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SBS ‘사랑의 온도’ 방송 캡쳐
/사진=SBS ‘사랑의 온도’ 방송 캡쳐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 연출 남건)에서 가장 아쉬운 걸 꼽자면 김재욱이다. 아련한 짝사랑꾼에서 한 순간에 악역이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여주인공 이현수(서현진)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그를 지지했다.

김재욱은 ‘사랑의 온도’에서 다방면에서 비즈니스 능력이 뛰어난 박정우 역을 맡았다. 판단력이 빠르고 치고 빠질 때를 잘 아는 것이 특징인 인물이다. 그래서 요리에 남다른 소질을 보인 온정선(양세종)과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이현수의 능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자신이 꾸린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스카우트했다.

박정우는 온정선과 이현수 모두를 좋아했다. 우정과 사랑이었다. 그러나 비즈니스와 감정을 철저히 분리했다.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려 노력했고 어른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그의 배려심 깊은 짝사랑을 응원했다.

특히 김재욱은 전작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잔인한 연쇄살인마 역을 맡았던 터라 ‘사랑의 온도’ 속 로맨틱한 비즈니스맨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짝사랑에 아련한 모습, 등장인물들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톡톡히 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드라마 중반부부터 박정우의 캐릭터가 달라졌다.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형제와도 같던 온정선의 뒤통수를 쳤다. 온정선이 만들어준 달콤한 디저트로 이현수에게 프러포즈할 계획이었던 것. 뜻밖의 민폐 캐릭터가 된 것이다.

시청자들이 극 중 박정우와 이를 연기한 김재욱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던 상황이라 이 같은 전개는 큰 실망감을 안겼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 “박정우 다시 돌려놔라” 등의 의견을 내놨다.

후반부가 되어서야 박정우는 온정선에게 “내가 졌다”며 짝사랑을 포기했다. 사람의 감정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어른스러웠고 쿨했다. 시청자 역시 그의 외사랑이 안타까웠지만 그의 선택에 응원을 보냈다. 이현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그를 택했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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