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선데이> ‘1박 2일’ KBS2 일 오후 5시 20분
누가 봐도 무리한 벌칙이었다. 나주에서 1박 2일을 보내고 나서 굳이 벌칙 수행을 위해 벌교 까지 가서 꼬막 2000개를 캐야 하는 일정은. ‘1박 2일’ 안에서 제작진이 제시하는 미션이 뜬금없이 느껴지지 않는 건 나주에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이어달리기를 하거나 삭힌 홍어를 먹는 등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된 과제를 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주라는 지역 특색과는 상관없는, 심지어 과도하기까지 한 꼬막 캐기 벌칙은 말하자면 벌칙을 위한 벌칙이자 고생을 위한 고생이다. 그것은 지역민과의 소통이 있는 완성형 여행 버라이어티가 되기 전, 추운 잠자리와 까나리 복불복을 통해 리얼한 고통을 과시했던 초기 ‘1박 2일’의 태도와 닮았다. 만약 방송분량을 위한 것이라면 워낙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아 단기 코스로 중요 지점만 보여주겠다던 제작진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뜨거운 햇살과 무거운 작업복, 갯벌에서 녹초가 된 출연자들의 표정을 담아낸 후반부 방영분이 고통을 통해 프로그램의 리얼함을 증명했던 과거의 반복처럼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것은 나쁘진 않지만 세련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나마 벌칙을 다 수행하고 나서 꼬막을 비롯한 먹을거리가 지역민들의 땀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강조한 강호동의 마무리 멘트를 통해 ‘1박 2일’ 특유의 따뜻함을 남길 수 있었지만 전체 맥락에서 툭 튀어나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때문에 이번 나주 편은 최근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하는 ‘1박 2일’의 실험 중 가장 실패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글 위근우

<세바퀴> MBC 토 밤 9시 45분
생각해 보면 초창기 <세바퀴>는 ‘세상을 바꾸는 퀴즈’라는 프로그램의 본래 제목에 걸맞게 아줌마들만의 참신한 발상을 통해 기존의 개념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 이 방송에서 퀴즈는 토크와 토크 사이의 쉬어가는 코너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시간은 출연진들이 서로를 놀리는 인사이드 조크로 채워진다. 심지어 이날 방송은 다산의 여왕 김지선의 애창곡으로부터 시작되어 조형기까지 그 파급이 번진 은밀한 성인 개그가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주요한 코드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 농담을 듣고 민망하게 웃는 출연진 중에서 유독 소녀시대 유리의 리액션을 클로즈업 해주는 편집은 짓궂음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일부 출연자들이 빈번하게 보여주는 신경질적인 반응이나 무례한 요구는 그 정도가 지나쳐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임예진이나 조혜련을 향해 반복되는 질타는 프로그램 바깥으로 확장된 캐릭터 플레이로 인해 그들의 실제 남편까지 개입되는 상황을 연출해 당사자를 비하하는 웃음을 유도한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이제 이들에게서 주부의 지혜와 남다른 발상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운동화 끈만 잘 묶으면 근처 정발산을 오르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하거나, 다산의 비결을 묻는 장윤정에게 “그건 결혼 후에 배워도 충분해요!”라고 일침을 가하는 양희은의 균형감 밖에는 없다. 방송 1주년을 자축하는 오프닝에게 박미선은 이 프로그램을 “토크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심야로 시간대를 옮긴 이 방송이 보다 의미 있는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취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토크의 도구일 뿐인 은밀함이나 과격함이 얄팍한 웃음을 위한 목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할 때다.
글 윤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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