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감쪽같은 그녀’ 스틸컷./ 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영화 ‘감쪽같은 그녀’ 스틸컷./ 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72살 꽃청춘 할매’ 변말순(나문희 분)은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 한 공원에서 한 땀 한 땀 수놓은 손수건을 팔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 한 동네 사는 여자들 몇 명과 화투 놀이를 즐긴다. 그렇게 말년까지 무사 무탈한 인생만 남았을 줄 알았다. 어느 날 생판 처음 본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찾아왔다. 엄마의 유골함을 내밀더니 “이름은 공주(김수안 분), 나이는 12살. 뒤에 있는 동생은 진주”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이 ‘손녀’라고 주장한다.

말순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공주가 풀어 놓는 사연에 귀 기울인다. 무엇이 어찌됐든 가엾은 아이들을 문전박대할 만큼 모진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공주와 진주는 자연스럽게 말순 집에 얹혀살게 된다.

공주는 ‘애어른’이다. 집안 살림부터 동생을 돌보는 일까지 능수능란하다. 학교에서 자신을 왕따 시키려는 아이들을 다루는 법도 터득했다. 말순은 심란하다. 혼자 살다 아이가 둘이나 생기니 몸도 마음도 정신이 없다. 12살밖에 안 먹은 애가 잔소리는 어찌나 심한지 은근 스트레스다. 그보다 먹고살기도 힘든 마당에 진주의 기저귀, 분유값이 더 걱정이다.

외모, 성격, 취향까지 모든 것이 극과 극인 말순과 공주는 티격태격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지낸다. 말순은 그게 싫지만은 않다. 오랜만에 사람사는 집다워서 좋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동거는 아득하고 깜깜하게만 느껴진다. 말순과 공주가 지닌 감쪽같은 비밀은 무엇일까. 그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TEN 리뷰] '감쪽같은 그녀', 얼굴만으로 감성을 '툭' 건드리는 나문희
영화 ‘감쪽같은 그녀’ 스틸./ 사진제공=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영화 ‘감쪽같은 그녀’ 스틸./ 사진제공=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감쪽같은 그녀’는 72세 꽃청춘 말순 할매 앞에 듣도 보도 못한 공주가 손녀로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막히고 수상한 동거를 담은 영화다.

극 초반 말순과 공주의 첫 만남부터 동거를 시작하기까지 전개가 상당히 빠르다. 처음엔 런닝타임 104분을 어떤 이야기로 채울까 싶었지만 영화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신선한 소재라 할 수 없고 이야기의 전개나 연출 방식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졸지에 한 가족이 된 세 사람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소소한 웃음과 감동으로 담아낸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영화에 힘을 실은 건 ’59년 연기 내공’ 나문희의 열연이다. 나문희는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도 그저 주름 가득한 얼굴 모습만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툭’ 건드린다. 큰 스크린에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거나, 울분을 토하는 장면에선 목이 멜 정도다. 여기에 섬세한 표정 변화와 목소리만으로 말순이 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며 몰입도를 높인다.

‘감쪽같은 그녀’ 나문희./ 사진제공=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감쪽같은 그녀’ 나문희./ 사진제공=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부산행’ ‘신과 함께: 죄와 벌’ 등으로 관객에게 익숙한 김수안은 차친 부산 사투리는 물론 대선배 나문희 못지 않은 감정 연기로 남다른 연기력을 증명한다. 실제로 65살 나이 차가 나는 나문희와 김수안의 연기 호흡이 관전포인트다.

김수안뿐만 아니라 우람(임한빈 분), 황숙(강보경 분) 등 아역 배우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귀여운 아역들의 깨알같은 코믹 연기도 쏠쏠한 재미를 안긴다.

오는 4일 개봉.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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