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정해인: 저는 이상하게 정장이 편하더라고요.(웃음)
10. ‘예쁜 누나’를 마치니 어때요?
정해인: 남은 촬영 일수를 헤아리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어요. 보통 작품이 끝나면 허전함과 시원섭섭함, 후련함이 들기 마련인데, ‘예쁜 누나’는 그런 말로는 표현하기 부족해요.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그만큼 이 작품에 집중하고 이 작품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10. 서준희와 윤진아(손예진)가 제주도에서 재회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결말은 마음에 들어요?
정해인: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좋았어요. (아쉬운 점은 뭐냐고 묻자)두 사람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잖아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작품 안에선 3년이지만 실제론 이틀 간격으로 찍었어야 했거든요.(웃음) 1년 반이나 2년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만큼 서로를 많이 그리워하고 사랑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10. 윤진아가 거짓말을 하거나 맞선을 보는 장면을 두고 시청자의 의견이 분분했어요.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정해인: 윤진아는 무척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서준희는 사랑밖에 모르는 판타지적인 면이 있었고요. 준희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실리를 따지지 않더라고요. 제가 봐도 그 점이 멋있었어요. ‘서른한 살의 남자가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10. 서준희는 왜 그렇게 윤진아를 좋아했을까요?
정해인: 글쎄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보진 않았어요. 그냥 윤진아라서, 윤진아 자체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극 중 윤진아가 ‘내가 좋은 이유가 뭐야?’라고 묻는데 서준희가 대답을 못해요. 결국 ‘많은 이유가 없어. 그냥 윤진아라서’라고 말하는데, 제가 손에 꼽게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잖아요. ‘네가 좋은 여섯 가지 이유가 있어’라며 연애하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그냥 좋은 거죠. 좋으니까 장점도 더 많이 보이는 거고.
10. ‘윤진아라서 좋다’는 말 외에도 좋아하는 대사가 또 있나요?
정해인: 마지막 회에 제주도에서 진아 누나를 만난 준희가 ‘내 우산 어딨어?’라고 물어보는데, 저는 그게 많은 의미를 함축한 시적인 대사라고 생각해요. ‘네가 너무 그리웠고 보고 싶었다’는 말을 사소한 소품 안에 담아서 묻는 거잖아요. 준희를 보여줄 수 있는 대사 중 하나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승철(윤종석)과 술을 마시면서 ‘윤진아가 너무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대사도 무척 와 닿았어요.
10. 손예진 씨는 현장에서 어떤 배우였나요?
정해인: 제가 갖고 있던 모든 편견이 깨졌어요. 사실 예민하고 까다롭고, 어딘가 모르게 무서울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그런데 털털하고 소박하고 웃음도 굉장히 많아요.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과 편하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이 가져야 할 현장에서의 태도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10. ‘멜로퀸’이라고 불리는 배우와 호흡을 맞췄어요. 함께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정해인: 남다르다는 말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네요.(웃음) 처음에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어요. 어깨가 무거웠죠. 저는 첫 주연인데 선배님의 커리어는 대단하잖아요. 저의 부족함 때문에 선배님이 쌓아놓은 탑에 금이 갈까봐 걱정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게 연기에 묻어 나왔나 봐요. 하루는 예진 선배님이 문자 메시지를 주셨어요. ‘해인아. 너는 서준희 그 자체니까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네 마음대로 해’라고요. 그게 제겐 어마어마한 힘이 됐어요. 촬영 내내 그 메시지를 봤죠. 후배 혹은 상대 배우를 떠나서 저를 사람으로서 존중해주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덕분에 더 좋은 호흡이 나온 것 같아요.
10. 그래서일까요. 두 사람이 실제로 사귀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어요.
정해인: 맞아요. 나아가서 ‘안 사귀는 거 알아. 그런데 너무 잘 어울리니까 한 번 만나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하하.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면서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그 때마다 뿌듯했어요. 픽션이지만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려고 했거든요. 그게 전달된 것 같더라고요.
10. 제작보고회 당시 ‘나중에 손예진 씨에게 꽃등심을 사달라고 할 거다’라고 했는데, 얻어먹었어요?
정해인: 제작보고회를 한 날 바로 사주셨어요. 제 스태프들과 누나의 스태프들이 다 같이 있어서 비용이 살짝 많이 나왔어요. 먹으면서도 살짝 눈치가 보였어요. 하하하.
