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 속으로> KBS1 토 오전 8시 30분여름휴가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어도 환율 때문에 그저 세계지도만 바라보다가 “……복수할 거야!”만 외치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주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는 비록 걸어서 태평양을 건너지는 않지만 이제 어지간한 이들은(대통령 제외) 비행기 값 걱정 때문에 꿈도 못 꾸는 나라, 미국 제 3의 도시 시카고를 찾아간다. 알 카포네 일당을 다룬 영화의 단골 배경이자 링컨을 탄생시켰고 오바마 열풍의 진원지가 된 이 도시에는 평균 높이 442m의 마천루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우리 나라의 절반 크기에 달하는 미시건 호수가 공존한다. 게다가 미국에서 가장 극성맞다는 시카고 야구팬들과 함께 시카고 컵스의 경기를 관람한 저녁에는 재즈 클럽에 들러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카고 출신 뮤지션 베니 굿맨의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동참하고 나면 모처럼 수신료 2500원이 아깝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한도전> MBC 토 오후 6시 30분<무한도전>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끔 태호 PD와 제작진들의 머리 속엔 대체 뭐가 들었을까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2009년 여름맞이 블록버스터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은, 제목에서 설마 했지만 그렇다. 탈주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패러디다. 무한도전 게시판을 통한 설문 조사에서 ‘범죄자형’ 얼굴로 뽑힌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전진이 도망자로 ‘형사’ 얼굴로 뽑힌 유재석과 정형돈이 그들을 쫓는 추격자로 등장해 박명수의 등에 그려진 여드름 문신을 힌트삼아 서울 한복판에서 희대의 탈주극을 벌인다. 도망자들은 그들을 도와주는 큰형님의 은밀한 지시에 따라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면 300만원을 가질 수 있고, 추격자들 역시 이들을 잡으면 거액의 포상금을 받는다. ‘석호필’도 티백도 없지만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열혈남아> 1~10회 M.net 일 오전 10시어떤 연예인들은 데뷔 전의 졸업사진이나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 따위를 인터넷에서 삭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도 하지만 데뷔 전 ‘리얼 다큐’를 찍었다면 다 부질없는 짓이다. 2AM과 2PM이 데뷔하기 전 ‘JYP 13인조’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인 2008년 1월 방송된 <신인육성잔혹다큐 : 열혈남아>는 이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현장을 그야말로 잔혹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다. ‘바재범’의 유래, ‘화초장’ 사건을 비롯해 젖살도 안 빠졌던 시절의 정진운, 김준수가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다”고 회고한 ‘내복 텔미’의 순간 등 행여 ‘친구의 고백’이나 ‘Again & Again’ 등 무대만 보고 2AM과 2PM에게 빠져든 팬이라면 충격과 공포와 혼란을 느낄 만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보다 손발 오그라듦을 견디지 못해 늘 도중에 꺼야 했던 팬들이라면 5시간 동안 10편을 연달아 방송하는 이번 기회에 밀린 숙제를 마치는 것도 좋겠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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