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스타’는 소녀시대의 4/9와 토크를 했다. 그리고 <10 아시아>는 슈퍼주니어의 6/13과 만났다. 4/9, 혹은 6/13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그룹들. 윤아는 소녀시대로 데뷔하기 전부터 연기자로 활동했고, 슈퍼주니어는 K.R.Y.처럼 몇 명의 멤버가 모인 유닛들을 만들어냈다. 마치 소녀시대나 슈퍼주니어라는 회사의 회사원들처럼, 그들은 각자 MC, 솔로 가수, 연기자로 활동한다. 지금까지 슈퍼주니어로 섰던 모든 무대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려욱은 각자의 개인 활동으로 “멤버가 8명만 선 무대”에 서기도 했고, 기범은 다른 활동 때문에 이번 3집 앨범 활동을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슈퍼쥬니‘어’의 강인”처럼 그룹 활동보다 개인 활동을 하는 곳에서 그룹의 이름을 더 자주 말하는 이 3세대 아이돌 그룹들은 아이돌이 가수이기 이전에 엔터테이너로 소비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줬고, 그 때부터 가요계에서 아이돌의 운영 방식은 분명히 달라졌다.

슈퍼주니어는 이런 활동방식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슈퍼주니어의 멤버들에게 그룹의 이름은 마치 그들의 개인 활동을 돕는 브랜드처럼 보였다. 슈퍼주니어를 통해 그들은 보다 쉽게 자신들을 알릴 수 있었고, 반대로 희철이나 강인이 인기를 얻으면 슈퍼주니어 전체의 팬도 늘어났다. 슈퍼주니어가 ‘U’ 이후 보다 대중적인 히트곡 대신 ‘사회비판 가사 + 메틀 기타 + 비명 + 군무’로 구성된 ‘Don`t don’같은 SMP(S.M Music Performance의 약자. SM 엔터테인먼트 전용의 퍼포먼스 중심의 음악을 뜻한다)를 타이틀로 내세운 것은 이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멤버 개개인이 온갖 방송에 출연하면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면, 슈퍼주니어는 HOT 시절부터 그들까지 이어진 ‘SM팬들을 위한’ 음악을 했다.

‘슈주’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아이돌 직장인들



슈퍼주니어가 그룹으로서 얼마나 인기를 얻느냐 이전에 어떤 시장을 공략하느냐가 중요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그룹으로서의 슈퍼주니어는 어떤 그룹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모호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도 제각각, 활동 분야도 제각각인 이 아이돌 집단은 그 느슨한 연결 고리 때문에 어느 곳이든 침투할 수 있었다. 젊은 분위기의 트롯이 필요하다면 ‘로꾸꺼’를 부를 수도 있었고, 버라이어티 쇼에서 ‘말 잘하는 아이돌’이 필요하면 몇 명의 ‘형들’이 출연하면 됐다. 아이돌의 인기가 필요하지만, ‘각 잡힌 이미지’를 가진 아이돌보다는 더 잘 놀 수 있는 아이돌이 필요할 때,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슈퍼주니어의 멤버들을 원했다. 신동은 아이돌이면서도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 같은 독설가와 함께 방송을 했고, 이특은 M.net <러브 파이터>처럼 커플들의 다툼이 벌어지는 독한 리얼리티 쇼의 진행을 보면서도 농담을 던질 수 있었다.

자신이 술 마신 이야기를 하다 “어, 나 아이돌인데”하며 능청을 떨던 강인의 모습은 슈퍼주니어의 묘한 위치를 그대로 드러낸다. 잘생긴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시선을 모으지만 다른 아이돌보다는 더 자유롭게 이것, 저것 할 수 있는 어떤 영역. 어른도 아이들도 건드리기 어려운 어떤 엔터테인먼트 시장. 그룹으로서의 슈퍼주니어는 동방신기나 빅뱅보다 대중적인 히트곡을 내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 각자는 대중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오락물의 거의 모든 영역을 파고들었다. 그들이 함께 출연한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은 그들의 종잡을 수 없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동방신기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SM 자체 제작 영화 < VACATION >이 그렇듯,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은 슈퍼주니어의 팬들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슈퍼주니어는 멋진 남자들이 아니라 ‘뜨고 싶어 하는 얼짱’이 되어 자신들의 이미지를 스스로 희화화 시킨다. 그들은 시장을 지배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고, 그들 스스로도 엔터테이너로서 다양한 변주를 선보일 수 있다.

각자 다른 모양이지만 결국 하나로 맞춰지는 퍼즐처럼



슈퍼주니어│슈퍼주니어, 정체를 밝혀라
시원, 성민, 동해, 려욱, 이특, 규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슈퍼주니어의 세 번째 앨범 타이틀 곡 ‘Sorry Sorry’는 그들에게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은 이 때문이다. 그건 단지 유영진이 더 이상 그들에게 과거와 같은 SMP를 주지 않았다거나, 이특의 말처럼 “음원차트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줬기 때문만은 아니다. ‘Sorry Sorry’는 소녀시대의 ‘Gee’처럼 그 트렌드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여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곡은 아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나 리한나의 특정 곡들의 기법을 응용한 이 곡은 요즘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충실하게 따라간 쪽에 가깝다. 하지만 ‘Sorry Sorry’는 그 트렌드를 끌고 오는 과정에서 슈퍼주니어 멤버들의 캐릭터를 드디어 ‘노래’로 보여줬다. 반복적인 비트와 멜로디는 오히려 13명이라는 멤버가 돌아가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드러내도록 한다. 성민은 이펙트가 입혀진 목소리로 약간은 여성적일 수도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팬이 아닌 사람이 보기에 반듯한 미남이었던 시원은 곡의 초반에 섹시한 느낌을 살리면서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 점에서 슈퍼주니어의 현재는 ‘Sorry Sorry’라는 노래보다 그 무대에서 더 잘 나타난다. 멤버들은 같은 비트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요즘 트렌드를 따르는 춤을 추면서도 그것이 결국 하나의 조직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안무를 소화한다. 각자 놀고, 그게 어떤 콘셉트인지도 불분명하지만 보다 보면 결국 그 움직임이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게 지금의 슈퍼주니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슈퍼주니어는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룹이다. 그룹의 리더마저 “이러다 아이돌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까봐” 걱정했던 슈퍼주니어는 아이돌 중 가장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각자 활동을 통해 19장의 앨범에 참여하고 나서야 그룹으로서 가장 대중적인 곡을 발표했다. 지금도 그들이 이 극심한 경쟁의 아이돌 시장에서 대세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더 두드러질 때도, “팬 아닌 사람들이 ‘로꾸거’를 가장 많이 기억할 때”도, 그리고 ‘Sorry Sorry’가 그들의 ‘첫 번째 대중적인 대표곡’이 됐을 때도 슈퍼주니어였다. 그렇게 그들은 개인과 유닛과 그룹으로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면서 슈퍼주니어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어쩌면 동해의 바람대로, 그들은 이러다 “40대까지 계속할 수 있는” 그룹으로 남지는 않을까. 그들의 ‘슈퍼주니어 월드’에서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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