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 그 후 1년’ MBC 밤 11시 15분
이렇게 씁쓸한 1주기가 있을까. 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에 대한 내용을 방송한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방송을 제작한 스태프들은 고소당하고 수색당하고 체포당하는 동안 심신이 지쳐버렸다. 그리고 그 과정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점점 사태에 둔감해지고 있다. 어제 방송된 ‘한미 쇠고기 협상, 그 후 1년’은 훼손당한 명예에 대한 격분으로 언론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정부가 지난 1년간 이룬 업적(?)에 대한 위험한 보고서였다. 미국에 파견된 검역관들은 1년 전의 호언장담과 달리 미국 내의 수출 작업장을 점검할 수 있는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그리고 캐나다는 미국과 동일하게 국제수역기구(OIE)로부터 광우병 통제국가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것을 근거로 우리 정부를 국제 무역 기구(WTO)에 제소 했다. 이로써 모든 수입 기준을 OIE에 맞춰 온 우리 정부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었다. 협상 당시 우리 정부 측에서 대단한 성과로 자랑했던 ‘삼계탕 수출’은 아직도 철저한 점검 단계 중에 있을 뿐이고, 대만은 여전히 국민 안전을 이유로 소고기 수입의 부위와 월령을 협상 중인데, 우리 정부만 미국과의 ‘전례’ 때문에 국제 육우 무역계의 표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1년 전 방송 내용에 대해 정부가 을 고소한 내용 중에는 ‘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로 치부하는 등 사실 왜곡’이 있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미대통령은 최근 다우너 소의 도축을 금지했다.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협상에서 정확한 기준이 없었다는 것보다 망신스러운 일은, 지난 1년간의 일을 브리핑 한 어제 방송이 몰고 올 파장이 벌써부터 걱정된다는 점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죄로 오바마를 고소하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현실이 슬프도록 부끄러울 따름이다.
글 윤희성

<자명고> SBS 월-화 밤 9시 55분
현재 의 배경은 왕실과 기예단으로 양분된다. 호동(정경호)과 라희(박민영)가 사는 왕실은 비록 고구려와 낙랑으로 이원화되어 있긴 해도 권력투쟁의 장이라는 점에서 동일하고, 자명(정려원)의 생활공간인 기예단은 왕실과 차별화된 배경으로 묘사된다. 이렇듯 다른 두 환경에서, 갓 청년기에 들어선 세 주인공은 부모들과는 대조적으로 이상주의적 노선을 고수한다. 호동은 왕권 수호를 위해 모후 송매설수(성현아)를 죽이라는 아버지 대무신왕(문성근)과 군주의 칼을 피로 더럽히지 말라는 스승 을도지(이영범) 사이에서 고뇌하다 결국 자식 된 도리와 고구려의 국가통합을 택한다. 태녀로 책봉된 라희가 백성들 앞에서 “이 몸이 내 백성을 잊는다면 나를 베어도 좋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기녀가 남자를 유혹하듯 왕은 백성을 유혹해야 한다”는 어머니 왕자실(이미숙)의 노회함과 대비된다. 그런가 하면 자명은 버려진 인생들, 곧 민초들의 집합소인 기예단에서 기예단장 차차숭(이원종)의 엄하고도 사려 깊은 생존훈련을 받으며 구국의 영웅으로 단련되는 중이다. 아직 어리고 순진한 세 젊은이의 행보는 군주는 인륜으로 백성을 보살피고 백성은 잡초 같은 의지로 나라에 헌신하는 국가 공동체의 이상향을 보여주었지만, 부모들의 목숨을 건 권력투쟁과 처음부터 예고된 비극적 결말 탓에 더욱 처연하고 안타까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글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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