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이 작품의 제목을 기억하면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무겁고 힘든 소재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안에서 희망을 보면서 치유받았으면 합니다.”
배우 추자현이 약 10년 만에 한국 드라마에 복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JTBC 새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에서 강인하 역을 맡는다. 10년 만의 국내 안방극장 복귀와 더불어 지난해 6월 출산 후 첫 작품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아들을 낳은 뒤 표현하는 엄마 역할은 어떻게 다를까.
4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아름다운 세상’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극중 학교 폭력 피해자의 엄마 역을 맡은 추자현은 “사실 몸조리를 더 하면서 쉬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작품의 출연 제안을 받았다.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소재여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부담이 컸다. 감독·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해 두 사람을 믿고 자신 있게 한 배를 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는다고 바로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연기가 그렇지만 엄마 역할도 정답이 없을 만큼 어렵고, 특히 이 작품을 찍을 땐 감정의 수위 조절도 어려웠다. 표현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모자랄까 봐 대본을 계속 보고 있다.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오는 5일 오후 11시 처음 방송되는 ‘아름다운 세상’은 드라마 ‘부활 ‘마왕’ ‘상어’ ‘발효가족’ ‘기억’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가 또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학교 폭력을 정면으로 다루며 피해자와 가해자, 더불어 방관자까지 비춘다.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어른,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문제로 확대한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예고편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한 남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떨어지면서 극은 시작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여러 가족들의 삶이 확 달라진다. 박찬홍 PD는 어렵고 무거운 사회 문제여서 고사하려고 했지만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는 김지우 작가의 말에 동의했다.
박찬홍 PD는 “이 드라마를 기획한 건 5년 전이다. 실제 사례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다. 5년 전부터 고교 폭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큰 폭행 사건이 뉴스에 오르내렸다. 처음 김지우 작가가 ‘학교 폭력’을 다루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 어려운 작업이고, 사회 문제를 건드리려면 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연출자로서 자신감이 부족해 작가를 말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벼운 소재 드라마도 기획했으나, 어느날 작가가 ‘아무래도 해야겠다’며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고 해서 ‘네’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세상’의 예고 편을 보면, 학교 폭력을 중심에 두면서 스스로를 “상위 1%”라고 하는 부유층도 다룬다.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PD는 “‘SKY 캐슬’과 비교를 하는데, 그 작품은 시청률과 내용에서 모두 전무후무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준비 중이어서 잘 보지는 못했지만 신드롬은 충분히 알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결의 드라마다. 무엇보다 나는 블랙 코미디를 잘 못한다”며 웃었다.
박찬홍 PD는 배우들의 NG도 의도적으로 살려서 작품에 넣었다고 한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장면이 우연히 찍힌 것도 편집하지 않았다.
“우리 인생이 NG도 포함된 인생이라고 생각해서죠. 인생이란 게 의도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 인생과 같지 않을까?’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신선한 충격이 있을 거예요. 사소하지만 드라마를 보면 제가 얼마나 작품을 위해서 발버둥 치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박찬홍 PD)
‘아름다운 세상’에는 추자현 외에도 배우 박희순·오만석·조여정·이청하 등과 여러 아역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드라마는 네 번째여서 어색하다는 박희순도 대본을 보자마자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드라마는 많이 찍어보질 못해서 낯설지만 좋은 팀을 만나서 아주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박희순은 “극중 학교 폭력 피해자의 아빠 박무진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이 좋았던 건 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아서다. 모두 다른 감정과 표출하는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모든 배역이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깊이 있고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연기하는 박무진은 감정을 많이 표출하거나 내세우지 않고, 참고 버티는 인물이다. 박희순은 “무진은 가족을 보듬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가족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면서 발전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에서 코믹 연기를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긴 오만석은 ‘아름다운 세상’에서 건조한 악역을 연기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화나게 만드는 일을 하는 요주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오만석이 맡은 오진표는 학교 폭력 가해자의 아버지이며, 사학재단 이사장이다. 연기를 위해 참고한 실존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갑질 폭력’ 뉴스가 많이 전해지더라”며 “어느 쪽을 모델로 삼으려고 하면 또 다른 모델이 나오기 때문에 내 안에 있는 악의 본능을 따라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본이 독특하고, 잘 쓰여있기 때문에 그 안에 모델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진표의 아내이자 학교 폭력 가해자의 엄마 서은주 역을 맡은 조여정은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다’라는 글귀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좋은 어른’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중에 출연 제안을 받았다”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모습을 은주가 보여준다. 은주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진지하고 무거워서인지 이날 제작발표회도 다른 작품과 비교해 다소 진중한 분위기였다. 박찬홍 PD는 “현장이 지나치게 무거워지려고 하면 박희순과 오만석, 두 남편이 웃게 만든다. 나중에 이들과 시트콤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추자현과 조여정도 각각 박희순, 오만석 덕분에 즐겁게 연기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추자현은 “박희순 덕분에 좋은 연기가 나와서 감사하다. 항상 뒤에서 물러서 있는 모습을 보고 ‘대배우’라고 생각했다. 현실에서나, 드라마에서나 남편 복이 많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여정 역시 오만석을 두고 “유쾌하고 좋은 사람이다. 항상 나를 먼저 챙기고 배려해줘서 고맙다. 언젠가 시트콤에서 다 같이 만나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아름다운 세상’은 아이들의 문제를 통해 어른들의 뼈아픈 성장기를 들여다본다. 남다름·김환희·서동현·서영주·이재인 등 아역 연기자들과 윤나무·동방우·정재성·주석제·안소요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압권이라고 한다.
