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혜교지현이> MBC 월-금 저녁 7시 55분
‘파란만장 동네방네 일상 코믹 활극’이라는 프로그램 설명이 무색하게도, <태희혜교지현이> 속에는 활극 씩이나 될 법한 파란만장한 일도, 그나마 코믹한 일마저도 없다. 시트콤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들이 작은 에피소드 마다 각자의 특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하나로 이어지는 큰 줄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태희혜교지현이>는 모든 부분이 다 조금씩 부족하다. 시트콤을 이끌어 나가야하는 아줌마 캐릭터들은 너무 평범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고, 에피소드는 너무 뻔해 식상하다. 어제는 최은경을 얄미워하던 보배엄마가 우연히 심부름을 해주었다가 명품 구두를 받게 된 뒤 최은경의 기사를 자처하는 내용이 주 에피소드였는데, ‘보배엄마가 떨어지는 떡밥에 최은경 편을 들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겠지’라는 예상을, 결론까지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그 사이에 미선과 성웅의 러브라인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함께 들어갔지만, 이렇다 할 사건 하나 없이 조용히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에피소드에 힘이 없으면 캐릭터에라도 힘을 실어줘야 할 텐데, 꾸준히 시청해도 다 외우기 힘들 것 같은 수많은 출연진과, 이들 하나하나에게 오지랖을 보이는 아줌마들을 보니 그것도 지나치게 큰 기대 같다. 최은경이 보배엄마를 기사처럼 부리며 ‘운전해~ 어서~’라고 개그를 하는 상황은, 그래서 측은하다. 언제 적 ‘사모님’인지. 시트콤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몇 년 전으로 되돌아가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착각만은 아니었다는 확신을 주는 장면이었다.
글 윤이나

<생로병사의 비밀> KBS1 목 저녁 10시
비만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번 주 <생로병사의 비밀>은 비만이 야기하는 많은 질환 가운데 특히 여성암에 관해서 얘기한다. 난소암, 자궁암, 유방암 등이 십 수 년 사이 세계적으로 급증하게 된 주요원인으로 ‘체지방의 증가’를 들면서, 여성암과 지방이 어떤 관련성을 지녔는지 설명한다. 지방이 단순히 에너지 저장창고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과 억제에 관련된 물질을 내보내는 내분비기관으로서의 역할 역시 담당하고 있으므로, 건강한 삶을 위해선 관리가 필요하단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알려주는 관리법은 사실 뻔하다. 식이요법, 균형적 지방 섭취, 운동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살기 위해서 어떻게 가려먹어야 하는가가 문제가 되었다. ‘비만하지 마라’, ‘건강한 먹거리를 골라먹어라’, ‘운동하라’. 야근으로 힘들어죽겠는데, 하루 12시간씩 학교에 처박혀 있는데, 과자에서 쥐머리가 나오는데 그 충고를 어떻게 지키며 살란 말인가. 바쁘게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건강이란 ‘자기관리’, 즉 개인의 문제 속에 소속돼버렸다. 비만한 건 개인을 착취하는 사회구조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개인의 의지 빈약과 무지 탓인 거다. 현대인들은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관리’와 더불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자기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고달프고 골 아프다.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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