10. 윤진아의 어머니를 두고도 많은 말들이 오갔어요. 반대가 너무 심하다는 의견이 우세했죠.
정해인: 하…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일동 폭소) 연기를 할 땐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좀 허락해주시지. 한 번만 믿어주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머니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청자들은 서준희나 진아 누나 입장에서 봐주셔서 (반대가 심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10. 자신은 어떨 것 같아요?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어른들이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정해인: 쉽진 않겠지만 부딪힐 거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 양 쪽에서 모두 반대하면 정말 힘든 상황인데… 그래도 부딪힐 거예요.
10. ‘진짜 연애’를 보여주겠다고 한 작품이에요. ‘진짜 연애’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것 같나요?
정해인: 드라마를 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됐어요.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요. 우선 상대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해요. ‘예쁜 누나’ 15회와 16회를 보면 알 수 있죠.(웃음) 서로 원하는 건 같지만 표현 방식은 달라요. 물론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피부로 느끼게 하려면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솔직하게 말해야 해요. 무엇보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진아 누나가 준희의 손을 잡았을 때의 용기, 준희가 제주도로 내려갔던 용기처럼요.
10. 자신이 가장 큰 용기를 냈던 순간은 언제에요?
정해인: 처음 연기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요. 열아홉에서 스무 살로 넘어갈 즈음이었죠. 제겐 가장 큰 도전이고 모험이었어요.
10. 뭐가 그렇게 두려웠나요?
정해인: 막연하잖아요, 이 직업이. 많이 사랑받고 즐거운 직업이기도 한데 매 순간 도전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10. 데뷔 이후 이른바 ‘떴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어요.
정해인: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 없고요,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고, 한 순간도 조급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차분하게,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걸어 나갈 계획이에요.
10. 자신은 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환경은 많이 변할 거예요. 조언해 주는 사람도 많아질 거고요.
정해인: 포털사이트에서 제 이름만 검색해 봐도 다르다는 걸 느껴요.(웃음) 올라오는 기사 수도 많아지고 저를 준희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죠. 기쁘고 감사한데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선배님이나 감독님들이 해주시는 조언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하지만 결국 결정은 제 몫이고 책임도 제가 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10. 자신을 향한 반응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동안의 자세를 지켜나가는 게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해인: 중심을 잡는 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예쁜 누나’를 사랑해주신 분들이 제게 많은 수식어를 붙여주셨는데, 거기에 너무 빠져 있다보면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맥주를 좋아해요. 그런데 인기가 맥주 거품과 닮은 것 같더라고요. 맥주를 따라놓고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거품이 사라져 있잖아요. 그것처럼 너무 인기를 만끽하거나 심취해
있으면 본질을 자꾸 잊게 돼요. 그래서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을 딱 절반만 느끼려고 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10. ‘멜로장인’이나 ‘국민 연하남’ 같은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정해인: 도망치고 싶어요.(웃음) 감사하지만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다음 작품을 하면서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수식어라는 건 작품이 주는 타이틀이잖아요. 다음 작품에서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수식어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차기작은 결정됐어요?
정해인: 몇 개의 시나리오를 보고 있어요.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차기작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안판석 감독님께서 저에 대해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 친구이고 자기 외모가 소비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인터뷰하신 걸 봤어요. 정말 감사했죠. 감독님 말씀처럼 연기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연기로써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10. 바쁜 게 힘들진 않아요?
정해인: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한 나날이라서 힘든 건 모르겠어요. 지금처럼 말하는 시간도 행복하고요, 작품 때문에 일본에 가서 프로모션 활동을 하는 것도 행복해요. 긍정적으로 느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행복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요. 하하하.
10. 서준희를 보낼 준비는 다 되었고요?
정해인: 작품이 끝나면 스스로를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한데, ‘예쁜 누나’가 끝난 뒤로는 아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어요. 밀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하루도 못 쉬었거든요. 그리고 7월에 일본에서 ‘예쁜 누나’가 방영해서 엊그제 3박 4일로 일본에도 다녀왔고요. 바쁘게 열심히 살면 (서준희가) 잊힐 줄 알았는데 문득문득 크게 타격이 오더라고요. 지금 여기에 서준희가 앉아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일동 웃음) 내일부터는 정해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죠.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밤톨처럼 짧고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말끔한 정장 차림, 신중하지만 재치 있는 말투. 지난 25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해인은 그가 연기했던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의 서준희와 무척 닮았다. 지난 19일 작품이 종영한 이후 밀린 광고 촬영과 해외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는 그는 덕분에 아직 서준희와 완벽하게 이별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하는 사람이 정해인이 아니라 서준희인 것 같다”며 웃었다.10. 오늘은 사진을 찍지 않는 인터뷰인데도 정장을 입고 왔네요.
