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김동욱: 그러게, 다들 늦게까지 안 가더라.
10. ‘조장풍’이 시청률 8.3%로 종영했다. 기분이 좋았던 이유가 시청률때문이었나, 아니면 사이가 좋아서였나? 종영 소감도 궁금하다.
김동욱: 그들이 어떤 기분인진 나는 모른다. 다만 종방연 때 드라마가 잘 끝나서 좋았다. 시청률도 그래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끝났으니까.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첫 원톱주연이라 보여줄 것도 많았는데, 이것이 무사무탈하게 끝났다는 게 나한테는 아주 뜻 깊다.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 촬영이 워낙 조진갑 위주이다보니, 동료들과 촬영 때 말고는 다 같이 보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같이 밥 먹자고 하고 데려갔다. ‘촬영 끝나고 맥주라도 한 잔 하자’는 얘기는 많이 했는데 다들 바빠서 그런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해 끝나고 엠티도 계획 중이다.
10. 근로감독관이라는 직업이 국내 드라마에서는 처음이었는데 어떻게 풀어갔나?
김동욱: ‘이 드라마에서는 이 직업은 이런 일을 하는 거야’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럴 마음도 없었다. 그건 극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조진갑을 봤을 때 ‘저런 사람이 내 주변에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진 않기를 바랐다. 양 쪽을 고민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10. 액션 신 호평이 많았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김동욱: 유도 기술 수업 받고 연습했다. 액션이 잘 나왔다고 한다면, 무술 감독님이 멋지게 디자인을 해줘서 그렇다. 다행이다. 사실 부담이 많이 됐다. 유도 액션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작품은 없어서 사람들이 ‘이런 액션도 매력이 있네’라고 생각했으면 했다. ‘유도 출신 맞냐, 왜 저래’라는 말이 안 나와서 다행이다. 늘 어떤 것이든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걸 해내는 건 힘들다. 유도는 하면서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인 운동이긴 했다. 그런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10. ‘조장풍‘은 만화적인 색채도 띠지만, 현실적인 에피소드가 주는 묵직함이 강했다. 원톱 주연으로서 두 가지 다른 톤을 오가는 게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조절했나?
김동욱: 굉장히 중요하게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현실 이슈를 담은 에피소드는 사건 자체가 허구가 아니라서 조심스러웠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현장에서도 감독님과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진갑이 약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 진갑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진솔하고 진지한 모습이었면 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반대로 그걸 해결하는 상황 자체는 만화적으로 하려고 했다. 인물이 사건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하는 마음을 먹기까지의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신뢰를 얻는다면 그 다음이 좀 만화적이어도 충분히 불편함 없이 공감을 이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아주 진실되고 신뢰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10. 그 마음이 잘 전달이 됐다고 생각하나?
김동욱: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었다면 그런 것 같다. 나는 몰라도.
10. 배우는 직업인이긴 하지만 직장인을 비롯한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과는 좀 다르다. 공장 노동자, 버스 운전기사 등 다양한 사람들의 억울한 사연에 어떻게 공감했나?
김동욱: 그건 그렇다. 그런데 나도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조진갑이 만나는 인물의 직업군이 생소할 순 있어도, 그들이 경험하는 고민들이 낯선 일은 아니었다. 나도 여러 사건을 간접적으로 접했던 사람으로서 분노가 일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을 느껴왔다. 우리 이야기가 아픔을 공감하는데 큰 노력이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연에 있어서는 조심스럽기는 했다. 내가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당사자의 아픔을 온전히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진갑을 통해서는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최대한 진지하고 성의 있게 경청하려고 노력했다.
10. 조진갑을 무조건적인 히어로가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으로 그린 것 같다.
김동욱: 진갑이가 사람들의 사연을 100% 다 이해하기 때문에 히어로가 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갑은 억울한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움직였고, 그런 마음이 투영돼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화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한 거고.
10. 조진갑은 극 초반엔 권태로운 공무원이었다 사연을 접하고 정의롭게 변화해나간다. 당신은 극 초반과 후반, 어떤 유형의 조진갑에 더 닮았나?
김동욱: 닮은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실제의 삶에서 조진갑과 같은 위치에 있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모습이 닮았어요’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조진갑처럼 사람을 소중하게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면에서는 닮았다. 조진갑이 정의롭게 변하고, 주위에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의 첫 번째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소중함을 알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극 초반에는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됐던 거고. 그런 면에서 조진갑도 변화해갔고, 사람들도 그에게 자꾸만 끌리게 되고, 신뢰하게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사람을 소중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0. 10kg을 증량한 ‘아재 핏’이 훌륭했다. 무채색 니트, 꾸밈 없는 경량 패딩 등도 무기력한 직업인이자 공무원의 옷으로 비리 기업을 이기는 모습이 새로워 보였다.
