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주선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다. 두 남녀의 취향과 성격, 그들의 동선까지도 꼼꼼히 따져본 뒤에야 높은 성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스타의 친구를 소개 받으려면 고려할 사항들의 목록은 한없이 길어진다. 일단 얼짱 출신 정도의 외모는 되는지, 외모가 안 되면 얼굴로 웃길 수 있을 정도의 코믹한 생김인지, 댄스와 노래를 기본으로 한 장기자랑이 가능한지 등등이 추가될 것이다. 그러다 소녀시대라도 소개받는 날엔, 어휴. 스타가 되고 싶은 친구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창구와 스타의 친구들을 연결시켜 주는 주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MBC <스친소>를 <10 아시아> 위근우 기자와 정진아 TV평론가가 소개한다. /편집자주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스친소>) 첫 회에서 친구 구현이 원하는 짝과 포켓볼을 칠 수 있도록 한숨을 쉬며 ‘괴기스런’ 포즈로 림보 게임에 참여했던 앤디는 가장 최근 에피소드에선 신예 탤런트인 서민우와 함께 신화 ‘와일드 아이즈’에 맞춰 화려한 안무를 보여줬다. 이것은 스스로를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라 칭하는 <스친소>가 겪은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초반에는 스타와 친구의 관계를 통해 불완전하게나마 스타의 사생활의 ‘리얼’한 결을 살리고자 했던 이 프로그램은 현재 연예인 주선자가 데려온 킹카, 퀸카들이 펼치는 ‘버라이어티’만을 남기고 있다.

리얼에서 버라이어티로의 예정된 선회

이러한 변화는 과거 연애 버라이어티의 시작을 알린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이 겪은 과정과 그리 다르지 않다. 방송 초반 커플이 됐던 전혜빈과 정태우의 실제 커플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강호동의 천생연분>이지만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방송을 이끈 건 여자 출연자들의 섹시 댄스를 비롯한 출연진의 개인기였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가슴 떨리는 연애 감정을 담겠다던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의 경우 커플보단 빈우, 윤정희, 서지혜 같은 연예인을 더 많이 배출했다. 사실 그래서 <스친소>에 붐의 친구로 나왔던 마술사 박기훈이 SBS <스타킹>에도 출연했던 준 연예인이란 사실과 손담비의 친구로 나온 이주연이 애프터스쿨로 데뷔한다는 사실은 식상할지언정 실망스럽지 않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애정 라인도 마찬가지다. 붐이 프로게이머 이윤열에게 했던 발언이 폄하냐 아니냐는 연일 인터넷을 달구지만 이윤열이 실제론 여자친구가 있고 그래서 커플이 된 소녀시대와 소개팅할 기회를 거부했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친소>에서 ‘리얼’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MC 및 출연자들은, 그리고 시청자마저 스타의 친구가 ‘진짜’ 스타의 친구인지. ‘진짜’ 상대방에 호감이 있는지 보단 연예인 아무개와 ‘진짜’ 닮았는지에 집중한다.

