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한국성우협회 등에 따르면 박일은 이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평소 지병이 없던 고인은 수면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성우들은 평소 건강하던 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를 사랑하던 네티즌들도 슬픔에 빠진 채 애도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너무 갑작스럽다. 명품 목소리는 영원히 남을 것” “이제 버즈는 누가 한담”, “TV 외화 더빙 들었던 세대인데 안타깝다. 더 이상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버즈”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인은 1967년 TBC 3기 공채 성우로 데뷔해 1970년부터 MBC 성우극회 소속 4기로 활동했다. 미성에 호남형 외모로 젊은 시절부터 큰 인기를 끈 성우였다. 성우로 시작했지만 라디오극부터 외화 더빙, TV드라마와 쇼프그램 출연까지 폭넓게 활동했다.
특히 ‘외화 더빙’ 하면 ‘박일’이라고 할 정도로 수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알파치노, 피어스 브로서넌, 말론 브랜도 등 톱배우들의 목소리를 연기하며 사랑받았다.
애니메이션 더빙도 활발했다. ‘람보’ ‘마징가Z’ ‘우주전사 버즈’ ‘은하철도 999’ ‘인크레더블’ 등 수많은 작품을 더빙했고, 최근에는 ‘토이스토리4’의 더빙에도 참여했다. ‘토이스토리’의 경우 유작이 된 ‘토이스토리4’를 포함해 24년 간 전 시리즈에서 버즈 라이트이어를 연기했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젊은 세대에 친숙한 성우로 남은 것은 이런 까닭이다.
TV 드라마로는 ‘조선왕조오백년 설중매'(1984), ‘제1공화국'(1981), ‘육남매'(1998), ‘푸른거탑'(2013), ‘황금거탑'(2014), ‘라이프 온 마스'(2018) 등에 참여했다. ‘스타크래프트’ 등 여러 종류의 게임과 광고 등에서도 활약했다. 뿐만 아니라 성우 교육 아카데미를 설립해 동료들과 함께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일 오전 8시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