김동욱: 진짜 길가다 볼 수 있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으면 했다. 색감이나 스타일에 있어서 최대한 튀지 않았으면 했다. 멋내는 느낌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스타일리스트와 옷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이 얘기했다. 여러 옷들을 보여주시면 제일 안 튀는 제일 무난한 스타일의 옷을 고르면서 조율해나갔다.
10. 배우로서 10kg 증량하는 건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평소 몸에 살을 찌워도 이전처럼 호감있는 외모를 만들 확신이 있었나.
김동욱: 나도 작가님도 그것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은 않았다. 유도선수 출신이고, 아저씨니까 살을 힘들게 찌웠는데 사람들이 보기에 별로라면, 그러면 어떡하지? 조진갑을 안 보고 싶어 하면 어떡하지? 이런 거.
10. 지금은 살이 좀 빠졌는데, 바뀐 외모에는 만족했나?
김동욱: 캐릭터에 있어서는, 조진갑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호감이 쌓이다 보니 그런 모습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런데 배우로서 나에 대해서는 그렇게 안 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다. 캐릭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런 패션과 그런 비주얼을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배우가 이제 좀 내려놨구나. 관리 안하는 구나. 나이 먹더니 신경 안 쓰는구나…’ 이렇게. (웃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특별히 어떤 모습을 만들려고 관리하는 상태는 아니다. 기존의 식습관이 좀 많이 망가져서, 건강 차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받는 작품에 따라 달라질 거다.
10. 영화 ‘신과 함께’부터 ‘손 더 게스트’ ‘조장풍’까지. 기세가 좋다. 작품이 잘 되어가는 가운데 인지도나 태도, 보상 등 스스로에게 변화가 있다면?
김동욱: 말씀하신 거 다 달라졌다. 달라져서 따로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인기와 페이 등등은 항상 상황에 따라 또 변하는 거다. ㅤ
10. 페이가 달라지면 환경도 달라지고 세상도 달라 보이고 그런가?
김동욱: 기본소득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이 달라보이는 건 남들도 다 똑같지 않나? 임금이 달라지면 다 달라지는 건 맞지 않을까. 줄면 또 주는 대로 달라진다. 그런데 뭐 그런 건 다 변화하는 거다.
10. 물욕이 없어보였는데.
김동욱: 그렇지 않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모두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인데. (웃음)
10. 그렇다면, 삶의 1순위는 뭔가?
김동욱: 그건 사람이고, 관계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은 잃고 싶지 않다. 혼자 살면 너무 삶이 힘들고 외로울 것 같아서. 사람에게 잘 대해주려고 한다.
10. ‘조장풍’은 현실 히어로같은 이야기였다. 스스로에게도 사소하게라도 히어로같은 사람들이 있었나? 혹은 스스로가 도와준 사람이라거나.
김동욱: 소소하겐 많이 있지 않았을까. 인간은 원래 늘 도움을 주고받고 살아간다. 이번 작품들도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서 잘됐다. 도움을 받지 않고 사람은 살 수 없다.
10. 반대로 조진갑같은 캐릭터는 현실에 없어서 더 주목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동욱: 그런 사람들이, 없나? 있다. 다만 조진갑은 너무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면서 한 사람이 모든 걸 해결해줬기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한다. 현실에서 정말 남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살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도 실제 존재하는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집약돼 있는 캐릭터가 조진갑이었을 뿐이다. 조진갑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전혀 존재할 수 없는 모습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목숨 걸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들,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있는데 왜 없나.
10. 앞서 스태프들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드라마가 잘됐다고 말했다. ‘조장풍’은 근로환경이 좋아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에서도 응원을 받은 걸로 안다.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연기도 노동이라고 생각하나? 절대적인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김동욱: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일종의 다 노동이 아닐까. 내가 하는 노동이 무엇을,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예술이 되기도 하고 다른 무엇이 되기도 한다. 예술도 결국은 결과물이다. 모두들 각자 나름의 가치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0. 그렇다면 배우라는 직업인의 삶과 그 결과물들에 대해 만족하는 편인가?
