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이광수: 그렇다. 그런데 이 작품 말고도 항상 그런 걱정이 많았다. ‘나의 특별한 형제’의 경우엔 더 심했다. 내 이미지 때문에, 내 존재 자체로 캐릭터가 희화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게 많았고 좋았다. 이전부터 나를 보는 주변의 생각을 내가 바꿀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한 번 나를 가두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
10. 어떤 부분이 그렇게 욕심이 났나?
이광수: ‘피가 섞이지 않은’ 형제라는 이야기. 꼭 진짜 형제나 가족이 아니어도 친구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 대해 고마워하고 행복해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발달장애에 대해 내가 잘 모르던 것들도 해결해나가고 싶었다.
10. 기존에 발달 장애인을 연기한 인물들을 참고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광수: 그렇다. 그런데 실제 인물들이 있으니까 부담은 컸다. 감독님과 함께 실존 인물들에 갇히지 말고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자고 했다.
10.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만들어 나갔나?
이광수: 장애를 희화화하지 않는 부분이다. 코미디 영화로서 보면 약점일 수 있지만 그 부분이 우리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보기에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장면도 내가 과하게 연기하면 안될 것 같고 그랬다. 코미디와 희화화 사이의 선을 감독님과 계속 대화하면서 잡아나갔다.
10. 영화 ‘돌연변이’에서 생선 인간을 연기할 때 손이 점점 미끄러워질 것 같아 컵을 들 때도 다른 한 손으로 받쳐서 들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 얘길 듣고 생각보다 디테일하고 상상력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런 배우라면 이번에도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을 것 같다.
이광수: 동구가 수영을 잘한다. 일단은 수영을 다시 배우게 되는 동구의 몸이 조금씩 좋아지고 건강해지기를 바랐다. (웃음) 운동을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세하 형(신하균)이랑 20년 동안 한몸처럼 지낸 캐릭터니까 형을 안고, 휠체어를 밀 때가 자연스러워 보이길 가장 원했다. 왠지 동구 만의 노하우같은 게 있을 것 같았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형을 안을 때 특정 동작으로 무릎으로 받친다든지, 매일 하는 거니까 아주 기계적으로, 정말 오래된 사이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디테일을 담고 싶었다. 진짜 오래된 사이처럼 보이길 바랐다.
10. 마지막 장면에서 동구, 세하, 미현(이솜) 등 세 사람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이광수: 영화 전체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찍은 신이었다. 한 테이크 찍은 후 감독님도 우리도 다 만족해서 더 이상 추가 촬영을하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후반부에 촬영해서 셋이 호흡이 잘 맞았다. 리허설도 딱히 없었는데 말이다.
10. 신하균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도 특별했을 것 같다.
이광수: 나 역시 연기에 있어 워낙 하균이 형을 좋아해서 특별했다. 그런데 연기 외적으로 현장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 후배들을 대하는 방법 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 하균이 형이 좀 대놓고 잘 챙겨주는 편이다. 생일도 챙겨주고, 힘내라고 화이팅 문자도 보내준다. 힘든 촬영하고 나면 끝나고 술 한 잔 사주고.
10. 어떤 장면을 찍고 술을 사줬나?
이광수: 우리가 같이 찍는 장면이 많아서, 혼자 찍는 장면이 별로 없었는데 그런 장면 후에는 꼭 술을 사줬다. 나 혼자 ‘책임의 집’(극 중 동구, 세하가 사는 공간)에 가서 운 장면이 있는데, 그런 슬픈 장면을 찍은 뒤엔 형이 수고 많이 했다고 술을 사줬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혼자 침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복합적으로 슬펐다.
10. 연기를 하면서 9년째 예능에 출연 중이다. 병행하는 게 힘들진 않나?
이광수: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 월요일마다 촬영을 하는데, 너무 오래 루틴이 돼 힘들지 않다. 그 과정에서 배려를 받는 것도 운이 좋은 편이다. 내가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작품을 포함해 작품에 계속 출연하는 것도 ‘런닝맨’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현장에서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10.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것에 대해 정말 아쉬운 게 없을까?