박희순은 “마냥 슬프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다.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재미 요소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높였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배우 추자현이 약 10년 만에 한국 드라마에 복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JTBC 새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에서 강인하 역을 맡는다. 10년 만의 국내 안방극장 복귀와 더불어 지난해 6월 출산 후 첫 작품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아들을 낳은 뒤 표현하는 엄마 역할은 어떻게 다를까.
4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아름다운 세상’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극중 학교 폭력 피해자의 엄마 역을 맡은 추자현은 “사실 몸조리를 더 하면서 쉬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작품의 출연 제안을 받았다.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소재여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부담이 컸다. 감독·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해 두 사람을 믿고 자신 있게 한 배를 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는다고 바로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연기가 그렇지만 엄마 역할도 정답이 없을 만큼 어렵고, 특히 이 작품을 찍을 땐 감정의 수위 조절도 어려웠다. 표현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모자랄까 봐 대본을 계속 보고 있다.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오는 5일 오후 11시 처음 방송되는 ‘아름다운 세상’은 드라마 ‘부활 ‘마왕’ ‘상어’ ‘발효가족’ ‘기억’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가 또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학교 폭력을 정면으로 다루며 피해자와 가해자, 더불어 방관자까지 비춘다.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어른,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문제로 확대한다.
박찬홍 PD는 “이 드라마를 기획한 건 5년 전이다. 실제 사례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다. 5년 전부터 고교 폭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큰 폭행 사건이 뉴스에 오르내렸다. 처음 김지우 작가가 ‘학교 폭력’을 다루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 어려운 작업이고, 사회 문제를 건드리려면 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연출자로서 자신감이 부족해 작가를 말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벼운 소재 드라마도 기획했으나, 어느날 작가가 ‘아무래도 해야겠다’며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고 해서 ‘네’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세상’의 예고 편을 보면, 학교 폭력을 중심에 두면서 스스로를 “상위 1%”라고 하는 부유층도 다룬다.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PD는 “‘SKY 캐슬’과 비교를 하는데, 그 작품은 시청률과 내용에서 모두 전무후무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준비 중이어서 잘 보지는 못했지만 신드롬은 충분히 알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결의 드라마다. 무엇보다 나는 블랙 코미디를 잘 못한다”며 웃었다.
박찬홍 PD는 배우들의 NG도 의도적으로 살려서 작품에 넣었다고 한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장면이 우연히 찍힌 것도 편집하지 않았다.
“우리 인생이 NG도 포함된 인생이라고 생각해서죠. 인생이란 게 의도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 인생과 같지 않을까?’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신선한 충격이 있을 거예요. 사소하지만 드라마를 보면 제가 얼마나 작품을 위해서 발버둥 치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박찬홍 PD)
드라마는 네 번째여서 어색하다는 박희순도 대본을 보자마자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드라마는 많이 찍어보질 못해서 낯설지만 좋은 팀을 만나서 아주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박희순은 “극중 학교 폭력 피해자의 아빠 박무진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이 좋았던 건 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아서다. 모두 다른 감정과 표출하는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모든 배역이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깊이 있고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연기하는 박무진은 감정을 많이 표출하거나 내세우지 않고, 참고 버티는 인물이다. 박희순은 “무진은 가족을 보듬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가족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면서 발전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에서 코믹 연기를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긴 오만석은 ‘아름다운 세상’에서 건조한 악역을 연기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화나게 만드는 일을 하는 요주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오만석이 맡은 오진표는 학교 폭력 가해자의 아버지이며, 사학재단 이사장이다. 연기를 위해 참고한 실존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갑질 폭력’ 뉴스가 많이 전해지더라”며 “어느 쪽을 모델로 삼으려고 하면 또 다른 모델이 나오기 때문에 내 안에 있는 악의 본능을 따라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본이 독특하고, 잘 쓰여있기 때문에 그 안에 모델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진표의 아내이자 학교 폭력 가해자의 엄마 서은주 역을 맡은 조여정은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다’라는 글귀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좋은 어른’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중에 출연 제안을 받았다”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모습을 은주가 보여준다. 은주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자현과 조여정도 각각 박희순, 오만석 덕분에 즐겁게 연기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추자현은 “박희순 덕분에 좋은 연기가 나와서 감사하다. 항상 뒤에서 물러서 있는 모습을 보고 ‘대배우’라고 생각했다. 현실에서나, 드라마에서나 남편 복이 많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여정 역시 오만석을 두고 “유쾌하고 좋은 사람이다. 항상 나를 먼저 챙기고 배려해줘서 고맙다. 언젠가 시트콤에서 다 같이 만나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아름다운 세상’은 아이들의 문제를 통해 어른들의 뼈아픈 성장기를 들여다본다. 남다름·김환희·서동현·서영주·이재인 등 아역 연기자들과 윤나무·동방우·정재성·주석제·안소요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압권이라고 한다.
박희순은 “마냥 슬프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다.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재미 요소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높였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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