정해인: 저는 이상하게 정장이 편하더라고요.(웃음)
10. ‘예쁜 누나’를 마치니 어때요?
정해인: 남은 촬영 일수를 헤아리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어요. 보통 작품이 끝나면 허전함과 시원섭섭함, 후련함이 들기 마련인데, ‘예쁜 누나’는 그런 말로는 표현하기 부족해요.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그만큼 이 작품에 집중하고 이 작품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10. 서준희와 윤진아(손예진)가 제주도에서 재회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결말은 마음에 들어요?
정해인: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좋았어요. (아쉬운 점은 뭐냐고 묻자)두 사람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잖아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작품 안에선 3년이지만 실제론 이틀 간격으로 찍었어야 했거든요.(웃음) 1년 반이나 2년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만큼 서로를 많이 그리워하고 사랑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10. 윤진아가 거짓말을 하거나 맞선을 보는 장면을 두고 시청자의 의견이 분분했어요.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정해인: 윤진아는 무척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서준희는 사랑밖에 모르는 판타지적인 면이 있었고요. 준희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실리를 따지지 않더라고요. 제가 봐도 그 점이 멋있었어요. ‘서른한 살의 남자가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해인: 글쎄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보진 않았어요. 그냥 윤진아라서, 윤진아 자체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극 중 윤진아가 ‘내가 좋은 이유가 뭐야?’라고 묻는데 서준희가 대답을 못해요. 결국 ‘많은 이유가 없어. 그냥 윤진아라서’라고 말하는데, 제가 손에 꼽게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잖아요. ‘네가 좋은 여섯 가지 이유가 있어’라며 연애하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그냥 좋은 거죠. 좋으니까 장점도 더 많이 보이는 거고.
10. ‘윤진아라서 좋다’는 말 외에도 좋아하는 대사가 또 있나요?
정해인: 마지막 회에 제주도에서 진아 누나를 만난 준희가 ‘내 우산 어딨어?’라고 물어보는데, 저는 그게 많은 의미를 함축한 시적인 대사라고 생각해요. ‘네가 너무 그리웠고 보고 싶었다’는 말을 사소한 소품 안에 담아서 묻는 거잖아요. 준희를 보여줄 수 있는 대사 중 하나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승철(윤종석)과 술을 마시면서 ‘윤진아가 너무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대사도 무척 와 닿았어요.
10. 손예진 씨는 현장에서 어떤 배우였나요?
정해인: 제가 갖고 있던 모든 편견이 깨졌어요. 사실 예민하고 까다롭고, 어딘가 모르게 무서울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그런데 털털하고 소박하고 웃음도 굉장히 많아요.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과 편하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이 가져야 할 현장에서의 태도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10. ‘멜로퀸’이라고 불리는 배우와 호흡을 맞췄어요. 함께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정해인: 남다르다는 말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네요.(웃음) 처음에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어요. 어깨가 무거웠죠. 저는 첫 주연인데 선배님의 커리어는 대단하잖아요. 저의 부족함 때문에 선배님이 쌓아놓은 탑에 금이 갈까봐 걱정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게 연기에 묻어 나왔나 봐요. 하루는 예진 선배님이 문자 메시지를 주셨어요. ‘해인아. 너는 서준희 그 자체니까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네 마음대로 해’라고요. 그게 제겐 어마어마한 힘이 됐어요. 촬영 내내 그 메시지를 봤죠. 후배 혹은 상대 배우를 떠나서 저를 사람으로서 존중해주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덕분에 더 좋은 호흡이 나온 것 같아요.
10. 그래서일까요. 두 사람이 실제로 사귀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어요.
정해인: 맞아요. 나아가서 ‘안 사귀는 거 알아. 그런데 너무 잘 어울리니까 한 번 만나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하하.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면서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그 때마다 뿌듯했어요. 픽션이지만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려고 했거든요. 그게 전달된 것 같더라고요.