김동욱: 늘 만족과 불만족이 늘 왔다갔다 한다. 내 직업이 배우니까 당연히 남들처럼 그렇다. 각자 직업에 따라 각 직업에 맞는 스트레스와 만족도와 불만족도가 다르고, 같은 직업이라고 해도 그때그때 달라지지않나. 나도 그렇다.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신체적인,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일 하는 게 힘들 때도 있고 그렇다. 그런데 그런 건 그때그때 일하면서 누구나 받는 스트레스 중 하나다. 적어도 아직은 그런 힘듦이 절대 해소되지 않을 스트레스나 문제인 것 같진 않다.
10. ‘손 더 게스트’ 후에는 힘들다고 대답했던데, ‘조장풍’ 끝나고나서는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다. 다음 작품 계획도.
김동욱: 더 힘들다. (웃음) 그 전의 피로가 누적이 된 상태다. 거의 쉬지 못하고 들어와서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다. 여유가 없어서 아직 다른 작품은 보지도 못했다. 며칠 쉬면서 그 다음 생각을 차근차근 해봐야겠다.
10. 영화 ‘신과 함께’ 때 재평가되고 ‘빛을 보고 있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그 표현은 ‘커피프린스 1호점’과 ‘국가대표’ 때도 들어봤다고 하는 인터뷰를 본 적 있다. 이후 ‘손 더 게스트’를 지나 첫 원톱 주연을 맡은 ‘조장풍’까지, 지금은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뭘 기대하면 좋을까?
김동욱: 그런 수식어가 나온다는 게 한편으로는 참 행복하고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랬다. (웃음) 그런데 또 그게 ‘아직까지 듣고 있으니 내가 젊은 건가?’ 하는 느낌도 있었다. 요즘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예전 만큼 그렇게 젊어보이나? 식상하지 않은 느낌인가? 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촬영 끝났으니 좀 쉬고, 이제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10. 종방연에서 다들 집에 가기 싫어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들었다.무채색 경량 패딩을 입고, 목에는 사원증을 걸고, 8자 걸음으로 걷는다. 사무실에 앉아서는 피로한 표정을 짓더니, 과잉 노동에 시달리는 동생을 둔 언니의 사연을 가만히 들어주고, 3100원 때문에 회사에서 잘린 옛 제자이자 버스 운전기사의 이야기에 고개를 숙인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에서 근로감독관 역을 맡은 배우 김동욱의 모습이다. 영화 ‘신과 함께’, 드라마 ‘손더 게스트’에서 작은 체구로 시청자의 감정을 이끌던 김동욱은 첫 원톱주연을 맡은 ‘현실 히어로물’인 ‘조장풍’에서도 섣불리 분노하거나 정의감을 분출하지 않았다. 다만 누구도 듣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이고 변화를 위해 싸우는 조진갑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사이다 드라마’를 위해 거의 모든 엔딩이 약자들의 승리로 장식된 ‘조장풍’의 현실적인 공감도를 끌어올린 것은 이러한 김동욱의 연기 덕이 컸다.
드라마를 마치고 만난 김동욱은 유쾌하게 주위를 통솔하는 ‘조진갑 선생님’과는 달랐다. 천천히, 진중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조진갑은 현실에 없는 인물이기에 사람들이 더 몰입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대답했다. “왜 없어요. 다 있어요. 세상에 좋은 사람들.” “어디에나 좋은 사람 한 명쯤은 있다”고 외치는 극 중 조진갑의 대사와 겹쳐보였다.
김동욱: 그러게, 다들 늦게까지 안 가더라.
10. ‘조장풍’이 시청률 8.3%로 종영했다. 기분이 좋았던 이유가 시청률때문이었나, 아니면 사이가 좋아서였나? 종영 소감도 궁금하다.
김동욱: 그들이 어떤 기분인진 나는 모른다. 다만 종방연 때 드라마가 잘 끝나서 좋았다. 시청률도 그래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끝났으니까.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첫 원톱주연이라 보여줄 것도 많았는데, 이것이 무사무탈하게 끝났다는 게 나한테는 아주 뜻 깊다.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 촬영이 워낙 조진갑 위주이다보니, 동료들과 촬영 때 말고는 다 같이 보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같이 밥 먹자고 하고 데려갔다. ‘촬영 끝나고 맥주라도 한 잔 하자’는 얘기는 많이 했는데 다들 바빠서 그런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해 끝나고 엠티도 계획 중이다.
10. 근로감독관이라는 직업이 국내 드라마에서는 처음이었는데 어떻게 풀어갔나?
