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에 이어, 이번 주 역시 조스 위든이 만든 폭스 TV의 시리즈 <파이어플라이>를 소개한다. 지난 2002년 9월부터 2003년 8월까지 방영되고 조기 종영됐던 이 시리즈는 일종의 변종 서부극으로 유난히 등한시되어 온 웨스턴과 공상과학을 접합시켰다. 그러나 총 제작된 14편의 에피소드 중 11편만 방영되고, 조기 종영됐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 동안에도 열혈팬들이 생겨, 이들이 조기종영을 반대하는 캠페인과 종영 후 타방송사로의 이전 캠페인 등을 펼치기도 했다. 팬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방송되지 않은 3편의 에피소드와 당초 위든이 의도한 와이드스크린 포멧 DVD를 발매, 당시 아마존닷컴 차트 1위 (500,000 세트 판매)에 올려놓기도 했다. 덕분에 TV에서 조기 종영된 시리즈가 영화로 제작되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파이어플라이>의 영화판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의해 <세레니티>라는 이름으로 2005년 9월에 미 전역에서 개봉했다.

우주선을 타고 떠도는 한솔로와 패잔병들

이 시리즈는 위든이 허니문에서 돌아오는 길에 읽은 소설 <더 킬러 엔젤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위든은 황폐하고 미개척된 서부시대를 공상과학 장르와 결합시켰다. 주인공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의상이나 말투, 무기, 총격전 방식, 추격 장면은 등이 정통 서부극을 방불케 하는 반면 우주선 비행 장면이나 내부 구조 등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우주를 소리 없이 적막하게 묘사하는 등), 실제 사람들이 생활한 것처럼 캐릭터의 성격을 잘 반영한 세트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파이어플라이>의 배경은 2517년,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킨 인간은 태양계를 떠나 다른 은하계 여러 행성에서 생활한다. 21세기 국가 중 결국 이 시대까지 살아남은 것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이 두 국가의 상업성이 짙은 문화뿐이다. 그러나 나라가 아닌 대기업을 바탕으로 한 이 동맹국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보다는 억압하는 존재로 커간다. 이에 반발해 내전을 일으킨 저항군 중 전투에서 살아남은 군인 말콤 말 레이놀즈 (네이선 필리온)와 그의 부대원 조이 워시번 (지나 토레스)은 반딧불이 형상을 한 오래된 우주선 ‘세레니티’를 고쳐, 동맹국의 레이더망을 피해가며 운송에서 밀수까지 닥치는대로 돈이 되는 일을 한다.

“나는 절대 성인(adult)이 아니다”

이렇게 말과 조이에게 집이 된 ‘세레니티’에는 조이의 남편이자 약간 푼수끼 있는 파일럿 워시 (알란 터딕), 주로 힘쓰는 일을 위해 고용된 성격 고약한 제인 콥 (아담 볼드윈), 섹스를 즐기는 정비사 케일리 (주얼 스테이트) 등이 함께 팀을 이룬다. 여기에 ‘세레니티’의 유료승객들인 26세기 고급창부 이나라 세라 (모레나 바카린), 잘나가던 외과 전문의 사이먼 탬 (숀 마허), 그의 여동생이며 정신분열증상에 영매 능력까지 있는 리버 탬 (섬머 글루), 성직자 데리얼 북 (론 글래스) 등이 더해진다. 내전 패배 후 도덕적인 의식은 물론 모든 것에 대한 믿음도 상실한 주인공 말은 이 9명의 사람들과 함께 우주를 떠돌며 점차 따뜻하고, 정의롭게 변해간다. 말은 한마디로 ‘사색하는 한솔로’라고 보면 되겠다.

<파이어플라이>는 500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했지만, 극 중 인류의 모습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여전히 인류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악한 행동을 저지르고, 평화와 안전을 빌미로 시민들의 인권을 유린한다. 자유로운 생각조차 허락하지 않는 동맹국은 은하계의 식인 유목민 ‘리버스’ 보다 훨씬 두려운 존재다. “나는 절대 성인(adult)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위든은 변호사가 등장하는 ‘어른 시리즈’는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한다. 장르나 특수효과, 스타파워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싶다는 위든은 정말 닮고 싶은 작가 중 하나다. 이제는 최고의 공상과학 영화 및 시리즈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파이어플라이>와 <세레니티>를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와 1997년작 <가타카> 등과 함께 인간다움을 가장 잘 살린 SF 작품들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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