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전작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 이어 ‘1987’(감독 장준환)까지. 김윤석은 올 한해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 두 편이나 출연했다. 두 영화 모두 우리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역사다. 이를 연기한 김윤석은 “‘다시는 일어나서 안 된다’는 의미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윤석을 만났다.
김윤석은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한 대공수사처 박 처장 역을 맡았다. 그는 역사 속 실제 인물을 맡은 만큼 철저하게 공부하고 연구했다.
“박 처장은 권력의 어두운 면을 온몸으로 안고 있는 사람이에요. 연기력보다 더 중요한 건 역할의 상징성과 그 이면이었죠. 조직을 이끌어가는 모습이나 평양에서 온 그 인물의 전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박 처장은 등장부터 위압감이 대단하다. 매서운 눈빛 하나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김윤석이 “내 캐릭터인데 내가 봐도 너무 미웠다”고 했을 만큼 악랄하다.
“캐릭터를 선택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그래서 장준환 감독과 올해 1월14일 고(故) 박종철 열사 기일이라서 부산 광복동에 다녀왔어요. 거기서 부모님, 누님, 형님에게 인사드리고 ‘1987’ 작품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 했죠. 형님이 ‘영화로 만들어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악역을 맡았다니까 오히려 후유증이 남지 않을까 걱정했죠. 감사했습니다.”
극 중 박 처장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한다. 그리고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직접 연기한 김윤석은 어땠을까.
“‘탁치니 억’은 그 시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죠. 30년이 지난 지금 그 장면을 연기 해보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어요. 그 장면 연기할 때 현장에서는 다 웃음이 터졌죠. 웃을 수 밖에 없죠. 너무 기가 차니까요. 참 미묘하지 않나요.”
김윤석은 실제 이 시대를 겪은 사람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당시, 그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특히 박종철 열사가 그의 고등학교 선배라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박종철 열사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고등학교 선배니까 전해 들었죠. 그런데 실감은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알던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전국의 대학생이 데모 하던 시절, 저도 같이 대자보를 쓰고 도와줬던 기억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죠.”
영화 ‘1987’은 그들의 뜨거운 투쟁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신기하게도 30년 뒤, 이 영화는 마치 현재의 우리 모습을 비추는 듯 하다. 그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 자녀들과 손잡고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뛰어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윤석에게도 이 작품은 남다르다.
“개인적으로 ‘1987’이 2017년을 마감하고 2018년을 열어주는 작품이라서 영광스럽습니다. 지금 배우를 하고 있지만 1987년에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내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거울 같은 영화인 것 같네요. 내가 놓쳤던 것들, 놓치고 가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올 연말, 저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갈 계획입니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김윤석은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한 대공수사처 박 처장 역을 맡았다. 그는 역사 속 실제 인물을 맡은 만큼 철저하게 공부하고 연구했다.
“박 처장은 권력의 어두운 면을 온몸으로 안고 있는 사람이에요. 연기력보다 더 중요한 건 역할의 상징성과 그 이면이었죠. 조직을 이끌어가는 모습이나 평양에서 온 그 인물의 전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박 처장은 등장부터 위압감이 대단하다. 매서운 눈빛 하나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김윤석이 “내 캐릭터인데 내가 봐도 너무 미웠다”고 했을 만큼 악랄하다.
“캐릭터를 선택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그래서 장준환 감독과 올해 1월14일 고(故) 박종철 열사 기일이라서 부산 광복동에 다녀왔어요. 거기서 부모님, 누님, 형님에게 인사드리고 ‘1987’ 작품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 했죠. 형님이 ‘영화로 만들어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악역을 맡았다니까 오히려 후유증이 남지 않을까 걱정했죠. 감사했습니다.”
극 중 박 처장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한다. 그리고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직접 연기한 김윤석은 어땠을까.
“‘탁치니 억’은 그 시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죠. 30년이 지난 지금 그 장면을 연기 해보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어요. 그 장면 연기할 때 현장에서는 다 웃음이 터졌죠. 웃을 수 밖에 없죠. 너무 기가 차니까요. 참 미묘하지 않나요.”
“당시 박종철 열사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고등학교 선배니까 전해 들었죠. 그런데 실감은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알던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전국의 대학생이 데모 하던 시절, 저도 같이 대자보를 쓰고 도와줬던 기억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죠.”
영화 ‘1987’은 그들의 뜨거운 투쟁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신기하게도 30년 뒤, 이 영화는 마치 현재의 우리 모습을 비추는 듯 하다. 그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 자녀들과 손잡고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뛰어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윤석에게도 이 작품은 남다르다.
“개인적으로 ‘1987’이 2017년을 마감하고 2018년을 열어주는 작품이라서 영광스럽습니다. 지금 배우를 하고 있지만 1987년에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내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거울 같은 영화인 것 같네요. 내가 놓쳤던 것들, 놓치고 가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올 연말, 저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갈 계획입니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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