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포스터
/사진=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포스터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콜린 퍼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출연 만으로도 흥미롭다.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와 그의 뮤즈를 어떻게 연기했을지 궁금하게 한다. 15년 만에 재개봉하는 이 영화는 열여섯 살의 신인배우였던 스칼렛 요한슨과 리즈 시절의 콜린 퍼스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베일에 싸인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인생만큼이나 신비에 싸인 그의 작품을 소재로 한다. 영화는 이 소녀가 누구이며 어떻게 모델이 됐는지, 소녀와 베르메르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연출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가 원작이다.

영화는 음악과 배경, 곳곳의 분위기를 클래식 무드로 잘 표현했다. 하지만 톤 자체가 어둡고 장소의 변화가 없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의 포인트는 베르메르와 진주 귀걸이를 한 그리트의 섬세한 감정 변화다. 두 사람은 주인과 하녀로 만나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 서로가 통한다는 것을 느낀다. 베르메르는 자신의 화실에 그 누구도 들이지 않지만 그리트만을 허용한다. 그리고 물감 제조법을 알려주며 점점 가까워진다. 사실 두 사람은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눈빛만으로 상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특히 진주 귀걸이는 두 사람의 감정을 결정적으로 말해주는 매개체다. 베르메르가 그리트의 귀를 뚫어주고 진주 귀걸이를 걸어주는 장면은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리트 역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은 첫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의 농염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풋풋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극 중 그리트는 생계를 위해 베르메르 집의 하녀로 간다. 베르메르가 네덜란드에서 내로라하는 화가였던 만큼 그리트는 그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도 못 본 체해야 했고 듣고도 못 들은 체해야 했다.

이처럼 그리트는 다소 정제된 캐릭터다. 신인배우였던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기에는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그는 절제된 감정으로 담백하게 잘 표현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이 표현한 그림 속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킹스맨’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콜린 퍼스 역시 눈길을 끈다. 장발을 한 그는 17세기 화가 그 자체다. 베르메르는 꽤 다양한 모습을 가졌다.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 그림 소재 고갈로 힘들어하는 모습, 아내가 있지만 그리트에게 느껴지는 애틋한 감정 등 콜린 퍼스는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들을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00분, 2월 1일 개봉.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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