이광수: 예전에는 ‘배우냐 예능인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런닝맨을 하고 있는 연기자’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배우든 예능인이든) 말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나의 원래 정체성을 배우로 보든 개그맨으로 보든 크게 중요할까 싶다. 나는 지금 예능과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나를 예능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는 나 대로 열심히 연기하고 ‘런닝맨’도 뛴다.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하다. 나를 배우로 본다고 행복하고, 개그맨이라고 본다고 불행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나를 좋아해주시면 행복하다.
10. 함께 대화하면서 말을 참 조심스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광수: 살면서 점점 더 그렇게 된다. 실수를 안 하고 싶고 그렇다. 작은 실수로 상대방이 크게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게 된다. ‘런닝맨’에서 아무래도 밝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니까, 진짜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더 조심하게 된다.
10. 그럼 이렇게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진짜 모습인가?
이광수: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정도는 아닌데… (웃음) 차이가 있는 정도다.
10. 영화를 보다 보니 문득 이광수에게 특별한 형제가 누구일지 궁금하더라.
이광수: 친동생…? (웃음) 그 외에는, (조)인성 형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큰 일이 있을 때 물어보곤 한다. 이번에도 형이 내가 했던 우려를 같이 했다. 그래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더라.
10. 배우로서 꿈은 뭔가?
이광수: 예능인으로서가 아니라 배우로서의 목표나 꿈? 그런 질문 많이 받는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지금이 좋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걸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연기로 더 성장하고 싶은 것과 별개로 지금 내 행복감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다.
10. ‘어벤저스: 엔드게임‘과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
이광수: 나도 ‘어벤저스’를 보긴 할 거다. 피규어를 좋아해서 ‘인피니티 워’ ‘캡틴 마블’ 다 봤으니까. 둘 다 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웃음)
10. ‘나의 특별한 형제’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이광수: 그냥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 다들 두 시간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SBS ‘런닝맨’에서 190cm의 큰 키로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이광수. 예능인의 이미지가 그래서 강하지만 본업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배우다. 2015년 영화 ‘돌연변이’에서는 생선탈을 쓰고 등장해 ‘생선인간’이 됐고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서는 뚜렛 증후군을 가진 청년(SBS ‘괜찮아 사랑이야’), 김혜자의 욱하는 막내 아들(tvN ‘디어 마이 프렌즈’), 지구대 경찰(tvN ‘라이브’)을 연기했다. 이광수가 장애를 특별하지 않은 시선으로 다룬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를 통해 자신의 필모그라피에 또 하나의 캐릭터를 추가했다. 5세 지능을 가진 동구 역이다. 장애를 가진 인물이라고 해서 뭘 더 연기하려고 하지 않고 동구의 순수한 성격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한다.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광풍에도 차분한 마음으로 내달 1일 ‘나의 특별한 형제’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이광수를 만났다.10.‘런닝맨’이 만들어준 예능인의 이미지가 강해 처음 동구 역을 하게 됐을 때 걱정했을 것 같다.
이광수: 그렇다. 그런데 이 작품 말고도 항상 그런 걱정이 많았다. ‘나의 특별한 형제’의 경우엔 더 심했다. 내 이미지 때문에, 내 존재 자체로 캐릭터가 희화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게 많았고 좋았다. 이전부터 나를 보는 주변의 생각을 내가 바꿀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한 번 나를 가두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
10. 어떤 부분이 그렇게 욕심이 났나?
이광수: ‘피가 섞이지 않은’ 형제라는 이야기. 꼭 진짜 형제나 가족이 아니어도 친구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 대해 고마워하고 행복해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발달장애에 대해 내가 잘 모르던 것들도 해결해나가고 싶었다.
10. 기존에 발달 장애인을 연기한 인물들을 참고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광수: 그렇다. 그런데 실제 인물들이 있으니까 부담은 컸다. 감독님과 함께 실존 인물들에 갇히지 말고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자고 했다.
10.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만들어 나갔나?
이광수: 장애를 희화화하지 않는 부분이다. 코미디 영화로서 보면 약점일 수 있지만 그 부분이 우리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보기에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장면도 내가 과하게 연기하면 안될 것 같고 그랬다. 코미디와 희화화 사이의 선을 감독님과 계속 대화하면서 잡아나갔다.
