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기생충’의 박사장네 부잣집 사모님 연교는 ‘심플’하다. 말하자면 단순하고 악의도 없고 순진하다. 자신은 철저하고 똘똘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둔한 면이 있다. 지난 30일 서울 삼청동에서 연교를 연기한 배우 조여정을 만났다. 그는 “다른 작품과 달리 두 가족을 통해 인물의 이면이 다뤄지는 게 새로워서 좋았다”며 “제가 출연하지 않았더라도 당장 보고 싶은 영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한쪽 면만 비춰질 때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연교는) 부자인데 착하고 고의가 없이 열심히 살뿐이죠. (백수인 기택네 가족은)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 걸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짓지 않는 감독님의 시선이 놀라웠습니다.”
기존의 영화들에서 부자들은 약자를 괴롭히고 남을 밟고 올라서는 데 익숙하고 죄의식도 없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기생충’에서는 부자들도 보통의 인간적 욕구를 지닌 사람으로 묘사된다. 조여정은 “연교를 연기하며 사람이 사는 건 다 똑같다고 더욱 느꼈다”고 말했다.
“소유하지 못하고 원하던 사람이 (부자가 됐을 때) 좋은 거지, 원래부터 그랬던 연교는 그게 좋은 건지 모를 것 같아요. 나름대로 애들 학업 문제로 전전긍긍하기도 하고요. 드레스 같은 잠옷을 입고도 소파에 누워서 낮잠을 자잖아요. 그게 얼마짜리든 소파는 낮잠 자고 앉아 있는 용도인 거죠. 똑같이 ‘짜파구리’도 먹고요.”
봉준호 감독은 영화 ‘인간중독’에서 조여정의 연기를 보고 그가 폭넓은 연기 층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러브콜을 보냈다고 했다. 봉 감독은 조여정을 ‘다이아몬드 광산’이라고 표현하며 센스 있는 배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조여정에게 봉 감독의 칭찬을 전하자 “이런 이야기를 들으려면 나도 인터뷰를 가야 하는 거냐”라며 즐거워했다.
“‘어떻게 절 생각하신 거예요?’라고 미팅 때 제가 감독님에게 물어봤죠. 가장 궁금한 게 그거였거든요. ‘인간중독’을 아주 재밌게 봤다고 하시면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제 흉내까지 내시더라고요. 호호. 그래서 ‘맞아요. 제가 재밌는 사람이에요’ 그랬죠.”
봉 감독의 극찬과 달리 조여정은 “조금 답답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설명하는 만큼 자신이 연교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감독님 안에 연교가 다 있어서 신기하다고 했어요. 사실 모든 감독님들이 그렇긴 한데, 봉 감독님은 목소리도 우렁차고 덩치도 크니까 그 안에 연교가 있다는 게 더 재밌는 거예요. 연교라는 인물이 저도 살면서 봤음직한 여자들과 이미지가 겹쳐서 머리로는 빨리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에게 받은 (연교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만큼 스스로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답답했어요.”
조여정은 봉 감독에 대해 “유쾌하고 인간적이고 푸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순발력으로 표현된 장면까지 영화에 최대한 담아내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상영될 때의 느낌을 묻자 “처음에 극장에 들어갈 땐 ‘여기서 내 영화가 나오다니···’ 그랬다”며 “나중에는 거기가 뤼미에르 극장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재밌게 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고민하던 조여정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기택과 비슷한 게 무계획이란 거예요. 20대엔 저도 ‘한 계획’ 했는데, 지금은 무계획의 미학을 즐기고 있달까. 계획하면 그 만큼 이뤄질 때도 당연히 있지만, 사실 계획이라고 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더라고요. 그게 이뤄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이 좋지는 않았죠. 그것 때문에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놓칠까봐 저를 바꿨어요. 하루하루 해야 하는 것들을 미루지 않고, 그 날에 충실하는 것. 그렇게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다 보면 기대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재미가 있어요. ‘기생충’도 그런 일 중 하나죠. 완전히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사람들은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한쪽 면만 비춰질 때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연교는) 부자인데 착하고 고의가 없이 열심히 살뿐이죠. (백수인 기택네 가족은)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 걸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짓지 않는 감독님의 시선이 놀라웠습니다.”
“소유하지 못하고 원하던 사람이 (부자가 됐을 때) 좋은 거지, 원래부터 그랬던 연교는 그게 좋은 건지 모를 것 같아요. 나름대로 애들 학업 문제로 전전긍긍하기도 하고요. 드레스 같은 잠옷을 입고도 소파에 누워서 낮잠을 자잖아요. 그게 얼마짜리든 소파는 낮잠 자고 앉아 있는 용도인 거죠. 똑같이 ‘짜파구리’도 먹고요.”
봉준호 감독은 영화 ‘인간중독’에서 조여정의 연기를 보고 그가 폭넓은 연기 층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러브콜을 보냈다고 했다. 봉 감독은 조여정을 ‘다이아몬드 광산’이라고 표현하며 센스 있는 배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조여정에게 봉 감독의 칭찬을 전하자 “이런 이야기를 들으려면 나도 인터뷰를 가야 하는 거냐”라며 즐거워했다.
“‘어떻게 절 생각하신 거예요?’라고 미팅 때 제가 감독님에게 물어봤죠. 가장 궁금한 게 그거였거든요. ‘인간중독’을 아주 재밌게 봤다고 하시면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제 흉내까지 내시더라고요. 호호. 그래서 ‘맞아요. 제가 재밌는 사람이에요’ 그랬죠.”
“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감독님 안에 연교가 다 있어서 신기하다고 했어요. 사실 모든 감독님들이 그렇긴 한데, 봉 감독님은 목소리도 우렁차고 덩치도 크니까 그 안에 연교가 있다는 게 더 재밌는 거예요. 연교라는 인물이 저도 살면서 봤음직한 여자들과 이미지가 겹쳐서 머리로는 빨리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에게 받은 (연교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만큼 스스로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답답했어요.”
조여정은 봉 감독에 대해 “유쾌하고 인간적이고 푸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순발력으로 표현된 장면까지 영화에 최대한 담아내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상영될 때의 느낌을 묻자 “처음에 극장에 들어갈 땐 ‘여기서 내 영화가 나오다니···’ 그랬다”며 “나중에는 거기가 뤼미에르 극장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재밌게 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고민하던 조여정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기택과 비슷한 게 무계획이란 거예요. 20대엔 저도 ‘한 계획’ 했는데, 지금은 무계획의 미학을 즐기고 있달까. 계획하면 그 만큼 이뤄질 때도 당연히 있지만, 사실 계획이라고 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더라고요. 그게 이뤄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이 좋지는 않았죠. 그것 때문에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놓칠까봐 저를 바꿨어요. 하루하루 해야 하는 것들을 미루지 않고, 그 날에 충실하는 것. 그렇게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다 보면 기대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재미가 있어요. ‘기생충’도 그런 일 중 하나죠. 완전히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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