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작은 신의 아이들’ 첫방송 장면/ 사진=OCN 방송화면
‘작은 신의 아이들’ 첫방송 장면/ 사진=OCN 방송화면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이 방송 전에 제기됐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 3일 방송된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는 천재인(강지환 분)과 김단(김옥빈 분)이 연쇄살인범 한상구의 범행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분투했다.

이야기는 1994년 12월 14일 ‘천국의 문’이라는 복지원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왕목사(장광)를 비롯해 복지관을 후원하는 백도규(이효정), 국한주(이재용)와 신도들이 자리한 가운데 아이들이 노래를 하고 있다. 그 중 어린 김단은 앞에 자리한 사람들을 향해 “서른 하나가 빨개. 아저씨, 아줌마들이랑…어? 엄마도 빨간색이네”라고 중얼거렸다.

경찰들이 복지원으로 들이닥쳤다.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다. 빨간 피로 물들어 있다. 경찰은 “신도 서른한 명이 독극물을 마시고 사망한 집단 변사사건이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자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들어온 동료 경찰이 “현장에서 나온 유서와 시체 수가 맞지 않는다. 어쩌면 생존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생존자는 김단과 그의 아버지 김호기(안길강)였다. 두 사람은 깊은 산 속을 향해 무작정 뛰었다. 그러던 중 김단은 방울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본능적으로 땅 속에 있던 방울을 발견하고 “아빠 방울이 계속 울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범상치 않았던 김단의 모습은 향후 이어질 전개에 기대감을 더했다.

성인이 된 김단은 하주지구대 순경이 됐다. 그는 미숙한 판단으로 유아 납치 미수범에게 아이를 내 줄 뻔 했다. 현장에서 이미 아이를 데리고 있던 천재인 형사까지 의심했다. 하지만 4대 강력범죄 검거율 1위, 미제 사건 3건 처리 등 명실공히 엘리트 형사로 불리는 천재인에게 결국 꼬리를 내렸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유쾌했다. 조목조목 따지고 분석하며 엘리트 면모를 보이는 천재인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김단의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났다. 천재인은 김단을 향해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고 뼈 있는 조언을 던졌다.

첫 회의 하이라이트는 연쇄살인범 한상구의 등장이다. 한 남자가 하주 지구대에 찾아와 ’22살 딸 최소윤이 연락이 안 된다’고 신고했다. 연락이 안 된 지 4시간밖에 되지 않았다는 말에 경찰 최성기(김형범 분)는 실종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김단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했다.

그날 밤 김단은 꿈 속에서 여자가 살해 당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나는 살해당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본 예순아홉 번째 죽음이다’ 라는 내레이션이 깔렸고 잠에서 깨어난 김단은 ‘최소윤은 죽었어’라고 확신한다.

김단은 본능에 이끌려 한상구의 집을 찾아냈다. 그는 한상구에게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한상구는 순순히 블랙박스를 보여주더니 갑자기 돌변했다. 틱 장애 행동을 보인 그는 김단의 뒤를 덮치려 했다. 그 순간 천재인이 유리를 깨고 들어와 한상구를 최소윤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

천재인은 김단이 사진 한 장만으로 유력 용의자 집에 탐문을 왔다는 사실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김단은 ‘나만의 수사 노하우’라고 말했다. 천재인은 “내 아이큐가 167이다. 사건 인지하고 용의자 특정 짓는 데까지 딱 나흘 걸렸다”며 자존심이 상한 듯 분노했다. 천재인은 앞서 두 차례 벌어진 살인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것을 확인하고CCTV 분석 등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사해 한상구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런 자신보다 빨리 현장을 찾은 김단이 못마땅했던 것.

48시간 내에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 했다. 한상구는 완벽주의자였다. 이성을 잃다가도 급격하게 차분해졌다. 거짓말 탐지기에 걸려들지 않았다. 집안 곳곳 자신의 지문도 이미 다 지운 상태였다. 살해할 때 사용했을 거라고 확신하며 찾아냈던 케이블타이는 전선 정리를 위해 샀다고 했다.

천재인의 유도 심문에도 걸려 들지 않았다. 유도 심문 과정에서 한상구는 ‘아동학대’ 기억을 떠 올렸다. 냉정하던 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가 죽였습니다. 그 여자들..”이라고 말하더니 “뭐 그런 말을 기대한건가? 난 아니다. 불우한 어린시절 보냈다고 다 범죄자는 아니다. 그런 편견이 세상을 삐뚤어지게 만든다”고 돌변했다.

천재인은 “제법이네”라고 말했고, 한상구는 “형사님도 재미있네. 사람을 가두려면 증거를 가지고 와야지”라며 여유를 부렸다. 천재인은 빛의 속도로 한상구의 신발을 벗겼다. 완벽주의자로 셔츠에 주름 하나도 용납하지 않던 한상구의 신발에 진흙이 그대로 묻어 있었던 것.

신발 진흙을 통해 시체를 찾아냈다. 천재인은 사후강직(사망 후 근육이 빳빳하게 굳는것)이 일어난 것을 보고 한상구의 몸에 있는 손톱 자국을 찾아냈다. 국과수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예상과 달리 한상구는 태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 손톱에 있는 혈흔과 한상구의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천재인은 좌절했다. 48시간이 다 돼 한상구가 풀려나기 직전 김단이 나타났다. 김단은 ‘신기(神氣)’에 의해 한상구의 또 다른 살해장면을 봤다. 천재인이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다. 망상은 집에서 해라”며 화를 냈지만 김단은 “당신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라고”라며 피해자로 빙의된 채 살해 당시를 재연했다. 한상구는 또 다시 흔들리는 듯 했지만 끝내 48시간이 지나 풀려났다.

김단은 한상구가 범인임을 확신하며 “여기서 나가면 안돼. 죽여야 돼. 안 그러면 또 죽어”라며 총을 겨눴다. 한상구는 침착하게 김단 앞으로 다가와 귓속말로 “죽어라고 도망쳐. 안 그러면 그들이 데리러 올거야. 별”이라고 속삭였다. 김단은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한상구는 결국 천재인의 친동생을 살해했다. 뒤늦게 현장을 목격한 천재인은 오열했다. 2년 후 노숙자가 된 천재인과 지구대 순경에서 형사가 된 김단이 재회하면서 2회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과학수사의 화신’이라 불리는 형사 천재인과 신기(神氣)가 있는 형사 김단이 전대미문의 집단 변사 사건에 관한 음모를 파헤쳐나가는 스릴러물이다.

드라마 ‘타짜”마이더스’ ‘상속자들’ 등을 연출해 ‘흥행작 메이커’로 불리는 강신효 PD와 시사 다큐 프로그램의 베테랑인 한우리 작가가 의기투합해 2년 반의 기획 끝에 탄생시킨 기대작이다.

첫 방송을 3일 앞두고 조민기가 ‘성추행 논란’으로 갑자기 하차했고, 편성 날짜가 갑작스레 변경되는 등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우려 속에 드라마가 시작됐지만 작품으로 증명해 보였다. 신선한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전개, 영화 같은 영상미와 매끄러운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특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을 형성하다가도 양념처럼 뿌려진 코믹한 장면은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재미를 더했다. 강지환과 김옥빈의 극과 극 케미가 인상적이다.

시작은 좋았다. 극 중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강지환과 김옥빈의 케미가 또 어떤 재미를 줄 지, 집단 변사 사건의 실마리는 어떻게 풀릴 지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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