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빅스LR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빅스LR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빅스LR은 6인조 보이그룹 빅스의 보컬 레오, 래퍼 라비로 이뤄진 유닛그룹이다. 2015년 미니앨범 ‘Beautiful Liar’로 첫 선을 보였고 올해 두 번째 미니앨범 ‘Whisper’로 본체인 빅스와 다른 빅스LR만의 색깔을 굳혔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빅스LR만의 색깔은 무엇일까? 왜 빅스의 멤버들 중 레오와 라비가 빅스LR로 뭉쳐 새로운 색깔을 시도하게 된 걸까? 그 해답을 이들의 단독 콘서트에서 확인했다.

지난 1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빅스LR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ECLIPSE’의 서울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올림픽홀은 빅스가 처음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장소기도 하다. 빅스LR은 이날 공연에 임하며 “같은 장소에서 또 첫 번째 콘서트를 연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시작하는 기분”이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빅스LR만의 콘서트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콘서트의 타이틀인 ‘ECLIPSE’는 일식이나 월식을 뜻한다. 빅스LR은 이번 공연을 통해 태양의 빛과 달의 그림자가 겹쳐 보이는 현상처럼 두 멤버의 상반된 매력으로 비롯된 시너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간 ‘왼쪽과 오른쪽’ ