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를 처음 시청한 순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몰상식적인 남녀를 한 집에 몰아넣고 24시간 카메라로 들여다보는 비상식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며칠이 지나자 더 믿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시니컬하던 내가 완전히 <빅 브라더>에 빠져 버린 것이다. <빅 브라더>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빅 브라더>에는 제이드 구디라는 무식하고 처량한 노동계급 처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미워했다. 나도 미워했다. 모두가 미워했다. 바로 그 때문에 제이드 구디는 인기 있었다. 하지만 리얼리티 스타는 한철 감이다. 구디는 재능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다. 당연히 금세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을 2007년에 다시 듣게 됐다. 반짝 인기를 벗어보고자 출연한 <셀러브리티 빅 브라더> 때문이다. 그녀는 같이 출연한 인도 여배우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미국의 니그로(Negro)처럼 인도/파키스탄 사람들을 낮춰 부르는 인종차별적 단어 ‘파키(Paki)’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니네 슬럼가로 돌아가!”라고 소리 질렀다. 영국은 난리가 났다. 인도도 난리가 났다. 여전히 저급한 노동계급 쓰레기였던 구디는 마침내 끝났다(고 믿었다). 예상은 틀렸다. 구디의 이름은 더욱 거대해졌다. 구디는 암에 걸렸다. 자궁암이다. 말기다. 곧 죽는다. 그녀는 결혼식부터 임종까지 모든 것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어 방영할 예정이다. 그녀를 지난 6년간 영국적 저급함의 상징이라 말하던 타블로이드와 대중은 그녀의 결혼이 ‘세기의 결혼’이란다. 내가 보기에 이건 ‘세기의 컴백’이다. 리얼리티에서 태어나 리얼리티 속에서 종말을 맞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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