김동욱: ‘이 드라마에서는 이 직업은 이런 일을 하는 거야’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럴 마음도 없었다. 그건 극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조진갑을 봤을 때 ‘저런 사람이 내 주변에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진 않기를 바랐다. 양 쪽을 고민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10. 액션 신 호평이 많았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김동욱: 유도 기술 수업 받고 연습했다. 액션이 잘 나왔다고 한다면, 무술 감독님이 멋지게 디자인을 해줘서 그렇다. 다행이다. 사실 부담이 많이 됐다. 유도 액션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작품은 없어서 사람들이 ‘이런 액션도 매력이 있네’라고 생각했으면 했다. ‘유도 출신 맞냐, 왜 저래’라는 말이 안 나와서 다행이다. 늘 어떤 것이든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걸 해내는 건 힘들다. 유도는 하면서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인 운동이긴 했다. 그런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10. ‘조장풍‘은 만화적인 색채도 띠지만, 현실적인 에피소드가 주는 묵직함이 강했다. 원톱 주연으로서 두 가지 다른 톤을 오가는 게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조절했나?
김동욱: 굉장히 중요하게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현실 이슈를 담은 에피소드는 사건 자체가 허구가 아니라서 조심스러웠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현장에서도 감독님과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진갑이 약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 진갑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진솔하고 진지한 모습이었면 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반대로 그걸 해결하는 상황 자체는 만화적으로 하려고 했다. 인물이 사건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하는 마음을 먹기까지의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신뢰를 얻는다면 그 다음이 좀 만화적이어도 충분히 불편함 없이 공감을 이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아주 진실되고 신뢰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10. 그 마음이 잘 전달이 됐다고 생각하나?
김동욱: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었다면 그런 것 같다. 나는 몰라도.
김동욱: 그건 그렇다. 그런데 나도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조진갑이 만나는 인물의 직업군이 생소할 순 있어도, 그들이 경험하는 고민들이 낯선 일은 아니었다. 나도 여러 사건을 간접적으로 접했던 사람으로서 분노가 일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을 느껴왔다. 우리 이야기가 아픔을 공감하는데 큰 노력이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연에 있어서는 조심스럽기는 했다. 내가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당사자의 아픔을 온전히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진갑을 통해서는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최대한 진지하고 성의 있게 경청하려고 노력했다.
10. 조진갑을 무조건적인 히어로가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으로 그린 것 같다.
김동욱: 진갑이가 사람들의 사연을 100% 다 이해하기 때문에 히어로가 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갑은 억울한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움직였고, 그런 마음이 투영돼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화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한 거고.
10. 조진갑은 극 초반엔 권태로운 공무원이었다 사연을 접하고 정의롭게 변화해나간다. 당신은 극 초반과 후반, 어떤 유형의 조진갑에 더 닮았나?
김동욱: 닮은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실제의 삶에서 조진갑과 같은 위치에 있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모습이 닮았어요’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조진갑처럼 사람을 소중하게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면에서는 닮았다. 조진갑이 정의롭게 변하고, 주위에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의 첫 번째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소중함을 알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극 초반에는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됐던 거고. 그런 면에서 조진갑도 변화해갔고, 사람들도 그에게 자꾸만 끌리게 되고, 신뢰하게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사람을 소중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동욱: 진짜 길가다 볼 수 있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으면 했다. 색감이나 스타일에 있어서 최대한 튀지 않았으면 했다. 멋내는 느낌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스타일리스트와 옷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이 얘기했다. 여러 옷들을 보여주시면 제일 안 튀는 제일 무난한 스타일의 옷을 고르면서 조율해나갔다.
10. 배우로서 10kg 증량하는 건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평소 몸에 살을 찌워도 이전처럼 호감있는 외모를 만들 확신이 있었나.
김동욱: 나도 작가님도 그것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은 않았다. 유도선수 출신이고, 아저씨니까 살을 힘들게 찌웠는데 사람들이 보기에 별로라면, 그러면 어떡하지? 조진갑을 안 보고 싶어 하면 어떡하지? 이런 거.
10. 지금은 살이 좀 빠졌는데, 바뀐 외모에는 만족했나?
김동욱: 캐릭터에 있어서는, 조진갑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호감이 쌓이다 보니 그런 모습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런데 배우로서 나에 대해서는 그렇게 안 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다. 캐릭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런 패션과 그런 비주얼을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배우가 이제 좀 내려놨구나. 관리 안하는 구나. 나이 먹더니 신경 안 쓰는구나…’ 이렇게. (웃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특별히 어떤 모습을 만들려고 관리하는 상태는 아니다. 기존의 식습관이 좀 많이 망가져서, 건강 차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받는 작품에 따라 달라질 거다.
