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식목일이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그저 ‘기념일’일 뿐 더 이상 공휴일도 아니고, 게다가 올해는 일요일이라는 거대한 빨간 색에 가려진 탓에 자칫 그냥 지나버리기 쉬웠던 날. 여러 분은 이 땅에 무엇을 심으셨나요?
저는 어제 집 앞마당(이라고 쓰고 현관이라 읽는)에 수국 묘목을 심었어요. 얼마간 햇볕을 쬐고,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고, 달빛 속에 잠들다 보면, 어느 날 가지가지 잎을 드리우고 탐스러운 꽃을 피우는 근사한 모습으로 바뀌겠지요. 물론 아직은 회초리로 쓰기에 딱 알맞을 아무것도 없이 밋밋하고 메마른 나뭇가지에 불과하지만요.
한 때는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로 잠시간 집안을 장식하던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오피스텔 같은 공간에 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땅과 가까이 살고 있는 요즘은 며칠에 한 번씩 잊지 않고 물을 주고, 흙을 체크하고, 새순이 돋는 것을 확인하는 땅 위의 나무가 더 좋아졌습니다. 잘려져 화병 속에 꽂힌 꽃은 하루하루 소멸을 향해 다가가지만, 대지에 뿌린 저 나무들은 성장을 향해 하루하루 커나가니까요.
<10 아시아>는 아직 볼품없는 묘목입니다. 새로운 땅에 옮겨 심어진지 이제 겨우 4개월. 그럴싸한 꽃도 없고 열매도 달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의 뿌리는 점점 더 강하게 땅을 움켜쥐고 더 멀리멀리 뻗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들이 태양이 되어주세요. 비를 내려주세요. 가끔 들여다보고 말도 걸어주세요. 얼마나 자랐는지 키도 재어주세요. 그렇게 언젠가 무심코 뒤돌아보았을 때, <10 아시아>는 보름달처럼 환한 꽃으로, 단 열매로 대답 할 테니까요. 이 약속이 제가 2009년 식목일에 심은 두 번째 나무입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저는 어제 집 앞마당(이라고 쓰고 현관이라 읽는)에 수국 묘목을 심었어요. 얼마간 햇볕을 쬐고,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고, 달빛 속에 잠들다 보면, 어느 날 가지가지 잎을 드리우고 탐스러운 꽃을 피우는 근사한 모습으로 바뀌겠지요. 물론 아직은 회초리로 쓰기에 딱 알맞을 아무것도 없이 밋밋하고 메마른 나뭇가지에 불과하지만요.
한 때는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로 잠시간 집안을 장식하던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오피스텔 같은 공간에 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땅과 가까이 살고 있는 요즘은 며칠에 한 번씩 잊지 않고 물을 주고, 흙을 체크하고, 새순이 돋는 것을 확인하는 땅 위의 나무가 더 좋아졌습니다. 잘려져 화병 속에 꽂힌 꽃은 하루하루 소멸을 향해 다가가지만, 대지에 뿌린 저 나무들은 성장을 향해 하루하루 커나가니까요.
<10 아시아>는 아직 볼품없는 묘목입니다. 새로운 땅에 옮겨 심어진지 이제 겨우 4개월. 그럴싸한 꽃도 없고 열매도 달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의 뿌리는 점점 더 강하게 땅을 움켜쥐고 더 멀리멀리 뻗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들이 태양이 되어주세요. 비를 내려주세요. 가끔 들여다보고 말도 걸어주세요. 얼마나 자랐는지 키도 재어주세요. 그렇게 언젠가 무심코 뒤돌아보았을 때, <10 아시아>는 보름달처럼 환한 꽃으로, 단 열매로 대답 할 테니까요. 이 약속이 제가 2009년 식목일에 심은 두 번째 나무입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