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이정재는 1990년대엔 잘생긴 청춘스타로 인기를 모았고 이후 멜로, 액션, 범죄물 등 다양한 장르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왔다. 세월은 이제 그에게 자연스러운 멋스러움과 중후함까지 덧입혔다. 26년 간 연기를 해온 이정재가 영화 ‘사바하’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처음 도전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그가 연기한 박 목사는 사이비종교의 비리를 쫓는다. 그는 박 목사를 통해 관객들을 ‘사바하’만의 세계관으로 인도한다. 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심지어 가끔씩 연기 레슨도 받는다.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이전에 했던 표현 방식은 지양하려고 염두에 둔다”는 이정재를 만났다.
10.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내용과 장르여서 새롭게 자극도 받았을 것 같다. 이번 영화를 찍은 소감은?
이정재: 시나리오로만 읽었을 때보다 영화가 훨씬 더 좋았다. 자극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에 대해 짠하고 안쓰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잘 살아있다. 감독님이 이야기의 구조를 잘 짰다고 생각했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은 처음이라서 단서를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이런 장르를 해본 적이 없어서 더 감독의 말을 믿고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10. 연기를 오래 했는데 이런 장르가 처음이라는 게 뜻밖이다.
이정재: 예전에 ‘흑수선’이라는 영화가 미스터리 수사물이긴 했다. 직업이 형사나 범죄자인 캐릭터는 많이 들어왔는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는 기억에 남는 시나리오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 선택을 하는 이유가 더 됐던 것 같다. 이런 캐릭터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0. 전형적인 목사 캐릭터는 아니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이정재: 실제로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힘을 받았다. 감독님이 ‘사바하’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잘 설명해줘서 상상력을 더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10. 캐릭터보다 서사가 돋보이는 영화다. 배우의 연기가 부각돼 보이지 않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이정재: 지금까지는 캐릭터에 더 눈길이 가는 역할을 많이 해서 내게는 오히려 박 목사 같은 캐릭터가 더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무엇으로든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또한 박 목사는 미스터리한 구조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잘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박정민이 연기한 정나한은 에너지를 표출하는 캐릭터다. 조화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10. 박 목사가 초반에는 속물처럼 나오지만 알고 보면 사연이 있다. 그런 캐릭터를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였나?
이정재: 박 목사는 믿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으로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평범한 목회자와 다른 길을 가게 된 거다. ‘진짜’를 보기 위해 가짜를 찾아 나선 것이다.
10. 이 영화는 오컬트 장르라고도 할 수 있나?
이정재: ‘그것’이라는 기이한 존재와 초인적인 힘을 지닌 존재 등이 등장하긴 한다. 그렇기에 아니라고 할 순 없다. 오컬트(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적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가 맞다고 생각한다. 탐정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듯 박 목사가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마치 추리물 같은 느낌을 준다.
10. 근년에는 ‘관상’ ‘암살’ ‘인천상륙작전’ ‘대립군’ ‘신과함께’ 시리즈 등 시대극을 주로 해왔다. 오랜만에 현대극이라서 카타르시스도 있었을 것 같다.
이정재: 현대물로 일상적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2~3년 전부터 생각했다. ‘대립군’을 끝내고 현대물을 선보이고 싶었는데 공교롭게 ‘신과함께’를 하게 돼서 1년 정도 염라로 관객을 만났다. 일상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 할 수 있을까 잠깐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박 목사라는 캐릭터 자체가 아주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또 일상적으로 선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감독님과 리허설을 더 세세히 했다.
10. 감독님이 잘 시연해줬나?
이정재: (시나리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감독님의 리허설 모습을 다 찍고 집에 가서 감독님이 연기한 것에서 포인트를 잡아냈다. 박 목사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러 다니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과 얘기할 때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돌려서 말하고, 그 다음에는 슬쩍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습관이 있을 것이라고 설정했다. 내 연기를 꺼내서 쓰는 것보다 감독님 것을 받아서 연기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10. 자기의 연기 스타일을 포기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이정재: 내 연기 톤만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간혹 다른 방식을 시도한다. ‘대립군’ 때는 우리 회사에서 지정한 신인배우들이 지도 받는 연기학원이 있는데, 거기서 스무 차례 정도 레슨을 받았다. 이번에는 연기 선생님보다 감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깔을 배우면 되겠다 싶었다.
