의 원작을 프로듀서와 함께 읽게 되었는데, 원작의 주인공이 외적으로도 상당히 타마키 히로시와 닮아있다고 느꼈다. 원작자인 데즈카 오사무 같은 경우는 무척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기존의 휴머니즘적인 작품에서도 복잡한 측면이 숨겨 있다. 오히려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다른 작품과 다르게 ‘악’만을 그리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도 아주 조금 보이는 빛이나 희망에서 매력을 느껴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여왕의 교실>, <노부타를 프로듀스>와 같은 드라마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전혀 몰랐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부분이다. (웃음)

한국에서 유명한 드라마들만의 특성일수도 있겠지만, 드라마들이 코믹한 내용 속에서 찡한 인간미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세계관은 긍정적인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노부타를 프로듀스> 같은 경우는 밝은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슬픔이나 어두운 면을 생각해볼 때 그저 밝다기보다 좀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에 반에 <뮤>는 굉장히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관을 드러내는데.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정말 다르다. 정 반대라고 보아도 된다. 데즈카 오사무가 <뮤>라는 작품을 완성시킨 뒤에 후기에 “세상에 있는 모든 악을 그려보고 싶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그렇지만 악으로 인해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빛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같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예를 들어, 가라이 신부가 ‘MW’를 안고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에, 그 때까지는 감정이 표정에 전혀 드러나지 않던 유우키가 언뜻 인간적인 표정을 드러낸다. 상당히 짧은 컷이기는 하지만 그 장면을 통해서 관객들이 ‘유우키도 인간이었구나’하고 약하더라도 빛을 보았으면 했다.

주인공이 타마키 히로시이기 때문인지, 엽기적인 행각임에도 불구하고 범죄 행위가 미적으로 그려진 측면이 있다. 배우의 몸이나, 선에서 풍겨 나오는 매력이 도드라졌는데, 이러한 부분을 부각시키고자 했는지?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맞다. 유우키 미치오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잔악한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 인물인데,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답게 드러날 때 아름다움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각본을 쓸 때 그 부분에서 굉장한 공을 들였다. 옥상에서 야마시타 부장을 떨어뜨리는 장면에서 유우키 발밑에 조명을 설치해서 살인을 한 뒤 유우키의 얼굴을 밝게 비추는 장면도 그런 효과를 생각한 장면이다.

“<몬스터>의 요한은 <뮤>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정말 타마키 히로시의 아름다움은 압도적이었다.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완벽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살인마를 그리는데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라이 신부가 떨어지는 순간이나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인간미를 드러내기 위해 애썼다.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행위의 완벽에만 집중하는 유우키 미치오라는 캐릭터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의 요한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고, 영화 <한니발 라이징>의 젊은 한니발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참고한 다크 히어로 캐릭터가 있었는지?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몬스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고, <한니발 라이징> 역시 봤다. 그런데 오히려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의 요한은, 데즈카 오사무의 <뮤>의 영향을 받아 창조된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원작 <뮤>에서는 유우키에 대해서 ‘몬스터’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유우키를 인간이 아니라 괴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몬스터>를 어느 정도 참고했다. 그리고 타마키 히로시라는 배우 자체를 참고한 부분도 있다. 타마키 히로시는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고, 캐릭터를 완벽하게 창조한 상태로 현장에 오는 완벽주의자 배우다. 그런 면에서는 유우키 미치오라는 캐릭터와 타마키 히로시라는 배우의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원작이 대작이기 때문에,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굉장히 컸을 것 같은데.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은 복잡하기는 하지만 영상으로 옮겨질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득 담겨있다. 그런 부분과 나 자신이 승부를 겨룬다는 느낌으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긴장감과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뮤>라는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30년 전 작품이기는 하지만 원작의 테마가 보편적이기 때문에 현대로 그려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 영화에서는 현대나 근 미래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미국의 9.11테러, 일본의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과 같은 일을 경험한 뒤에 작품을 보면 한층 더 리얼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비행기가 도쿄 상공을 낮게 나는 장면이 있는데, 9.11을 연상시킬 것이다. 그런 장면들을 통해 보편적인 인류가 직면한 테러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개봉 전에 일본에서 방영된 예고편에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도인가, 파괴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가라이 신부로 상징되는 기도와, 유우키로 상징되는 파괴에서 영화의 주제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원작 같은 경우는 파괴가 90%, 기도가 10% 정도를 차지하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에서는 99% 파괴 속에 존재하는 1%의 기도, 빛을 보여주는데 힘을 기울였다.

“고아라와 조혜련이 스파이로 출연하는 드라마를 준비 중”

한국 첫 방문이라고 들었다. 부천과 한국의 첫인상은?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개막일 낮에 도착해서 오늘 떠나기 때문에 공항과 부천의 모습 밖에는 모르겠다. 하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인사와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국인들의 영화에 대한 반응이 매우 열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의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복잡한 표정으로 영화를 관람한다면, 한국의 관객들은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놀랐을 때 의자가 덜컹거린다든가. (웃음) 그런 면이 무척 좋았고, 이 때문에 한국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로 유명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한국배우인 고아라, 조혜련이 출연하는 <화려한 스파이>라는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작품인지?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나가세 토모야와 후카다 쿄코가 주연을 맡은 스파이 코미디물이다. 7월 18일에 첫 방송 되는 작품인데, 내가 연출한 건 3, 4회다. 고아라와 조혜련은 한국의 스파이로 출연한다. 할리우드의 스파이 코미디 작품들을 참고해서 독특한 스파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모두 활동하는 것인가?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
: 물론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영화에서는 TV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도 계속 찍을 생각이다. <뮤>처럼 스케일이 큰 작품은 물론이고, 코미디도 좋다. 다양한 장르를 모두 경험하는 것이 내게는 균형감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영화, 심야 드라마, 단편 영화 등 다양한 매체, 장르에 계속 도전해 보고 싶다. 사실은 하나에만 집중하기에는 내가 싫증을 쉽게 느끼는 편이다.

글. 부천=윤이나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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