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분이 그…” <생활의 참견>의 김양수 작가를 인터뷰하러 갔을 때, 문을 열어준 그의 아내를 보고 크게 웃을 뻔 했다. 둘 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지만, 나는 <생활의 참견>의 에피소드를 통해 김양수 작가의 아내를 볼 수 있었으니, 얼굴 한 번 본적 없지만 왠지 친한 사람 같았달까. <생활의 참견>은 그런 작품이다.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 네이버 웹툰을 통해 두 번씩 꼬박꼬박 연재되는 이 만화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스펙터클한 재미가 있는지 보여주는 ‘황당유쾌추억생활만화’다. 김양수 작가의 동글동글한 그림체는 우리의 생활에서 있었던 추억들을 황당하지만 유쾌하게 그려내고, 독자들은 “이거 진짜야?” 싶을 정도로 황당한 사연들에 허허 웃다, 어느 순간부터 거꾸로 1회까지 읽어 내린 뒤, 새로운 업데이트를 기다리게 된다. 이 가볍지만 톡 쏘는 잽 같은 만화는 정말로 우리 생활을 참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 만난 김양수 작가는 마치 <생활의 참견>의 한 에피소드처럼 예측 불가능한 모습들이 많이 있는 사람이었다.

만화만큼이나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그가 10대 시절을 헤비메탈에 빠져 있다면 믿겨지는가? 그리고 작업실의 한 편이 전부 CD로만 채워져 있다면? 실제로 김양수 작가는 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수많은 음반 리뷰들을 쓴 것은 물론, 2007년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음악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금도 음악과 영화를 소재로 한 만화를 연재하고 있을 정도. 그래서 김양수 작가에게 ‘10대 시절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헤비메탈’을 추천 받았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중학생 때는 영화음악만 미친 듯이 듣기도 했고, 한때는 프로그래시브 록에 빠지기도 했죠.” 10대 시절이야말로 그가 ‘가장 열정적으로 음악을 들었던 시절’이고, 고교시절은 그에게 ‘고교헤비메탈열풍시대’였다는 김양수 작가가 골라낸 ‘죽여주는’ 헤비메탈을 들어보자.




1. Helloween의
독일 최고의 헤비메탈 밴드 헬로윈의 ‘Keeper Of The Seven Keys’는 헬로윈의 대표작. 고전음악을 방불케 하는 기승전결과 아름다운 멜로디라인, 화려한 테크닉이 일품이다. 김양수 작가는 이 곡을 통해 헤비메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많은 분들이 ‘헬로윈’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좀 가볍고 상업성에 영합한 밴드로 여기는 경향이 있잖아요. 이게 다 ‘A Tale That Wasn`t Right’나 ‘Future World’처럼 대중적인 멜로디가 있는 곡들 때문인 거 같아요. 하지만 ‘Keeper Of The Seven Keys’를 들어보면 그 생각이 싹 가시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헬로윈이 이런 밴드였구나 하게 되실 거예요.”



2. AC/DC의
김양수 작가가 고른 두 번째 헤비메탈 밴드는 바로 AC/DC. “고등학교 시절 우리 집에서는 파라볼라 안테나를 통해 일본위성방송을 볼 수 있었는데, 매주 수요일 저녁 5시쯤 되면 헤비메탈 뮤직비디오만을 소개하는 라는 헤비메탈 전문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덕분에 저는 늘 ‘최신 헤비메탈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채널을 통해서 AC/DC의 1990년 신곡인 ‘Thunderstruck’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김양수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호주 헤비메탈 밴드’의 야성미에 열광했다고. “처음에는 AC/DC를 구닥다리 밴드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앵거스 영의 불을 뿜는 기타, 식후 30분마다 80번 사포를 갈아먹은 듯 한 브라이언 존슨의 거칠고도 에너제틱한 목소리, 마치 영화 나이트메어의 ‘크루거’를 연상케 하는 드러머 크리스 슬레이드의 모습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죠.”