이광수: 동구가 수영을 잘한다. 일단은 수영을 다시 배우게 되는 동구의 몸이 조금씩 좋아지고 건강해지기를 바랐다. (웃음) 운동을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세하 형(신하균)이랑 20년 동안 한몸처럼 지낸 캐릭터니까 형을 안고, 휠체어를 밀 때가 자연스러워 보이길 가장 원했다. 왠지 동구 만의 노하우같은 게 있을 것 같았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형을 안을 때 특정 동작으로 무릎으로 받친다든지, 매일 하는 거니까 아주 기계적으로, 정말 오래된 사이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디테일을 담고 싶었다. 진짜 오래된 사이처럼 보이길 바랐다.
10. 마지막 장면에서 동구, 세하, 미현(이솜) 등 세 사람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이광수: 영화 전체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찍은 신이었다. 한 테이크 찍은 후 감독님도 우리도 다 만족해서 더 이상 추가 촬영을하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후반부에 촬영해서 셋이 호흡이 잘 맞았다. 리허설도 딱히 없었는데 말이다.
10. 신하균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도 특별했을 것 같다.
이광수: 나 역시 연기에 있어 워낙 하균이 형을 좋아해서 특별했다. 그런데 연기 외적으로 현장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 후배들을 대하는 방법 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 하균이 형이 좀 대놓고 잘 챙겨주는 편이다. 생일도 챙겨주고, 힘내라고 화이팅 문자도 보내준다. 힘든 촬영하고 나면 끝나고 술 한 잔 사주고.
10. 어떤 장면을 찍고 술을 사줬나?
이광수: 우리가 같이 찍는 장면이 많아서, 혼자 찍는 장면이 별로 없었는데 그런 장면 후에는 꼭 술을 사줬다. 나 혼자 ‘책임의 집’(극 중 동구, 세하가 사는 공간)에 가서 운 장면이 있는데, 그런 슬픈 장면을 찍은 뒤엔 형이 수고 많이 했다고 술을 사줬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혼자 침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복합적으로 슬펐다.
이광수: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 월요일마다 촬영을 하는데, 너무 오래 루틴이 돼 힘들지 않다. 그 과정에서 배려를 받는 것도 운이 좋은 편이다. 내가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작품을 포함해 작품에 계속 출연하는 것도 ‘런닝맨’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현장에서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10.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것에 대해 정말 아쉬운 게 없을까?
이광수: 예전에는 ‘배우냐 예능인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런닝맨을 하고 있는 연기자’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배우든 예능인이든) 말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나의 원래 정체성을 배우로 보든 개그맨으로 보든 크게 중요할까 싶다. 나는 지금 예능과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나를 예능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는 나 대로 열심히 연기하고 ‘런닝맨’도 뛴다.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하다. 나를 배우로 본다고 행복하고, 개그맨이라고 본다고 불행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나를 좋아해주시면 행복하다.
10. 함께 대화하면서 말을 참 조심스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광수: 살면서 점점 더 그렇게 된다. 실수를 안 하고 싶고 그렇다. 작은 실수로 상대방이 크게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게 된다. ‘런닝맨’에서 아무래도 밝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니까, 진짜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더 조심하게 된다.
10. 그럼 이렇게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진짜 모습인가?
이광수: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정도는 아닌데… (웃음) 차이가 있는 정도다.
이광수: 친동생…? (웃음) 그 외에는, (조)인성 형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큰 일이 있을 때 물어보곤 한다. 이번에도 형이 내가 했던 우려를 같이 했다. 그래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더라.
10. 배우로서 꿈은 뭔가?
이광수: 예능인으로서가 아니라 배우로서의 목표나 꿈? 그런 질문 많이 받는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지금이 좋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걸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연기로 더 성장하고 싶은 것과 별개로 지금 내 행복감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다.
10. ‘어벤저스: 엔드게임‘과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
이광수: 나도 ‘어벤저스’를 보긴 할 거다. 피규어를 좋아해서 ‘인피니티 워’ ‘캡틴 마블’ 다 봤으니까. 둘 다 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웃음)
10. ‘나의 특별한 형제’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이광수: 그냥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 다들 두 시간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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