10. 종교를 소재로 다뤄서 부담스럽지 않았나?
이정재: 기독교의 박 목사와 불교의 해안 스님이 합심해 불법적 종교인을 잡아내고 정화시킨다. 옳지 못한 이를 처단하는 데는 종교인뿐 아니라 관객들도 ‘잘했다’고 동의하지 않을까.(웃음) 연출자가 머리를 잘 써서 문제의 소지를 피해간 것 같다.
10. 종교가 있나?
이정재: 기독교인이다. 신이 있다고 믿는다.
10. 종교를 갖게 된 지 오래됐나?
이정재: 친형이 아프다. 자폐아로 태어났다. 예전에 어머니가 (형을 데리고) 병원도 다니셨고 기독교를 종교로 가지게 됐다. 나도 유치원생일 때쯤부터 어머니, 형과 같이 다녔다. 오래됐다.
10. 2016년 절친 정우성과 함께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하고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이겠다.
이정재: 파트너가 있다는 건 의지가 되고, 자극도 되고 좋은 일이다. 여러 모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10. 회사에서 콘텐츠 기획이나 제작도 한다고 들었는데, 최근 상황은 어떤가?
이정재: 자체 기획·개발하는 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작품으로 만들 만한 것들을 꺼내서 회의 중이다. 가을에 우성 씨가 연출하는 영화 하나가 있고, 가을에 제작할 영화가 또 하나 있다. 올해는 그렇게 두 편 정도인 것 같다.
10. 최근 드라마 ‘보좌관’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정재: 드라마 제안을 받긴 했다. 아직 기획안만 봤는데 신선했다.
10. 출연작이 많아 채널을 돌리다가 자신이 나온 영화가 나오는 일도 잦을 것 같다. 그러면 영화를 보나?
이정재: 본다.(웃음) 저 땐 왜 저랬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하면서 모니터하게 된다. 그와 유사한 실수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
10. 지금 다시 찍는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은 작품이 있나?
이정재: 예전에 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저걸 다시 하라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 자신은 없다. ‘신과함께’의 염라나 ‘관상’의 수양대군 등 그 때만 쏟아낼 수 있었던 에너지가 안 나올 것 같다. 그래도 이제 나와 배우라는 직업이 붙은 것 같다. 내가 한 일이 좋은 성과를 내거나 호감 있는 표현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늘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영화인들과 영화 이야기할 때가 재밌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10.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내용과 장르여서 새롭게 자극도 받았을 것 같다. 이번 영화를 찍은 소감은?
이정재: 시나리오로만 읽었을 때보다 영화가 훨씬 더 좋았다. 자극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에 대해 짠하고 안쓰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잘 살아있다. 감독님이 이야기의 구조를 잘 짰다고 생각했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은 처음이라서 단서를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이런 장르를 해본 적이 없어서 더 감독의 말을 믿고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10. 연기를 오래 했는데 이런 장르가 처음이라는 게 뜻밖이다.
이정재: 예전에 ‘흑수선’이라는 영화가 미스터리 수사물이긴 했다. 직업이 형사나 범죄자인 캐릭터는 많이 들어왔는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는 기억에 남는 시나리오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 선택을 하는 이유가 더 됐던 것 같다. 이런 캐릭터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0. 전형적인 목사 캐릭터는 아니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이정재: 실제로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힘을 받았다. 감독님이 ‘사바하’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잘 설명해줘서 상상력을 더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정재: 지금까지는 캐릭터에 더 눈길이 가는 역할을 많이 해서 내게는 오히려 박 목사 같은 캐릭터가 더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무엇으로든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또한 박 목사는 미스터리한 구조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잘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박정민이 연기한 정나한은 에너지를 표출하는 캐릭터다. 조화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10. 박 목사가 초반에는 속물처럼 나오지만 알고 보면 사연이 있다. 그런 캐릭터를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였나?
