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홍어가 좋다. 곰삭힌 홍어가 좋다. 곰삭힌 홍어와 오모리를 서로의 입에 아름답게 집어넣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귈 수 없을 만큼 홍어가 좋다. 어디서 이런 말을 했더니 “평생 수절하겠군”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긴, 요즘 세상에 홍어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회사 앞 식당에서 홍어 점심 특선을 함께 먹을 동료도 없는 이 마당에 홍어 애호가 애인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속 편한 일이다. 그런데 며칠 전
MBC에브리원 와 위 영국 친구들의 동영상을 보다가 마침내 내 연애의 목적지를 발견했다. 바로, 스웨덴이다! 이 순결한 북구 사람들은 발트해에서 잡힌 산란기 청어를 염장한 뒤 멸균처리 없이 통조림으로 밀봉한 ‘수르스트뢰밍’이라는 음식을 즐겨먹는단다. 냄새는 완전히 푹 삭은 홍어의 100배. 누구 말로는 암모니아로 가득한 한여름 해수욕장 푸세식 화장실 냄새란다.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 에어라인이 항공기 반입을 금지할 정도의 이 발효 폭탄을 스웨덴 사람들은 바삭바삭한 크래커에 얹어서 맥주와 함께 먹는다. 올 여름에는 스웨덴에 가야겠다. 수르스트뢰밍에 밥 비벼 먹게 생긴 스웨덴 친구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할 거다. 곰삭힌 홍어 한 점 같이 하실라우? 근데 상대방이 이렇게 말하면 대략 난감. 나랑 평생 푹 쩔은 수르스트뢰밍 원샷 하실라우?
글. 김도훈 (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