김동욱: 말씀하신 거 다 달라졌다. 달라져서 따로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인기와 페이 등등은 항상 상황에 따라 또 변하는 거다. ㅤ
10. 페이가 달라지면 환경도 달라지고 세상도 달라 보이고 그런가?
김동욱: 기본소득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이 달라보이는 건 남들도 다 똑같지 않나? 임금이 달라지면 다 달라지는 건 맞지 않을까. 줄면 또 주는 대로 달라진다. 그런데 뭐 그런 건 다 변화하는 거다.
10. 물욕이 없어보였는데.
김동욱: 그렇지 않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모두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인데. (웃음)
10. 그렇다면, 삶의 1순위는 뭔가?
김동욱: 그건 사람이고, 관계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은 잃고 싶지 않다. 혼자 살면 너무 삶이 힘들고 외로울 것 같아서. 사람에게 잘 대해주려고 한다.
10. ‘조장풍’은 현실 히어로같은 이야기였다. 스스로에게도 사소하게라도 히어로같은 사람들이 있었나? 혹은 스스로가 도와준 사람이라거나.
김동욱: 소소하겐 많이 있지 않았을까. 인간은 원래 늘 도움을 주고받고 살아간다. 이번 작품들도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서 잘됐다. 도움을 받지 않고 사람은 살 수 없다.
10. 반대로 조진갑같은 캐릭터는 현실에 없어서 더 주목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동욱: 그런 사람들이, 없나? 있다. 다만 조진갑은 너무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면서 한 사람이 모든 걸 해결해줬기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한다. 현실에서 정말 남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살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도 실제 존재하는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집약돼 있는 캐릭터가 조진갑이었을 뿐이다. 조진갑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전혀 존재할 수 없는 모습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목숨 걸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들,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있는데 왜 없나.
10. 앞서 스태프들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드라마가 잘됐다고 말했다. ‘조장풍’은 근로환경이 좋아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에서도 응원을 받은 걸로 안다.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연기도 노동이라고 생각하나? 절대적인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김동욱: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일종의 다 노동이 아닐까. 내가 하는 노동이 무엇을,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예술이 되기도 하고 다른 무엇이 되기도 한다. 예술도 결국은 결과물이다. 모두들 각자 나름의 가치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0. 그렇다면 배우라는 직업인의 삶과 그 결과물들에 대해 만족하는 편인가?
김동욱: 늘 만족과 불만족이 늘 왔다갔다 한다. 내 직업이 배우니까 당연히 남들처럼 그렇다. 각자 직업에 따라 각 직업에 맞는 스트레스와 만족도와 불만족도가 다르고, 같은 직업이라고 해도 그때그때 달라지지않나. 나도 그렇다.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신체적인,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일 하는 게 힘들 때도 있고 그렇다. 그런데 그런 건 그때그때 일하면서 누구나 받는 스트레스 중 하나다. 적어도 아직은 그런 힘듦이 절대 해소되지 않을 스트레스나 문제인 것 같진 않다.
10. ‘손 더 게스트’ 후에는 힘들다고 대답했던데, ‘조장풍’ 끝나고나서는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다. 다음 작품 계획도.
김동욱: 더 힘들다. (웃음) 그 전의 피로가 누적이 된 상태다. 거의 쉬지 못하고 들어와서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다. 여유가 없어서 아직 다른 작품은 보지도 못했다. 며칠 쉬면서 그 다음 생각을 차근차근 해봐야겠다.
10. 영화 ‘신과 함께’ 때 재평가되고 ‘빛을 보고 있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그 표현은 ‘커피프린스 1호점’과 ‘국가대표’ 때도 들어봤다고 하는 인터뷰를 본 적 있다. 이후 ‘손 더 게스트’를 지나 첫 원톱 주연을 맡은 ‘조장풍’까지, 지금은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뭘 기대하면 좋을까?
김동욱: 그런 수식어가 나온다는 게 한편으로는 참 행복하고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랬다. (웃음) 그런데 또 그게 ‘아직까지 듣고 있으니 내가 젊은 건가?’ 하는 느낌도 있었다. 요즘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예전 만큼 그렇게 젊어보이나? 식상하지 않은 느낌인가? 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촬영 끝났으니 좀 쉬고, 이제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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