이정재: 박 목사는 믿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으로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평범한 목회자와 다른 길을 가게 된 거다. ‘진짜’를 보기 위해 가짜를 찾아 나선 것이다.
10. 이 영화는 오컬트 장르라고도 할 수 있나?
이정재: ‘그것’이라는 기이한 존재와 초인적인 힘을 지닌 존재 등이 등장하긴 한다. 그렇기에 아니라고 할 순 없다. 오컬트(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적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가 맞다고 생각한다. 탐정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듯 박 목사가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마치 추리물 같은 느낌을 준다.
이정재: 현대물로 일상적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2~3년 전부터 생각했다. ‘대립군’을 끝내고 현대물을 선보이고 싶었는데 공교롭게 ‘신과함께’를 하게 돼서 1년 정도 염라로 관객을 만났다. 일상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 할 수 있을까 잠깐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박 목사라는 캐릭터 자체가 아주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또 일상적으로 선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감독님과 리허설을 더 세세히 했다.
10. 감독님이 잘 시연해줬나?
이정재: (시나리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감독님의 리허설 모습을 다 찍고 집에 가서 감독님이 연기한 것에서 포인트를 잡아냈다. 박 목사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러 다니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과 얘기할 때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돌려서 말하고, 그 다음에는 슬쩍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습관이 있을 것이라고 설정했다. 내 연기를 꺼내서 쓰는 것보다 감독님 것을 받아서 연기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10. 자기의 연기 스타일을 포기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이정재: 내 연기 톤만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간혹 다른 방식을 시도한다. ‘대립군’ 때는 우리 회사에서 지정한 신인배우들이 지도 받는 연기학원이 있는데, 거기서 스무 차례 정도 레슨을 받았다. 이번에는 연기 선생님보다 감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깔을 배우면 되겠다 싶었다.
10. 종교를 소재로 다뤄서 부담스럽지 않았나?
이정재: 기독교의 박 목사와 불교의 해안 스님이 합심해 불법적 종교인을 잡아내고 정화시킨다. 옳지 못한 이를 처단하는 데는 종교인뿐 아니라 관객들도 ‘잘했다’고 동의하지 않을까.(웃음) 연출자가 머리를 잘 써서 문제의 소지를 피해간 것 같다.
10. 종교가 있나?
이정재: 기독교인이다. 신이 있다고 믿는다.
10. 종교를 갖게 된 지 오래됐나?
이정재: 친형이 아프다. 자폐아로 태어났다. 예전에 어머니가 (형을 데리고) 병원도 다니셨고 기독교를 종교로 가지게 됐다. 나도 유치원생일 때쯤부터 어머니, 형과 같이 다녔다. 오래됐다.
이정재: 파트너가 있다는 건 의지가 되고, 자극도 되고 좋은 일이다. 여러 모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10. 회사에서 콘텐츠 기획이나 제작도 한다고 들었는데, 최근 상황은 어떤가?
이정재: 자체 기획·개발하는 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작품으로 만들 만한 것들을 꺼내서 회의 중이다. 가을에 우성 씨가 연출하는 영화 하나가 있고, 가을에 제작할 영화가 또 하나 있다. 올해는 그렇게 두 편 정도인 것 같다.
10. 최근 드라마 ‘보좌관’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정재: 드라마 제안을 받긴 했다. 아직 기획안만 봤는데 신선했다.
10. 출연작이 많아 채널을 돌리다가 자신이 나온 영화가 나오는 일도 잦을 것 같다. 그러면 영화를 보나?
이정재: 본다.(웃음) 저 땐 왜 저랬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하면서 모니터하게 된다. 그와 유사한 실수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
10. 지금 다시 찍는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은 작품이 있나?
이정재: 예전에 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저걸 다시 하라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 자신은 없다. ‘신과함께’의 염라나 ‘관상’의 수양대군 등 그 때만 쏟아낼 수 있었던 에너지가 안 나올 것 같다. 그래도 이제 나와 배우라는 직업이 붙은 것 같다. 내가 한 일이 좋은 성과를 내거나 호감 있는 표현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늘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영화인들과 영화 이야기할 때가 재밌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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