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아이돌 음악이 진화하고 있다. 올해 여러 아이돌들이 내놓은 음악이 이를 증명했다. 그간 ‘보는 음악’에 치중됐던 아이돌 음악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위한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가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준까지 올랐다. 그 중에서도 명반이라 불릴만한 앨범을 꼽았다. (앨범 순서는 발매 일자 기준)
◆ 태연 ‘MY VOICE’ (2017. 2. 28.)
소녀시대 태연이 솔로로 내놓은 첫 번째 정규앨범이다. 소녀시대의 리더, 소녀시대 태티서의 중심, 믿고 듣는 발라더, OST의 여왕 등 지난 10년 간 태연이 확장해온 스펙트럼이 모두 녹아있다. 얼터너티브 팝 장르의 타이틀곡 ‘Fine’을 비롯해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돋보이는 ‘I Got Love’, 넬의 김종완이 작업해 감성을 더한 ‘Time Lapse’, 태연의 록 보컬과 폭발적인 사운드를 만날 수 있는 ‘Eraser’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곡들이 실렸다. 태연이 이토록 폭넓은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앨범이다. 태연의 목소리로 듣는 명곡 ‘기억을 걷는 시간’(원곡 넬)은 실물 CD에만 수록됐다.
◆ 정세운 ‘EVER’ (2017. 8.31.)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이하 프듀2)’ 최종 12위를 기록한 정세운은 프로그램이 종영한 지 2개월 만에 완성도 높은 미니앨범을 내놓고 데뷔했다. 정세운은 이 앨범을 통해 그루비룸·프라이머리·키겐·이단옆차기·마인드유·브라더수 등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프로듀서들과 호흡을 맞추며 장르의 폭을 넓혔다. 특히 타이틀로는 마이너 풍의 팝 곡 ‘JUST U’를 내세워 정세운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래퍼 식케이가 피처링한 ‘JUST U’는 공개 당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 정세운의 자작곡을 브라더수가 편곡한 ‘오해는 마’ ‘프듀2’ 동기 이광현이 피처링한 ‘오! 나의 여신’이 수록돼 정세운 특유의 어쿠스틱 감성을 나타냈다.
◆ 태민 ‘MOVE’ (2017. 10. 16.)
샤이니 태민의 두 번째 솔로 정규앨범이다. 태민만이 소화할 수 있는 장르와 퍼포먼스로 인기를 끈 타이틀곡 ‘MOVE’를 비롯해 아홉 곡이 실렸다. 각각의 곡들은 R&B를 기반으로 여러 장르를 가미해 한층 성장한 태민의 보컬을 강조했다. 태민은 맑은 미성 이상의 능력을 보여줘 솔로가수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 곡의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기교와 호흡 조절로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레드벨벳 슬기가 피처링한 퓨처 베이스 장르의 ‘Heart Stop’, 일본 미니 2집 타이틀곡을 번안해 실은 ‘Flame of Love’에서 태민의 매력적인 보컬이 특히 도드라졌다.
◆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 ‘Max&Match’ (2017. 10. 31.)
초대형 신인 프로젝트 ‘이달의 소녀’의 유닛그룹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이 발표한 미니 1집 리패키지 앨범이다. 인트로 트랙 ‘ADD’부터 타이틀곡 ‘Sweet Crazy Love’를 거쳐 마지막 트랙 ‘ODD Front’까지 세련된 전개와 빈틈 없는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들로 앨범을 가득 채웠다. 특히 ‘Sweet Crazy Love’는 R&B 코드웍과 팝튠의 댄서블한 느낌을 절묘하게 결합해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만의 색깔을 나타냈다. 또 수록곡 ‘LUNATIC’과 ‘Uncover’에서는 K팝 아이돌계에서 생소했던 드림 팝 장르를 선보이며 국내외 음악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 KARD ‘YOU & ME’ (2017. 11. 21.)
KARD는 두 번째 미니앨범에서 혼성그룹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행복한 연인의 한때,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되는 과정과 결국 파국에 치닫는 비극적인 결말을 여섯 트랙으로 풀어냈다. 그 중 수록곡 ‘Trust Me’ 는 제이셉&지우, 비엠&소민, 완전체 버전을 각각 실었는데 버전 별로 편곡을 달리했다. 여성 보컬 전소민과 전지우, 남성 래퍼 비엠과 제이셉이 주고받는 파트들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타이틀곡 ‘You In Me’는 한층 성장한 전소민과 전지우의 보컬이 돋보인다. 벌스(verse)를 나른하게 부르는 전소민의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고 이어 전지우가 시원하게 터뜨리는 고음이 곡의 중심을 잡는다. 전작들보다 탄탄해진 제이셉과 비엠의 래핑도 제 몫을 다한다. 특히 해외 팬덤이 탄탄한 KARD는 이 앨범으로 해외 9개국 아이튠즈 K팝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 데이식스 ‘SUNRISE’ (2017. 6. 7.) + ‘MOONRISE’ (2017. 12. 6.)
올해 ‘믿고 듣는 밴드’로 자리매김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데이식스의 정규앨범들이다. 이들은 올해 매달 자작곡을 발표하는 ‘Every DAY6’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 중 1월부터 6월까지의 자작곡은 정규 1집 ‘SUNRISE’으로, 7월부터 12월까지의 자작곡은 2집 ‘MOONRISE’으로 묶어 다시 발표했다. 이 밖에 ‘Congratulations’ ‘놓아 놓아 놓아’ ‘Free하게’ 등 기존의 발표곡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버전도 실어 앨범의 소장 가치를 높였다. 데이식스는 올해 발표한 자작곡 스물다섯 곡을 통해 ‘올 보컬 밴드’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멤버들의 음색과 창법이 모두 달라 모던 록부터 팝, 발라드, 어쿠스틱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냈다. 또 곡을 꽉 채우는 밴드 사운드, 드라마틱한 구성, 일상의 언어로 특별한 울림을 주는 가사 등을 통해 데이식스만의 음악 세계를 확실히 구축했다는 평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아이돌 전성시대다. 아니,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2017 아이돌 명반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 태연 ‘MY VOICE’ (2017. 2. 28.)
◆ 정세운 ‘EVER’ (2017. 8.31.)
◆ 태민 ‘MOVE’ (2017. 10. 16.)
◆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 ‘Max&Match’ (2017. 10. 31.)
◆ KARD ‘YOU & ME’ (2017. 11. 21.)
◆ 데이식스 ‘SUNRISE’ (2017. 6. 7.) + ‘MOONRISE’ (2017. 12. 6.)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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