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어느 날 밤, 아파트 공터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때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던 상훈(이성민)은 살인범(곽시양)과 눈이 마주친다. 바로 불을 끄고 숨어보지만 살인자는 여유롭게 상훈이 살고 있는 집을 확인한다. 상훈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신고를 않는다. 그다음부터는 목격자 상훈과, 목격자의 정체를 알아버린 범인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집단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살인범보다 더 무섭게 표현된 아파트 주민들.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부녀회장은 집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주민들에게 수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상훈의 아내 역시 상훈에게 협조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전체 보유자산의 80%가 부동산이다. 사람들에게 재산의 전부가 된 아파트, 그 집값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이기주의가 살인만큼이나 무섭게 그려진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집단 이기주의의 공포, 영화 ‘목격자’는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암울하고 현실적인 공포를 담아냈다.
조규장 감독은 그동안 여러 단편영화를 통해 현대사회 속 개인의 문제를 냉정히 짚어내며 사회 부조리를 표현해왔다.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장르적 관성에 의존하며 착실하게 깔아둔 복선이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키기도 하나, ‘목격자’가 긴장감을 유지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현대사회 속 개인의 문제를 냉정히 짚어내고 집단 이기주의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경종을 울린 점은 높이 살만하다. 배우 이성민의 연기는 진가를 발휘한다. 그는 딜레마에 빠진 목격자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하며 현실감을 높였고 감정의 완급조절과 섬세한 표정연기로 화면을 압도했다.
여름이 끝나가는 8월의 끝자락, 영화 ‘목격자’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사회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양경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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