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농구할 때 같은 편 선수가 들어줘서 덩크슛을 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래도 되는 거야?
아하, 너 이번 올스타전 보고 그러는구나. 마퀸 챈들러가 들어줘서 김태술이 덩크슛한 거 보고 물어보는 거지? 사실 그건 반칙, 아니 정확히 말해 바이얼레이션이야. 이렇게 말해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이나 도구를 이용해서 득점을 하면 안 돼. 다만 이번에는 승부보다는 사람들에게 화려한 경기를 보여주는 게 목적인 올스타전이니까 그냥 그런 것도 시도한 거지. 어쨌든 재밌는 장면이잖아.

바이..뭐? 바이센테니얼? <바이센테니얼 맨>의 그 바이센…
아니, 아니. 바이얼레이션. 그러니까 농구에서 반칙은 아니지만 규칙에는 어긋나는 행동 전체를 총칭하는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규칙에 어긋나면 반칙인 거 아니야?
뭐, 말의 뜻만 가지고 따지면 그렇긴 하지. 그러면 그냥 파울이 아닌 규칙 위반이 바이얼레이션이라고 말하는 게 구분하기 더 쉽겠다. 엄밀하게 우리말 그대로라면 파울이나 바이얼레이션이나 다 반칙이겠지만 아무래도 경기 용어를 번역해서 쓰다보면 의미를 한정시킬 필요가 있어서 보통 파울은 반칙이라 말해. 그러다보니 바이얼레이션은 그냥 바이얼레이션이라고 말하고.

그렇게 말해봤자 파울과 바이얼…뭔지에 대한 구분이 되는 건 아니라고.
쉽게 말해서 파울은 상대방 선수에게 부당한 신체 접촉을 해서 플레이를 방해하는 거라고 보면 돼. 상대방이 수비수를 뚫으려고 하는데 옷을 잡아당긴다든가, 민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공격수가 수비수를 거칠게 밀면서 슛을 시도하는 행위들이 파울인 거지. 보통 공격하는 쪽에서 파울을 하면 오펜스 파울, 수비하는 쪽에서 하면 디펜스 파울이라고 그래. 신체 접촉이 문제가 되다보니까 파울 이름 중에는 엘보우 파울이나 펀칭 파울 같은 용어들도 있어. 꼭 무슨 격투기 용어 같지?

그럼 농구 선수들은 절대 서로 몸이 닿지 않는 상태로 경기를 하는 거야? 보면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던데.
원칙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몸싸움이 용납되지. 사람의 손이랑 팔이랑 몸통이랑 다리가 다 연결되어 있는데 손으로 공만 건드리고 상대방 몸에 닿지 않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잖아. 공이 림에 맞고 튕겨 나오는 걸 잡으려고 여러 명이 뛰어오를 때도 공만 스윽 잡고 서로의 몸에 부딪치지 않는 걸 바랄 수는 없지. 그래서 수비수가 한 자리에서 드리블하면서 서있는 공격수의 등을 팔꿈치로 압박해서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의 행동은 예외로 쳐. 반대로 그 상황에서 공격수가 어깨로 수비수를 슬쩍 밀쳐서 공간을 만든 다음에 슛을 하는 것도 심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고.

아무튼 파울은 그렇다 치고, 바이얼은 어떤 건데?
이젠 그냥 바이얼이냐. 바이얼레이션은 파울처럼 어떤 악질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농구라는 경기의 룰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보면 될 거야. 농구할 때 선수들이 공을 튕기면서, 그러니까 드리블하면서 가지 미식축구처럼 공을 끌어안고 뛰어가진 않잖아. 그건 농구에서 공을 드리블하지 않고 3걸음 이상 걸으면 안 되는 룰이 있기 때문이야. 그걸 어기면 바이얼레이션인 거지. 아니면 공을 들고 5초 이상 드리블이나 패스, 슛을 안 하고 가만히 서있어도 바이얼레이션에 걸리고, 공격팀에서 서로 공을 패스하며 24초를 넘겨도 마찬가지야. 후자 같은 룰이 있는 건 경기 자체를 빠르고 재밌게 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이기고 있는 팀이 공을 돌리면서 시간을 끄는 걸 방지하는 효과도 있지.

그런데 어차피 두 가지 모두 규칙 위반인데 그렇게 구분할 필요가 있어?
응, 있어. 바이얼레이션을 하면 상대편에게 공격권을 주는데 그치지만 파울의 경우엔 한 사람이 5번 파울을 하면 퇴장당하거든. 미국프로농구 같은 경우에는 6반칙 퇴장이지만. 또 슛을 시도하는 선수에게 파울을 하면 파울은 파울대로 기록하고, 슛을 시도하던 선수가 자유투까지 쏠 수 있어. 그러니까 파울이 훨씬 안 좋지.

그렇구나. 그런데 아까 엘보우랑 펀칭 파울도 있다며. 팔꿈치나 주먹으로 상대방을 치는 것도 밀거나 당기는 것처럼 그냥 파울 하나로만 기록되는 거야?
상황에 따라 다르지. 경기를 하다보면 공격하는 선수가 몸을 세차게 흔들어서 수비수를 위협하다가 재수 없게 팔꿈치로 때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식의 엘보우 파울은 그냥 보통의 파울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슬램덩크>에서 ‘에이스 킬러’ 남훈이 서태웅을 팔꿈치로 가격해 한 쪽 눈을 붓게 했는데도 그냥 파울 하나로만 기록된 건 그것 때문이야.

팔꿈치는 그럴지 몰라도 우연히 주먹으로 때리긴 어렵지 않아?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래도 정말 우연히 그런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펀칭 파울은 퇴장을 시킨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야. 대신 테크니컬 파울이라는 게 있지.

산 넘어 산이네. 그건 또 뭔데?
쉽게 말해서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심판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벌이라고 할 수 있지. 경기 중간에 시비가 붙어서 주먹으로 때리거나, 덩크슛을 시도하는 척 하면서 상대 선수에게 플라잉 니킥을 날리거나, 엄청 심한 욕설을 상대 선수나 심판에게 한다거나 하는 그런 거. 이 땐 심판 재량으로 바로 퇴장시킬 수 있어. 혹 바로 퇴장시키지 않더라도 만약 테크니컬 파울을 한 번 더하면 규정상 바로 퇴장이고. 축구로 치면 바로 레드카드를 받는 거라고 볼 수 있겠지.

그런데 그것도 판정을 내리긴 약간 애매하긴 하겠다. 심판이 사람인만큼 너무 엄하게 판정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긴 한데 보통 누구나 납득하는 상식이라는 게 있잖아. 그냥 딱 봐도 하면 안 되는 그런 거. 뭐, 아닌 말로 수비수를 너무 과격하게 제압하다가 죽게 하면 이건 뭐 그냥 퇴장이지. 아니, 구속감이긴한데 경기로만 따지면 그렇다고. 거기서 수비수가 팔꿈치로 위협을 했네 뭐네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응? 그런데도 퇴장 안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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