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배우 이청아(왼쪽)와 홍종현이 5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다시, 봄’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이승현 기자Ish87@
배우 이청아(왼쪽)와 홍종현이 5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다시, 봄’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이승현 기자Ish87@
배우 이청아가 시간 여행자가 된다. 영화 ‘다시 봄’을 통해서다.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는 ‘타임 리프’가 아니라 매일 매일 어제로 돌아가는 시간 속에 살게 되는 ‘타임 리와인드’ 영화다. 이청아는 딸을 잃고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싱글맘 은조 역을 맡아 분투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다시, 봄’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정용주 감독과 함께 이청아, 홍종현, 박지빈, 박경혜가 참석했다.

‘다시, 봄’은 자고 일어나면 하루 전날로 되돌아가는 타임 라인에 빠진 은조(이청아)의 이야기다. 소중한 딸을 잃은 뒤 거꾸로 가는 시간 속에 살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웹툰이다. 정용주 감독은 설정이 매우 독특해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시간을 다룬 많은 영화들이 있다.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타임 슬립’이 있고 과거의 특정 순간으로 돌아가는 ‘타임 리프’가 있다. 우리 영화는 계속 어제, 또 어제의 어제로 가는 ‘타임 리와인드’의 이야기”라며 “웹툰의 이 같은 설정이 너무 영화적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꼭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뭔가를 후회하는 사람들이 어제로 가고 싶어한다. 극 중 ‘인생에 만약은 없어요’라는 은조의 대사가 있다. 현실에 만약은 없지만 영화가 그 ‘만약’을 선물해 준다면 어떨까 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청아가 5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다시, 봄’ 제작보고회에서 극 중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승현 기자 Ish87@
배우 이청아가 5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다시, 봄’ 제작보고회에서 극 중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승현 기자 Ish87@
정 감독은 되돌아가는 시간을 연출하는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그는 “인간은 당연히 뒤가 아니라 다음, 또 내일을 생각한다. 영화도 다음 장면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데 이 사고방식을 뒤집어 ‘어제’를 생각하도록 연출을 해야 하는 게 매력적인 동시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은조 역의 이청아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매일 매일 어제로 돌아간다는 게 특별했다”며 “그래서 매번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도 은조는 자신이 살았던 어제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상황때문에 은조는 극 초반 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 어느 순간 다시 희망을 느끼게 되는데, 이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다시, 봄’의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은조 역의 이청아가 시간 여행의 주체로 나선다는 점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 등 시간을 다룬 다른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청아가 많은 분량을 소화한다. 여기에 ‘딸을 잃고나서 부터 시작되는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이 더해져 감정 연기도 펼친다.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청아는 “시나리오 읽고 나서부터 힘들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감독님을 (처음) 만날 때 ‘서울 숲’에서 만나자고 했다. 카페 같은 곳에 앉아서 얘기하면 숨이 막힐 것 같아서였다. 그때 감독님과 밤 산책을 서너 시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청아는 연기를 하면서 여타 시간 영화 속의 주인공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영화 ‘더 파이브’에서 함께 했던 선배 배우 김선아를 떠올렸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더파이브’라는 영화를 할 때의 김선아 선배님이 떠올랐다. 언니가 혼자 싸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동생이자 후배로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청아는 “우리 영화에도 딸의 장례식을 비롯해 힘든 연기와 행복한 연기가 함께 있다. 슬픈 장면을 찍을 때는 위 경련을 달고 살았는데, 행복한 연기를 할 때는 눈물까지 나면서 너무 행복했다.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 편집본을 보게 됐는데 힘들게 찍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찍은 장면들이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을 보며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며 현장에 있는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배우 홍종현(왼쪽부터), 이청아, 정용주 감독, 박경혜, 박지빈이 5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다시, 봄’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이승현 기자 Ish87@
배우 홍종현(왼쪽부터), 이청아, 정용주 감독, 박경혜, 박지빈이 5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다시, 봄’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이승현 기자 Ish87@
이청아는 “영화가 거의 마무리 된 걸 보게 됐다. 배우들의 케미, 아름다운 영상, 별점 9점을 넘는 탄탄한 원작이 있는 이야기다. 이야기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할 필요도 없다. 이밖에 우리들의 예쁜 케미와, 영상, 음악들이 있다. 사랑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다시, 봄’에는 이청아 외에도 홍종현, 박지빈, 박경혜 등이 출연한다. 홍종현은 은조에게 미스터리한 키를 주는 호민 역을 맡는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세상에는 과거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그렇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통해 위로를 받은 것 같다”며 “관객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고 했다.

박지빈은 은조보다 더 먼저 시간 여행을 경험한 준호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는 “은조는 계속 내일을 찾으려고 하지만, 준호는 정작 자신의 뒤로 가는 시간에 대해 만족하며 사는 캐릭터”라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세상에 정말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준호처럼 순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은조처럼 내일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박경혜는 은조의 동생 미조 역을 맡는다. 시간 여행에 혼란을 느끼는 은조를 도와주는 캐릭터다. 이청아는 박경혜와의 호흡에 대해 “박경혜 배우가 신스틸러 배우이지 않나. 상황에 맞춰서 연기를 하는 걸 직접 보니 과연 이래서 신스틸러 배우가 될 수 있었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봄’은 오는 4월 개봉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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