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라이프 온 마스’ 마지막회/ 사진=OCN 방송화면
‘라이프 온 마스’ 마지막회/ 사진=OCN 방송화면
‘라이프 온 마스’ 마지막회/ 사진=OCN 방송화면

“웃으면서 살아가는 곳이 바로 현실이다.” OCN 토일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의 정경호가 1988년에 남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꿈인지 현실인지, 아니면 또 다른 세계인지 시청자는 알지 못했다. 열린 결말이다.

지난 5일 방송된 ‘라이프 온 마스’ 마지막회에서 2018년에 깨어난 한태주(정경호)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다 결국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내가 돌아온 건가. 아니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걸까?” 한 달이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하다 깨어난 한태주는 혼란스러웠다. 너무나 생생했던 1988년에서의 기억 때문이었다. 과거 자료를 통해 인성시 서부경찰서 강동철 계장(박성웅), 이용기 경사(오대환), 조남식 경장(노종현), 윤나영 순경(고아성)이 1988년 실존 인물이며 조직폭력배 경찰 피습 사건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서 한태주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가던 중 2018년에서 눈을 떴다.

한태주는 1988년 동료들과 해결했던 사건들을 통해 2018년 매니큐어 연쇄살인범을 검거했다. 그리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는 사이 1988년, 그 곳의 동료들이 한태주 앞에 나타났다. 텔레비전에서, 사건 음성 파일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과 환영이었다. 처방받은 항우울제를 복용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던 중 한태주는 손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반장님, 저도 실체예요. 살아있지 않다면 느끼지 못하겠죠. 살아있다면 느낄 거예요.” 1988년 윤나영이 심장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꿈을 꾸었다. 지금 살아있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내가 정말 꿈을 꾼 걸까.’ 1988년이 과연 꿈이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동료들을 구해야 했다. 그들이 보고 싶었다. 결국 한태주는 ‘자살’을 택했다.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다시 1988년. 한태주는 그들을 향해 달렸다. 총을 쏴서 조직폭력배들을 제압했다. “어디서 짱박혔다가 이제 왔느냐. 죽을 뻔 했다”며 강동철 계장이 투덜거렸다. 이용기, 조남식, 윤나영 모두가 몸을 털고 일어났다. 한태주는 그제서야 웃었다. 그들을 만나니 행복했다. “여기가 좋아졌다”며 윤나영에게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서 감찰국으로 전출 명령이 떨어졌다. 한태주는 2018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 탓에 갈등했다. 한태주는 1988년에서의 지난 날을 회상했다. 2018년처럼 수사방식이 체계화되지 않아 답답하고 고단했지만 1988년의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또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한태주는 과거 강동철에게 “누구 한 번 믿어 본 적 없다. 나만 옳은 줄 알고 살았다”라며 2018년에서 자신의 삶을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갈등하는 한태주 앞에 2018년 주치의 장원재(박일)의 환영이 나타났다. 그는 “이 곳이 지낼만 하냐.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느냐. 너무 고민하지 마라. 해답은 간단하다. 웃으면서 살아가는 곳이 바로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한태주는 전출서를 과감하게 찢어버리고 서부경찰서 강력계 팀원들과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차 안 라디오에서 수술을 집도했던 안민식(최진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태주를 2018년으로 부르는 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머리를 쥐어짜고 혼란스러워했던 한태주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라디오 볼륨을 높였다. “언제나 끝이 없어라. 알 수 없는 질문과 대답. 저 넓은 하늘 끝까지 우리들의 사랑을 노래해요…” 라디오를 통해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가 흘러 나왔다. 한태주는 동료들과 함께 목소리 높여 노래를 따라 불렀다.
‘라이프 온 마스’/ 사진제공=OCN
‘라이프 온 마스’/ 사진제공=OCN
‘라이프 온 마스’/ 사진제공=OCN

‘라이프 온 마스’는 BBC가 2006년 방영한 작품으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수사물의 명작이다. 원작과 OCN이 리메이크한 ‘라이프 온 마스’를 모두 접한 시청자들 대부분이 “원작 이상”이라고 호평했다. 이정효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이대일 작가의 치밀하고 세밀한 대본이 압권이었다. 원작의 세계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시대적 배경을 훌륭하게녹여내며 독창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서구권 드라마를 리메이크 했는데도 정서적인 괴리감이 없었다. 1988년의 디테일한 감성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작은 소품 하나부터 배경까지 놓치지 않았다. 특히 1980년대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최불암을 중심으로 조용필, 박남정, 김완선 등 시대의 아이콘을 등장시키며 감정적인 몰입을 이끌었다. 88서울올림픽, 새마을 운동,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건 등 시대를 담은 소재와 극 중 사건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노련함도 돋보였다.

BBC 해외 드라마 포맷 프로듀서 데이비드 벨쇼(David Belshaw)는 “한국판 ‘라이프 온 마스’는 오리지널 버전의 핵심을 반영하면서 지역적 매력도 갖추고 있다”고 극찬했다.

극의 완성도를 높인 건 배우들의 호연이었다. 특히 정경호는 인생작을 다시 썼다. 한태주와 혼연일체가 돼 극을 이끌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몰입도 높게 연기했다. 시청자들도 마지막까지 혼란스러웠다. 한태주가 처한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돼 극이 끝나기 직전까지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1988년의 형사로 변신하기 위해 체중까지 늘린 박성웅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투박하지만 정이 넘치는 ‘강동철’을 연기하며 정경호와 찰떡같은 케미를 선보였다. 여기에 순박해 보이지만 강단 있는 ‘윤나영’을 연기한 고아성, 차진 애드리브로 재미를 더한 오대환,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력과 존재감을 각인시킨 노종현까지 열연 이상의 에너지를 보여줬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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