3. Megadeth의
“만약에 저에게 평생 동안 오로지 단 한 곡의 스래쉬 메탈만을 들을 기회만이 주어진다면 전 주저 없이 이 곡을 선택할 것 같아요.” 김양수 작가는 메가데스의 에 수록된 ‘Holy Wars… The Punishmen’을 선택하며 단호한 선언(?)을 했다. 스래쉬 메탈 특유의 파괴력과 범상치 않은 작곡 능력을 자랑하는 기타리스트 데이브 머스테인과 화려한 테크닉의 기타리스트 마티 프레디먼이 함께했던 메가데스는 1990년대 메탈리카와 함께 스래쉬 메탈의 지존이었다. “이 곡을 들으면 마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청룡열차를 탄 듯 한 감상에 빠지게 되는데요, 특히 뮤직비디오에서 거의 의자에 앉지도 않으며 미친 듯 드럼을 두드리는 드러머 닉 멘자의 박진감 넘치는 모습과, 기타를 너무 빨리 치다보니 팔까지 저린 듯 온 인상을 찌푸리며 거의 울기 직전의 기세로 연주하는 데이브 머스테인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요. 진정 남성적인 아드레날린이 철철 넘치죠.”




4. Slayer의
김양수 작가가 슬레이어의 를 처음 만난 것은 서울의 종로 세운상가였다. “앨범 재킷부터 지옥의 처참한 광경을 써서 국내에 발매 금지됐었거든요. 그래서 종로 세운상가에 가서 ‘빽판’으로 구입했었죠. 사실 슬레이어의 곡들은 워낙 육중하고 거칠기 때문에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가가기 힘든 경향이 있지만, 모든 마음의 무장을 풀고 편견 없이 ‘소리’자체에 다가간다면 마치 파도처럼 폭주하는 격렬한 감정의 응어리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육중하고 살벌한 곡에 어울리지 않는 <생활의 참견>같은 에피소드 하나. “이 곡을 고등학교 2학년 때 몇몇 마음 맞는 친구들하고 들었는데, 당시 그룹의 리더였던 톰 아라야가 돈가스를 좋아한다는 근거와 뜬금이 동시에 없는 소문을 어디선가 주워듣고, 한동안 돈가스만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5. Anthrax의
김양수 작가가 마지막으로 고른 앨범은 메탈리카, 메가데스, 슬레이어와 함께 한국에서 ‘스래쉬 메탈 4대 천왕’ 중 하나로 불리기도 했던 엔스락스. 엔스락스는 파워풀하고 스피디한 사운드를 구사하면서도 경쾌하고 명랑한 분위기의 노래들을 선보여 다른 밴드들과 차별화되기도 했다. “‘I`m the man’은 그 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의 곡이에요. 말 그대로 ‘stupid Idiot’들의 찬가인데요, ‘I`m the man `91’는 이 원곡을 힙합 그룹 퍼블릭 에너미와 손잡고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이에요. 같은 앨범에 실려 있는 ‘Bring the Noise’가 대히트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빛에 가려져 있는 곡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원곡 때부터 가장 `즐거운 충격`을 받았던 곡이었죠.”


It`s time to Heavy Metal!!!!!!!!



선곡이 끝난 뒤에도 김양수 작가의 유쾌한 ‘고교헤비메탈열풍시대’ 이야기는 계속됐다. 헤비메탈이 악마의 음악이라고 굳게 믿었다는 중학시절, 그러다 고교시절 매점에서 우동을 사준다는 친구의 말에 헬로윈과 메탈리카 앨범을 받아든 뒤 하루 종일 헤비메탈을 들었던 이야기. 그렇게 시작된 김양수 작가와 헤비메탈의 인연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집에는 수천 장이 넘는 록 음반들이 있고, 그가 입은 티셔츠에는 록 밴드 폴 아웃 보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음악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알게 된 고교생은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하지만 그의 생활 속에서 헤비메탈은 계속된다. R U Ready? It`s time to Heavy Me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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