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영화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지난 28일 개봉한 공포영화 ‘곤지암’이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개봉한 장동건·류승룡 주연의 ‘7년의 밤’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 등 쟁쟁한 경쟁작을 제쳤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곤지암’은 첫날 19만8215명을 동원했다. 2위는 14만8436명이 관람한 ‘레디 플레이어 원’, 3위는 12만4709명을 동원한 ‘7년의 밤’이 차지했다.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으로 극장에 걸리는 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곤지암’은 어떻게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게 됐을까.

정범식 감독은 29일 텐아시아에 “마침 어제(28일) 밤에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고 감동을 받았는데 (이 영화를 제치고)제가 만든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까지 하게 돼서 감동이 배가됐다”며 기뻐했다. 정 감독은 “너무 감사드린다. 어려서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좋아했다. 제가 영화감독이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이 경쟁을 벌였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기담’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등 공포영화를 여럿 연출한 정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트렌드에 따른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를 만들었다. 인기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직접 중계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 배우들의 몸에 카메라를 달고 그들이 느낀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까지 했다. 정 감독은 “영화의 99% 이상은 모두 배우들이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곤지암’ / 사진=메인 예고편 캡처
‘곤지암’ / 사진=메인 예고편 캡처
리얼리티와 몰입도를 위해 배우들을 모두 신인으로 캐스팅했다. 일반인이나 다름 없는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며 전달하는 방식이라 관객에게는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체험형’ 영화여서 공포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입소문이 퍼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곤지암’은 클래식한 공포영화 기법에 최신 트렌드 기술이 잘 결합한 영화”라면서 “강력한 이미지 효과를 통해 공포감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관객이 영화를 영화로만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와 문화로 즐기는 것 같다”며 인기요인을 분석했다. 그는 “공포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SNS에 올리고, 영화를 보고, 그 다음엔 후기를 SNS에 올리지 않나.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라며 “(이 영화의 인기 요인에는)무서운 것도 있지만 과정을 즐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곤지암’은 법적 분쟁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곤지암정신병원 건물 소유주 A씨가 영화 제작사 하이브 미디어코프와 배급사 쇼박스 등을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영화가 괴담을 확산시켜 사유재산에 해당하는 건물 처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 20일 법원은 “영화는 명백히 허구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포영화에 불과할 뿐”이라며 “영화 상영 및 특정표현을 금지시켜야 할 피보전권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정 감독은 “감독으로서 걱정이 많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했지만 많은 분들이 ‘곤지암’을 영화로만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곤지암’의 순제작비는 11억으로 순익분기점은 60만~70만 명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 개봉일이 문화의 날이라서 그 영향을 받은 것도 있는 것 같다”며 “오늘(29일) 관객수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런 추이라면 주말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곤지암’은 국내 개봉 전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과 북미, 중남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47개국에 판매됐다. 북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극장 개봉 일정이 확정됐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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