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현대인들에게 결혼은 필수적인 삶의 요소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모들에게 자녀의 결혼은 완수해야 할 임무와 같은 것이다. 각자 제 앞가림을 할 만큼 장성한 4명의 아들들을 두고도 이들의 짝을 지워주지 못해 근심에 쌓인 어머니와 그들을 둘러싼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그려나갈 KBS 새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 이번 주 첫 방송을 앞두고 4월 7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조대현 KBS TV제작본부장과 연출을 맡은 이재상 감독, 조정선 작가를 비롯해 윤미라, 백일섭, 손현주, 박선영, 이필모, 유선, 변희봉, 김용건, 한상진, 유하나, 지창욱, 강은비 등 출연배우들이 참석했다.

“주말 저녁 시간에는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먹힌다”

그동안 KBS <달자의 봄>, KBS <아빠 셋, 엄마 하나>등 착한 미니시리즈를 주로 만들어 왔던 이재상 감독은 “아무리 스토리가 센 이야기들이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며, 주말 저녁은 바로 그런 이야기가 잘 먹힐 수 있는 시간대”라는 근거 하에 <솔약국집 아들들>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개성 강한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를 기반으로 각자의 연애담으로 확장되는 이야기는 베이스캠프를 두고 각개 전투를 벌이듯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남자만 여섯인 가족들의 뒤치다꺼리를 전담하고 있는 솔약국집의 어머니 배옥희(윤미라)는 홍일점이자 가족의 중심으로서 귀엽고 솔직한 어머니상을 선보이는 드라마의 중요 캐릭터다. 그에 더해 솔약국집의 큰 어른으로서 극에 무게를 더해 줄 송시열 역의 변희봉과 먹성 좋고 천진난만하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친근한 가장 송광호를 연기하는 백일섭 등 중견 배우들이 드라마에 안정적인 축으로서 활약하게 된다. “연령층에 따라 선호하는 드라마가 따로 있지 않다. 재미있는 드라마라면 남녀노소 다 보게 되는 법”이라는 이재상 감독의 말처럼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국민 드라마’가 탄생하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노총각 약사 손진풍과 까칠한 국제 변호사 이수진 – 손현주&박선영
솔약국집의 큰아들이자 가업을 잇고 있는 약사 손진풍은 과묵하고, 수수하며 순박한 남자다. 그러나 감정 표현에도 서툴고, 스타일에도 무관심한 그는 마주치는 동네 어른마다 “장가가야지!”하고 성화를 부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마흔 살 노총각이다. 선보러 나갔다가 점심도 안 먹고 들어와서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그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답답함으로 터질 지경이나 정작 본인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는 순정파. 그런 진풍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묘한 감정을 키워나갈 상대는 당돌하고 쾌활한 국제변호사 이수진이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온 그녀에게 솔약국집 가족들의 정 많고 오지랖 넓은 관심과 행동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무례함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바람둥이 의사 손대풍과 일편단심 간호사 김복실 – 이필모&유선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제법 크고, 유머감각까지 출중한 둘째 아들 송대풍은 솔약국집 아들들 중에서도 남들이 사윗감으로 탐내는 킹카다. 게다가 소아과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은 그를 최고의 신랑감으로 만들어 주는 최고의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풍이 아직 결혼을 못한 이유는 결정적으로 그가 결혼에 관심이 없는 바람둥이인 탓이다. 그런 대풍의 소아과의 유일한 직원인 김복실은 건들거리며 돌아다니기 바쁜 의사를 대신해 접수부터, 환자를 달래주는 것 까지 진료를 제외한 병원의 모든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만능 간호사다. 심지어 딸이 없는 솔약국집의 안살림에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으니, 그녀는 이미 솔약국집의 가족이나 다름이 없다.

사회부 기자 손선풍과 인기 탤런트 오은지 – 한상진&유하나
어느 하나만 잘 해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그 균형이 너무 안 맞아도 문제가 발생한다. 7개 국어를 하며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남다른 상식을 갖췄지만, 손선풍은 심각하게 못생기고 촌스러운 외모 또한 가졌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 말씀은 거스르지 않고 동물을 사랑하는 고운 심성의 소유자다. 동화라면 그의 진가를 알아 본 공주가 키스로 마법을 풀어 주겠지만, 그와 얽히게 되는 주인공은 도도한 탤런트 오은지다. 선풍이 일하는 KBC 보도국의 국장인 오영달(김용건)의 조카인 그녀는 일찍이 부모를 잃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법에는 통달한 인물. 그러나 유일하게 그녀를 바라보지 않는 선풍에 은지의 승부근성이 발동 걸리기 시작한다.

순둥이 재수생 손미풍과 미혼모 최수희 – 지창욱&강은비
늦둥이 막내 송미풍은 아들만 있는 솔약국집의 고명딸과 같은 존재다. 아들이지만 곱고 예쁘게 생긴 그는 성품마저도 여성스러워 요리, 뜨개질, 십자수, 퀼트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정작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재수학원을 다니고 있는 주제에 급할 것도 답답할 것도 없는 그는 그저 해맑고 태평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인형 만들고 앉았으면 사내 녀석 고추 떨어진다”는 엄마의 성화에 울며불며 언어폭력은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는 소녀의 마음을 가진 그가 하필이면 친구의 여자 친구인 스무 살 미혼모 최수희와 엮이게 된다.

관전포인트
일일드라마 시장과 유사하게, 대대로 주말극은 MBC와 KBS의 대결구도로 형성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 몇 년 간 그 판세는 KBS의 우세로 기울어져 있었다. 큰 화제를 낳지 못했지만 시청률에서는 우세를 보였던 <내 사랑 금지옥엽>의 뒤를 이은 <솔약국집 아들들>은 건전한 홈드라마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더욱이 채림, 엄기준, 최다니엘, 서효림 등 젊은 캐스팅으로 주목 받았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MBC <잘했군 잘했어>가 딸을 동생으로 입적시킨 여주인공의 비밀과 15년 만에 돌아온 가장, 젊은 비혼부 등 자극적인 소재를 카드로 꺼내고 있는 지금, 온 가족이 함께 봐도 민망함 없는 건강한 웃음으로 승부할 수 있다면 <솔약국집 아들들>은 이중의 승리를 거두는 셈이 될 것이다.

사진제공_ KBS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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