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정영숙/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배우 정영숙/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배우 정영숙이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정영숙은 최근 영화 ‘로망’에서 한결 같은 마음으로 가정을 돌봐온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매자를 연기했다. 21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정영숙을 만났다.

정영숙은 1968년 TBC 6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정영숙은 “TBC에서 3개월간 강습을 시켰다. 내가 시간에 딱 맞춰 가서 강습을 받았더니, 지금은 돌아가신 원로 선배 배우께서 ‘일찍 와서 남이 하는 것도 보면 좋다’고 가르쳐 주셨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이어 “3개월 후에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과 전속계약을 했다. 나머지는 프리랜서였다. 그 때 계약을 해서 나는 월급쟁이가 됐다”고 말했다.

정영숙은 “얼마나 기대가 컸겠나. 그런데 월급이 5000원이었다. 그 때 내가 과외 하나를 하면 5000원 받았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서 당시 담당 부장에게 따지러 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부장이 ‘특수직업이기 때문에 1년 후에는 2배, 10배도 뛸 수 있다’고 했다. 그것부터 마음에 안 들어서 관둬야지 하다가 1년 만에 그만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영숙은 운명처럼 다시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정영숙은 “첫 직업, 첫발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TV를 보는데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MBC가 개국하면서 제안을 받아 다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하겠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정영숙은 “어떤 때는 어려운 역할도 있다. 그럴 때는 ‘이것도 못해내나’라는 생각이 든다. 노력해서 해내면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대로 다양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시각장애인, 간질병 환자, 군인, 김좌진 부인, 김정일 부인, 전통적인 어머니 등 다방면으로 해봤다”고 덧붙였다.

정영숙은 “학생 때는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 선생이 되겠다고 했었다. 지금은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게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며 “대학 동창들을 만나면 다 나를 부러워 한다. 지금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 순간만은 그 인생을 살지 않나. 캐릭터를 통해 많은 인생을 살아볼 수 있어 감사하다. 건강하니까 앞으로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계속해서 연기하고 싶다는 열의를 드러냈다.

‘로망’은 70대 치매 노부부의 사랑과 애환을 담은 영화.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