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은 충무로에서 ‘열일’하기로 소문이 났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두 작품을 선보였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순박한 시골 청년 그 자체였고, 영화 ‘독전’에서는 미스터리한 마약조직원으로 180도 변신했다. 특히 ‘독전’에서 류준열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놀라게 한다.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배우다.
10.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류준열: 잘 모르겠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보는 건 늘 부끄럽다. 항상 당당하게 못 보는 편이다. 이번에도 언론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똑바로 못 보고 손으로 가리면서 봤다. (웃음)
10. 락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류준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가장 고민됐던 부분이 락의 대사가 많지 않고,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자칫하면 락이라는 인물이 심심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초반에는 감독님이 ‘감정에 충실한 방향으로 락 캐릭터를 이끌어보자’고 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돼서 NG도 많이 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채로 연기했더니 NG가 줄고 OK가 늘기 시작했다.
10. 이전까지 했던 작품과 ‘독전’의 차이점이 있다면? 류준열: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이전에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가려고 애썼다. 하지만 ‘독전’의 락은 전사가 없는 인물이라 미리 준비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락을 연기하면서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태어난 걸까?’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물으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10. 조진웅과의 호흡은 어땠나? 류준열: 지금까지는 선배들과 작업을 할 때 내가 괜히 어려워했다. 선배들은 편하게 대해 주는데 내가 벽을 세웠던 것 같다. 이번에는 조진웅 선배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 벽을 허물 수 있었다. 동갑내기 배우들끼리도 연기에 대한 대화는 잘 나누지 않는데, 이번에는 진웅 선배와 연기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만큼 쿨하게 잘 받아주셨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10. 조진웅은 한 마디로 어떤 선배인가? 류준열: 멋있는 선배다. 나에게 ‘멋’이라는 건 쉽게 가질 수 없는 단어이자 꼭 갖고 싶은 단어다. 단순한 매력과는 또 다른 것 같다. ‘멋’이라는 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쓸 수 있는 말이자 겉모습, 인격,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상 등 모든 게 어우려져야 한다. 진웅 선배와 함게 있다 보면 ‘이 사람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이해영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류준열: 처음에는 이해영 감독님이 연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기 때문에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작업하고 점점 영화가 완성되어 가는 걸 보고 감독님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게 이해가 됐다. 일단 감독님의 글솜씨가 너무 좋고, 영화에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나는 연기하면서 애드리브 치는 걸 좋아하고 대본에 쓰여진 어미나 조사를 바꿔 쓰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부러 어미나 조사를 바꾼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 대본 그대로 연기했다. 그만큼 감독님이 섬세하게 영화를 준비하셨다.
“친구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류준열./사진제공=NEW
10. ‘독전’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류준열: 외로움과 공허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사실 외로움을 잘 타지 않고, 오히려 혼자서도 너무 잘 지내서 문제인 사람이다. (웃음) 그런데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외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락을 연기하면서 캐릭터뿐 아니라 배우 류준열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계속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0. ‘독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라는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류준열: 가장 돋보이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모든 일에는 자신의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몫이 남들과 비교해서 크다, 작다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준비할 때도 내 몫만 보고, 그 몫을 다 하려고 노력한다. 영화도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몫을 다 했을 때 100%가 채워진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나는 ‘내 몫만 바라보고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
10. 데뷔 이후 쉼 없이 열일하고 있는데, 이미지 소비에 대한 걱정은 없나? 류준열: 감사하게도 계속해서 찾아주셔서 일자리가 끊기지 않고 있다. (웃음)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지치거나 의욕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즐거우니까 다 하게 되더라. 그리고 데뷔한 지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은 작품을 해도 관객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미지 소비에 대한 건 조금 더 지나서 고민해도 될 것 같다.
10. 바르고 건강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는 평가에 대한 부담은 없나? 류준열: 바르고 건강한 걸 추구하는 건 다 나 좋으라고 하는 거다. (웃음) 정말로 누구에게 영향을 끼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바르게 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목표를 향해 갈 때 꼼수를 부릴 수도 있고, 더 쉽게 가는 방법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가다가 넘어졌을 때는 수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회복하기되 힘들다. 그래서 가장 바르고 건강하게 가려고 한다.
10. 데뷔 초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나? 류준열: 고민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데뷔하고 나서는 ‘배우가 지녀야 할 자세’ ‘기자를 대하는 자세’ ‘팬들을 대하는 것’ 등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꺼번에 받아들여야 했다. 그 때는 고민이 생겼을 때 정신없이 해결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고민이 생기면 나 자신에게 잘 물어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 한 마디로 고민들 대하는 질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다.
10. 류준열에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다면? 류준열: 동네 친구들 만나는 것. 친구들 만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배우 생활하면서 더 감사하게 느끼는 부분이다. 주말에 동네 형들과 축구를 하는데 다들 그것만 보고 일주일을 사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나한테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만나면 진짜 축구 이야기만 한다. ‘어떻게 하면 이 게임을 이길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이것 밖에 못 하나’ 진지하게 고민한다. (웃음). 남들이 봤을 때는 소소할 수 있지만, 절대 소소하지만은 않다. 거기서 많은 행복을 얻고 큰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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