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플레이중이다. 스크린에는 소녀시대의 유리가 눈물을 흘리고 있고 음악을 틀고 있는 곳마다 이 남자의 짙은 음색이 가득하다. 마치 이 봄의 주제곡인냥 여기저기서 들리는 감성발라드 ‘눈물이 뚝뚝’으로 활약 중인 케이윌을 만났다.눈물이 많은 편인가?
케이윌: 그렇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요즘은 꽤 많이 감성적이다.
퍼포먼스나 이미지로 승부하는 가수들이 대부분이다. 유독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신에게 집중시키기도 쉽지 않을 텐데.
케이윌: 조용히 서서 감정을 잡다가 순간적으로 집중을 시키는 것이 생각보다 재밌다. 집중하는 내가 대견스럽다.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랄까.
노래로만 승부하는 게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세상이다.
케이윌: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보면 “우리 컨셉은 노래야!”라고 하는 주진모 씨의 대사가 있다. 그것만 노력했고 그것만 연습했다.
데뷔하기 전엔 무슨 일을 했었나?
케이윌: 주로 가이드보컬과 코러스 일을 했었다. 작곡가들이 가수들에게 곡을 줄때 그냥 악보만 달랑 던지지 않는다. 실제와 가장 가까운 샘플을 만드는데 그 샘플에 노래를 하는 것이 가이드 보컬의 일이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미싱유’,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그리고 어울리진 않지만 동방신기의 ‘허그’도 내가 가장 먼저 불렀다.
꽤 오래 전부터 일을 해왔는데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케이윌: 에스엠파이브라고 불리던 연습생들의 데뷔곡을 가이드하고 코러스하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데뷔 무대 전에 전화가 왔었다. “형! 저희 내일 첫 무대예요” 라고 그래서 “축하해! 너희 이름은 어떻게 지었냐?”고 물고 봤는데 “동방신기라구요, 처음엔 좀 어색한데 계속 발음을 하다보면 좋아져요”라며 뻘쭘해하던 재중이가 생각난다. 하하.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케이윌: 힘든 방황의 시기였다. 열정은 불타고 있는데 앨범은 안 나오고 작년이 정말 힘들었는데 연말에 ‘러브119’라는 노래로 기적 같은 사랑을 받게 되어서 이번 앨범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렇다면 ‘러브119’처럼 밝은 분위기의 곡으로 나왔어야 되는 거 아닌가.
케이윌: 1집 ‘왼쪽 가슴’이 트렌디한 발라드곡은 아니었다. ‘러브119’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지만 결국 날 기억해주시는 분들은 ‘왼쪽 가슴’으로 기억하시더라. 백지영 선배님이 ‘총 맞은 것처럼’으로 사랑을 받으시는 것을 보고 전 세계의 대세는 클럽뮤직이지만 우리나라는 트렌드만큼 감수성도 통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더욱 케이윌다운 앨범이 필요했다.
‘눈물이 뚝뚝’을 처음 받았을 때 어땠나?
케이윌: 후크송이 대세인 상황에서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은 했다. 녹음할 땐 좋은지 나쁜지 내 자신이 가늠할 수 없었고. 활동을 시작하고 차안에서 조용히 내 앨범을 듣고 있는데 그제서야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 좀 더 욕심도 나고 좋으니까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소녀시대의 티파니와 듀엣곡도 부르고 뮤직비디오엔 유리가 출연했다.
케이윌: 하하. 회사의 힘이다. 맨날 돈 없다는데 어떻게 한 건지 나도 궁금하다.
친한 가수들을 보니 에스지워너비의 진호, 에이트의 이현, 휘성 등이다. 노래를 잘하는 어떤 생김새가 있다고 생각하나?
케이윌: 모두 B형이다. 자기들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서로 닮았다는 얘기를 지겹도록 들은 사람들이다. 악기가 비슷하면 같은 소리를 내듯 어느 정도 그런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닮은 점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많다던데.
케이윌: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큰집에 제사를 지내러 가는 길이었다. 여중생 7,8명 정도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지하철 객실 칸 안에서 날 둘러싸고 빅뱅의 ‘거짓말’을 부른 적 있다. 확신에 찬 그들의 얼굴을 뒤로하고 다음 역에 내려야만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케이윌에게 가이드보컬이란?
케이윌: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
글ㆍ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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