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정말 오랜만에 제 작품을 보면서 울었어요. 극 중 인물들이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현실이, 그런 치부를 들킨 것이 슬프게 다가왔죠.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모습이 씁쓸하게도 우리 현실과 다를 바 없었거든요. 이 영화를 보신 관객들도 빈 가방에 두둑하게 메시지를 담아가는 기분을 느낄 거라고 확신합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카센타’에서 시골 카센터 사장 재구를 연기한 배우 박용우는 이렇게 말했다. ‘카센타’는 멀쩡한 차들이 펑크가 나도록 카센터 사장 부부가 도로에 못을 거꾸로 박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한국형 생계범죄 블랙코미디물이다. 지난달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카센타’는 하윤재 감독이 10년 전 남해 여행길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당시 타이어가 펑크 나 보험회사에 연락했더니 주말이라 두 시간은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때 도로변에 현란하게 ‘빵꾸’라고 적힌 카센터를 본 데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박용우는 “소재는 흔하지만 서사나 주제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며 “이런 느낌의 한국 영화는 처음이라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말했다.
박용우는 재구 역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극 중 재구는 펑크 차량이 늘어날수록 많은 돈을 더 벌게 되자 욕망과 양심 앞에서 갈등하는 캐릭터다. 재구는 손톱 밑에 기름때가 낀 채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후줄근한 이미지다. 평소 깔끔한 이미지의 박용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박용우는 “재구의 그런 면이 섹시하게 다가왔다”며 “배우는 맡은 역할에 가장 잘 어울렸을 때 섹시한 것 같다. 코믹하면서도 거친 모습이 나에게 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연기로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런 작품을 대하고 나면 스스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고) 말 그대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자유롭게 하되 최대한 절제하려 노력했습니다. 재구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의 모습이 부각돼야 했거든요.”
아내 순영 역을 맡은 배우 조은지와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13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박용우는 “(조은지를) 처음 본 건 임상수 감독의 ‘눈물'(2001)에서였다”며 “당시 오디션 영상을 봤는데 인상이 강렬했다. 그 친구의 대사를 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때 그 친구의 슬픔을 봤어요. 울거나 슬픈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그때부터 배우 조은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표정 하나에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그에 연기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재구네 부부는 여러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들의 선택은 뜻밖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웃기는 상황 속에서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박용우는 “포복절도할 만한 웃음은 없지만 ‘피식’하거나 ‘이게 뭐야’ 하는 웃음, 혹은 동정의 웃음도 있다. 그런 다양한 증폭의 웃음과 아이러니가 많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재구와 순영의 격렬한 몸싸움 장면은 기본적인 동선과 최소한의 대사만 주어진 상황에서 두 배우가 애드리브로 연기했다. 박용우는 “감독님이 재구는 ‘그래도 우리 사람이잖아’, 순영은 ‘지렁이 하나만 밟는다고 될 일이 아니야’라는 말만 해달라고 했다. 설정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한 마디로 연기자에게 모든걸 맡긴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 속 감정의 본질은 초라함, 연약함, 지질함 같은 거예요.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지만 애써 감추고 싶은 본 모습이죠. 관객들이 재구네 부부를 보면서 그런 인간의 연약함에 공감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부부가 방바닥을 뒹굴며 싸우는 장면에서 ‘인생이 왜 저래?’ ‘참 지질하다’ 라고만 느껴도 제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박용우는 영화 ‘쉬리’ ‘아이들…’ ‘순정’, 드라마 ‘제중원’ ‘프리스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지난 23일 방송된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20-오우거’에서는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한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윤계상, 임지연과 함께 출연한 영화 ‘유체이탈자’는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한지 20년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배우로서의 시작이라고 느낍니다. 음악으로 치면 이제 즉흥 연주를 시작할 수 있는 단계랄까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로 여겨졌던 상황들조차 즐길 수 있게 됐거든요. 앞으로 보여드릴 저의 모습이 저도 기대됩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카센타’에서 시골 카센터 사장 재구를 연기한 배우 박용우는 이렇게 말했다. ‘카센타’는 멀쩡한 차들이 펑크가 나도록 카센터 사장 부부가 도로에 못을 거꾸로 박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한국형 생계범죄 블랙코미디물이다. 지난달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카센타’는 하윤재 감독이 10년 전 남해 여행길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당시 타이어가 펑크 나 보험회사에 연락했더니 주말이라 두 시간은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때 도로변에 현란하게 ‘빵꾸’라고 적힌 카센터를 본 데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박용우는 “소재는 흔하지만 서사나 주제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며 “이런 느낌의 한국 영화는 처음이라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말했다.
박용우는 재구 역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극 중 재구는 펑크 차량이 늘어날수록 많은 돈을 더 벌게 되자 욕망과 양심 앞에서 갈등하는 캐릭터다. 재구는 손톱 밑에 기름때가 낀 채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후줄근한 이미지다. 평소 깔끔한 이미지의 박용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박용우는 “재구의 그런 면이 섹시하게 다가왔다”며 “배우는 맡은 역할에 가장 잘 어울렸을 때 섹시한 것 같다. 코믹하면서도 거친 모습이 나에게 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연기로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런 작품을 대하고 나면 스스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고) 말 그대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자유롭게 하되 최대한 절제하려 노력했습니다. 재구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의 모습이 부각돼야 했거든요.”
“그때 그 친구의 슬픔을 봤어요. 울거나 슬픈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그때부터 배우 조은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표정 하나에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그에 연기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재구네 부부는 여러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들의 선택은 뜻밖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웃기는 상황 속에서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박용우는 “포복절도할 만한 웃음은 없지만 ‘피식’하거나 ‘이게 뭐야’ 하는 웃음, 혹은 동정의 웃음도 있다. 그런 다양한 증폭의 웃음과 아이러니가 많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재구와 순영의 격렬한 몸싸움 장면은 기본적인 동선과 최소한의 대사만 주어진 상황에서 두 배우가 애드리브로 연기했다. 박용우는 “감독님이 재구는 ‘그래도 우리 사람이잖아’, 순영은 ‘지렁이 하나만 밟는다고 될 일이 아니야’라는 말만 해달라고 했다. 설정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한 마디로 연기자에게 모든걸 맡긴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 속 감정의 본질은 초라함, 연약함, 지질함 같은 거예요.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지만 애써 감추고 싶은 본 모습이죠. 관객들이 재구네 부부를 보면서 그런 인간의 연약함에 공감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부부가 방바닥을 뒹굴며 싸우는 장면에서 ‘인생이 왜 저래?’ ‘참 지질하다’ 라고만 느껴도 제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데뷔한지 20년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배우로서의 시작이라고 느낍니다. 음악으로 치면 이제 즉흥 연주를 시작할 수 있는 단계랄까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로 여겨졌던 상황들조차 즐길 수 있게 됐거든요. 앞으로 보여드릴 저의 모습이 저도 기대됩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