이것은 변화라기 보단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모순적인 장르가 필연적으로 겪는 선택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가장 탁월한 리얼 버라이어티인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 2일’마저 어느 지점에선 ‘리얼’과 ‘버라이어티’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건 최근의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포함해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 포맷 프로그램은 갈림길에서 결국 ‘리얼’ 대신 ‘버라이어티’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사실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에선 ‘쌩’고생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데 비해 연애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마음이 설령 진심이라 해도 그것을 주장할 수 있을망정 화면으로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리얼’일 필요는 없다, 다만 다르지 않은 것은 문제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버라이어티’로 선회한 <스친소>의 선택이 아쉽다면 그렇게 관성적으로 흘러가기엔 아쉬운 포맷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인 출연자가 정말 스타의 친구인지는 조금 긴 호흡의 토크 타임으로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고, 일반인 대 일반인의 일회적인 커플 매칭은 매주 연예인들이 짝을 바꾸는 프로그램에 비해 실제 연애의 두근거림을 좀 더 강하게 환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폭로든 개인기든 무언가 쉴 새 없이 터져줘야 하는 우리나라 예능의 풍토에서 <스친소>가 길고 차분한 호흡으로 포맷의 잠재적 가능성을 모두 끌어내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안전하되 안일한 방향으로 선회했단 사실을 덮어주는 건 아니다. <스친소>가 꼭 ‘리얼’한 프로그램이 되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하지만 ‘다른’ 포맷을 가지고도 ‘다른’ 프로그램이 되지 못한 건 문제다. 앞서 식상할지언정 실망스럽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어떤 프로그램도 식상하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선함이 생명인 예능의 세계에선 더더욱.
글 위근우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스친소)는 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 ‘스타’, ‘친구’, ‘소개’ 이 세 가지를 구성의 큰 축으로 삼고 있다. <스친소>가, 일반인/연예인으로 양분된 기존의 맞선 및 러브 버라이어티와 차별화를 뒀던 점이 바로 그 점이었다. 일반인이 지닌 설익은 한계와 연예인이 지닌 인공적인 한계를 서로 보완하는 동시에 현 버라이어티들의 주요 소재인 인간관계까지도 소환해 보여줄 수 있단 점에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즉 ‘소개팅’이라는 구조 속에 ‘스타의 친구’라는 관계를 어떻게 맥락화시키느냐는 <스친소>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배반하는 프로그램의 결과

방영 초기의 <스친소>에는 그 점에 대한 고민이 많이 엿보였다. 스타와 친구 단 둘이서만 차를 타고 가며 소개팅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나 친구의 소개팅을 성공시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게임에 임하는 스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등 자신만의 특징을 찾고자 애썼다. 비록 차 장면은 자극성에 기댄 바가 크고, 게임 장면은 게임 자체가 이미 참신하지 못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기 색을 찾기 위한 시도 자체는 지지 받을 만했다. 적어도 현재의 <스친소>에 비한다면.

몇 번의 변화 끝에 고착화된 지금의 포맷은 자신의 제목 자체를 배반하고 있다. 일단 <스친소>에는 엄밀한 의미로 소개팅이 없다. 이성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메커니즘은 서로 마음이 맞으면 되는 소개팅과는 달리, 다수 출연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이성한테만 마음을 표현하면 평균점수는 깎이게 된다. 심지어 소녀시대 편에서는 복도에서 밥을 먹게 되는 물리적인 벌칙으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가치관은 최종결정에서도 드러난다. MC 이휘재와 현영은 본인들이 주선자였을 때 각자의 친구 중 누가 더 많은 표를 받을지를 두고 내기를 했다. 결국 <스친소>의 지배적 성격은 소개팅이 아니라 인기투표인 셈이다. 굳이 소개팅을 받고 있는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건 상대편 출연자가 아니라 시청자들이다. 소개팅이 인기투표로 바뀌고, 소개를 받는 대상이 시청자로 옮겨가게 되면서 ‘스타의 친구’들은 ‘끼 많은 TV형 일반인이나 준 연예인’들로 대체된다. 당연히 출연자끼리의 소통보다는 개인별 능력이 강조된다. 이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붐과 붐의 친구들이다. 일종의 깍두기 개념인 붐은 <스친소>에 재미와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공로자이기도 하지만, ‘친구를 소개한다’는 말을 가장 격하게 허물어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의 친구들은 사실 소개팅 남녀라고 하기보다는 붐 자신이 출연하기 위해 힘들게 공수해온 끼 많고 개성적인 캐릭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한다는 공허한 문장

<스친소>는 여전히 ‘스타’, ‘친구’, ‘소개’라는 세 가지 요소로 유지되고 있지만, 각 요소들은 나날이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이 균열은 맥락을 뒤흔들었고, 시청자들은 스타와 친구의 관계나 A가 B를 선택하는 과정보다는 출연자들의 얼굴과 개인기, 받은 표 수 등 같은 개별적 이미지만을 기억하게 되었다. ‘스타’, ‘친구’, ‘소개’라는 단어는 존재해도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맥락 있는 문장으로 완성되지는 못하는 프로그램, 그것이 현재 <스친소>의 모습이다. 그래서 <스친소>는 공허하다.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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