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져(I dee-ser)_ I-doser를 뛰어넘는 중독성을 지닌 무서운 사이버 마약. 주로 짧은 동영상 파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감상하는 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후유증들을 남긴다.아래의 보고서는 사이버 마약을 습관적으로 상습복용 해온 방송작가 김종민 (만 31세, 추정 정신연령은 12세)의 취조기록 입니다. 조사결과 피고는 심각한 사이버 마약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현재 인터넷 사용금지 100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사이버 폐인 재활센터에서 요양 중입니다.
수사관: 오래 기다렸지? 자 그럼 이제 취조를 시작해 볼까?
김종민: 네… 그런데 님하, 제가 여기 끌려온 이유가 뭔가염? 혹시 저번 주에 쓴 칼럼 때문인거임?
수사관: 인터넷 용어 쓰지 마라. 그리고 나라사랑 랩 송하고는 상관없어. 이미 그 칼럼에 담겨있는 아이디어들은 높으신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서 음악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니까. 쯧, 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너도 인생 확 피는 거였는데 좀 안됐다.
김종민: 그러면 도대체 제가 잘못한 게 뭔가염?
수사관: 인터넷 용어 쓰지 말랬지? 그리고 너 아이디져에 대해 할 말 없어?
김종민: 헉! 그, 그걸 어떻게?
수사관: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숨길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서로 피곤하지 않게 가자고.
김종민: 휴우~ 알았어염 님하… 뭐 이렇게 된 거 다 말하게연… 차라리 마음이 편하네여 사실은 저도 지금까지 너무 괴로웠거든여…
수사관: 말 똑바로 안 하면 공무집행방해죄 추가한다!
김종민: 아 알겠어여 아니, 알겠습니다 님하!
수사관: 쯧… 그러면 이제 아이디져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말해봐.
김종민: 그러니까 그게… 한 1개월 전인데여. 할 일도 없고 해서 신작 야동 좀 받으려고 P2P 사이트에 들어갔었거든여. 그런데 누가 거기에 ‘아이디져 (I dee-ser)라는 압축파일을 올려 놓았더라구여. 홍보문구가 “I-doser를 뛰어넘는 신종 사이버 마약! 디질 때 까지 보게 된다!”라고 되어 있길래 호기심에 그만…
수사관: 그러면 그전에는 I doser에 중독되어있었다는 말이야?
김종민: 아뇨 I doser는 몇 십 분씩이나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길래 일찌감치 관심을 끊고 있었거든여. 왜냐하면 제가 게임 할 때 빼고는 집중력이 3분을 넘기지 못하는 체질이라. ㅋㅋㅋ
수사관: 어쭈, 웃어? 이게 진짜! (퍽)
김종민: 꺄아아앙! 죄송해여! 제가 원래 표현이 이래여! ㅠ.ㅜ
수사관: 휴~ 참자 참어. 그래 뭐 하여튼 그래서 아이디져를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 어땠어?
김종민: 아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져? 그냥… 미융미융 x 1000 이랄까…?
첫 번째 동영상이 퀵 해피 (QUICK HAPPY)라는 제목이 붙은 파일이었는데여 설명서 파일에 나와있는 증상은 ‘빠른 시간 내에 약효가 돌면서 금방 행복해진다’ 라고 되어있더라구여… 근데 처음 볼 때는 ‘이게 뭐야’ 하고 그냥 픽 웃고 말았는데 나중에 컴퓨터를 끄고 나니까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여… 그 비명소리도 자꾸 귓가를 맴도는 게…
수사관: 그렇게 중독이 되기 시작했다 이거지?
김종민: 네… 그래서 그 다음엔 그것보다 조금 더 센 거를 도전해 봤거든염… 그건 제목이 휘로인 (WHEE-ROIN)이였구여… 설명서 파일에는 증상이 ‘처음엔 좀 어지럽다가 잠시 후에 엄청나게 유쾌해진다’ 라고 되어있었어여. 근데 진짜 그렇게 되더라구여…
수사관: 그리고 그 다음은?
김종민: 조금 더 센 파일에 도전해봤져… 핫 튜나 (HOT TUNA) 라는 파일이었구여… 이건 증상이 ‘계속보고 있으면 강한 식욕을 느낌과 동시에 유체이탈을 경험한다’ 고 되어있더라구여. 아 근데 정말 정신이 빙글빙글 돌면서 배가 고픈 게 막 미치겠더라구여. 그러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게 멈출 수가 없어서…
수사관: 그때쯤 그만뒀어야지!
김종민: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여… 그 다음 동영상 제목이 너무 야시시 한 게 완전 호기심을 자극하더라구여… 일단 그건 파일 중에서도 19금 카테고리에 들어가있던건데여, 제목이 엑스타시 (ECSTACY) 라고 되어 있었구여, 증상이 ‘미칠듯한 오르가즘과 함께 음악의 희열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라고 되어있더라구여…
수사관: 그래서 희열을 느꼈어?
김종민: 네… 왠지 모르게 어렸을 때 보던 제목 없는 비디오 생각도 막 나고… 그러다 보니까 이번엔 아예 더 강한 걸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여. 그래서 초강력 마약류에 해당한다는 크레이지 도브 (CRAZY DOVE)에 도전했져… 설명서 파일에는 증상이 ‘최고로 강력한 마약성, 미칠듯한 중독’ 이라고 되어있던데… 정말 엄청나게 중독되더라구여… 다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계속 ‘마시쩡!!!’을 외치게 되는 게…
수사관: 또 그 다음은 뭐였어?
김종민: 역시 중독성이 무시무시하다는 스테로이드 (STEROID)에 도전했어여…증상은 ‘신체 능력의 엄청난 증가’ 라고 되어있었는데… 진짜 보고 나니까 온몸에 힘이 막 불끈불끈 솟더라구여… 아무거나 두들기고 싶고 헤드뱅잉을 하고 싶어지는 게 또 미치겠더라구여… 아, 그 흥분을 어떻게 가라앉혔는지 정말…
수사관: 어떻게 가라앉혔는데?
김종민: 아이디져 중에서 가장 평화로운 영상이라는 각성(AMEN) 파일을 봤져…
다른 파일들과는 달리 진짜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뭔가 성스러운 기분까지’ 들더라구여.
수사관: 휴… 그러면 하루에 그렇게 많은 파일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봤다는 말이야?
김종민: 네… 나중에는 너무 중독이 강하게 되어버려서 하루라도 그 동영상들을 안보면 견딜 수가 없더라구여… 정말 아이디져 때문에 디지는줄 알았어여… 지금이라도 이렇게 끊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게 다행인 것 같아여…
수사관: 그렇군… 그래 이만하면 조사는 충분히 한 것 같으니까 이제 증거자료들을 확인해 볼까? 여기 니 노트북에 아이디져 파일 있지? 클릭해봐!
김종민: 아악! 안되염 님하! 진짜 그러다 큰일나염!!! ㅠ.ㅜ
수사관: 걱정 마라 자식아! 내 인내력은 너처럼 의지박약한 놈들과는 차원이 틀려! 어서 동영상이나 클릭해 보라구!!!
김종민: 흑… 난 몰라연… (클릭클릭)
수사관: (아이디져 시청 중)…………………………………
김종민: 저… 저기요…? 형사님? 형사님 괜찮으세여? 형사님…?
수사관: 마,마…
김종민: 네? 뭐라구여?
수사관: 마시쩡!!!!!!!!!!!
김종민: 꺄아아아아아아아앙!!! 내 이럴 줄 알았지!!!!
글. 김종민 (방송작가)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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