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이 집에서 부인에게 가장 흔히 하는 말은 무엇일까? 아침에도, 저녁에도, 휴일에도 빠지지 않는 것은 아마 “밥 줘!”일 것이다. 이렇듯 부부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한 마디, “밥 줘!”를 제목으로 한 MBC 새 일일 드라마 <밥 줘!>(극본 서영명, 연출 이대영)의 제작발표회가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열렸다.

밥 하기 싫은 아내, 가정에 애정이 없는 남편

<밥 줘!>는 KBS <금쪽같은 내 새끼>, MBC <있을 때 잘해> 등 일일 드라마와 아침 드라마의 시청률 강자인 서영명 작가의 작품으로 <있을 때 잘해>에 이어 하희라가 또 다시 남편의 불륜에 괴로워하는 주부 ‘조영란’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그러나 하희라는 “<있을 때 잘해>와 비슷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밥 줘!>의 조영란은 자기 가정 뿐 아니라 친정 식구들까지 지키기 위해 참고 인내하는 인물”이라고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또, MBC <굳세어라 금순아>, <나쁜 여자 착한 여자> 등을 연출했던 이대영 감독은 “아내는 남편을 위해 밥하기를 싫어하고, 남편은 집에다 사랑을 주지 않는 요즘의 세태에 대해 세 자매의 결혼생활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이러한 세태를 반성하고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한다”는 기획 의도를 밝혔다.

조강지처 조영란과 냉정한 남편 정선우- 하희라 & 김성민
세 자매 가운데 둘째인 영란은 남편 선우와 맞선 본지 일주일 만에 결혼을 진행했다. 홈쇼핑 납품 전문 건강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선우는 집에서 지나치게 과묵한 걸 빼면 딱히 나무랄 데 없는 남편이었지만 알고 보니 그는 과거에 어머니의 압력 때문에 억지로 헤어진 애인 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다. 결혼 15년 동안 결혼기념일은 기억하지 못하면서 “밥 줘!”와 “당신이 알아서 해!”라는 말만 반복했던 남편이 외도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 영란은 이혼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철없는 주부 조영심과 허당 남편 배도식 – 김혜선 & 김병세
세 자매의 맏이지만 오히려 동생들보다 철이 없고 허영심 많은 영심, 그러나 사업을 하던 남편 도식은 IMF 때 부도를 맞아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영란이나 영미네에 비하면 살림살이는 훨씬 어렵지만 다행히 부부가 똑같이 감정 풍부하고 변덕도 심하며 허풍도 센 성격이라 늘상 투닥거리면서도 큰 문제 없이 산다. 게다가 공부에 도통 관심이 없어 속을 썩이던 외아들 웅이(권오민)가 어느 날 게임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프로게이머로의 길이 열리자 부부는 꿈에 부풀어 아들의 열렬한 스폰서를 자처하고 나선다.

커리어 우먼 조영미와 마마보이 김윤수 – 오윤아 & 하석진
선우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내 커플이자 맞벌이 부부인 영미와 윤수. 아직 신혼이라 연애하듯 결혼 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지극한 마마보이인 윤수는 매사에 “우리 엄마한테 이를 거야!”라며 어머니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으로 살고 있고, 힘들게 맞벌이해서 시어머니를 부양하는 데 지친 영미는 시어머니의 재혼으로 새 시아버지까지 모셔야 하는 처지와 이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남편의 태도에 이혼을 결정한다.

관전 포인트
한동안 일일 드라마의 절대 강자는 KBS 일일 드라마였지만 <너는 내 운명>의 후속으로 방영 중인 <집으로 가는 길>이 작가 교체와 시청률 난조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밥 줘!>는 MBC 일일 드라마가 우위를 점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KBS <열아홉 순정>, <미우나 고우나>, <너는 내 운명> 등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일일 드라마들이 20대 미혼 여성과 ‘실장님’의 연애와 결혼을 중심으로 발랄한 러브 스토리를 그려냈던 데 비해 연령대를 훌쩍 높여 부부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펼칠 예정인 <밥 줘!>가 어느 정도로 시청자의 마음을 끌 수 있을지는 다소 미지수다.

사진제공_MBC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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