10. 제작보고회 당시 ‘나중에 손예진 씨에게 꽃등심을 사달라고 할 거다’라고 했는데, 얻어먹었어요?
정해인: 제작보고회를 한 날 바로 사주셨어요. 제 스태프들과 누나의 스태프들이 다 같이 있어서 비용이 살짝 많이 나왔어요. 먹으면서도 살짝 눈치가 보였어요. 하하하.
정해인: 하…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일동 폭소) 연기를 할 땐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좀 허락해주시지. 한 번만 믿어주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머니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청자들은 서준희나 진아 누나 입장에서 봐주셔서 (반대가 심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10. 자신은 어떨 것 같아요?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어른들이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정해인: 쉽진 않겠지만 부딪힐 거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 양 쪽에서 모두 반대하면 정말 힘든 상황인데… 그래도 부딪힐 거예요.
10. ‘진짜 연애’를 보여주겠다고 한 작품이에요. ‘진짜 연애’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것 같나요?
정해인: 드라마를 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됐어요.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요. 우선 상대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해요. ‘예쁜 누나’ 15회와 16회를 보면 알 수 있죠.(웃음) 서로 원하는 건 같지만 표현 방식은 달라요. 물론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피부로 느끼게 하려면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솔직하게 말해야 해요. 무엇보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진아 누나가 준희의 손을 잡았을 때의 용기, 준희가 제주도로 내려갔던 용기처럼요.
10. 자신이 가장 큰 용기를 냈던 순간은 언제에요?
정해인: 처음 연기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요. 열아홉에서 스무 살로 넘어갈 즈음이었죠. 제겐 가장 큰 도전이고 모험이었어요.
10. 뭐가 그렇게 두려웠나요?
정해인: 막연하잖아요, 이 직업이. 많이 사랑받고 즐거운 직업이기도 한데 매 순간 도전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10. 데뷔 이후 이른바 ‘떴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어요.
정해인: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 없고요,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고, 한 순간도 조급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차분하게,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걸어 나갈 계획이에요.
10. 자신은 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환경은 많이 변할 거예요. 조언해 주는 사람도 많아질 거고요.
정해인: 포털사이트에서 제 이름만 검색해 봐도 다르다는 걸 느껴요.(웃음) 올라오는 기사 수도 많아지고 저를 준희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죠. 기쁘고 감사한데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선배님이나 감독님들이 해주시는 조언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하지만 결국 결정은 제 몫이고 책임도 제가 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인: 중심을 잡는 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예쁜 누나’를 사랑해주신 분들이 제게 많은 수식어를 붙여주셨는데, 거기에 너무 빠져 있다보면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맥주를 좋아해요. 그런데 인기가 맥주 거품과 닮은 것 같더라고요. 맥주를 따라놓고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거품이 사라져 있잖아요. 그것처럼 너무 인기를 만끽하거나 심취해
있으면 본질을 자꾸 잊게 돼요. 그래서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을 딱 절반만 느끼려고 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10. ‘멜로장인’이나 ‘국민 연하남’ 같은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정해인: 도망치고 싶어요.(웃음) 감사하지만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다음 작품을 하면서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수식어라는 건 작품이 주는 타이틀이잖아요. 다음 작품에서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수식어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차기작은 결정됐어요?
정해인: 몇 개의 시나리오를 보고 있어요.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차기작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안판석 감독님께서 저에 대해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 친구이고 자기 외모가 소비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인터뷰하신 걸 봤어요. 정말 감사했죠. 감독님 말씀처럼 연기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연기로써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10. 바쁜 게 힘들진 않아요?
정해인: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한 나날이라서 힘든 건 모르겠어요. 지금처럼 말하는 시간도 행복하고요, 작품 때문에 일본에 가서 프로모션 활동을 하는 것도 행복해요. 긍정적으로 느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행복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요. 하하하.
10. 서준희를 보낼 준비는 다 되었고요?
정해인: 작품이 끝나면 스스로를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한데, ‘예쁜 누나’가 끝난 뒤로는 아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어요. 밀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하루도 못 쉬었거든요. 그리고 7월에 일본에서 ‘예쁜 누나’가 방영해서 엊그제 3박 4일로 일본에도 다녀왔고요. 바쁘게 열심히 살면 (서준희가) 잊힐 줄 알았는데 문득문득 크게 타격이 오더라고요. 지금 여기에 서준희가 앉아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일동 웃음) 내일부터는 정해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죠.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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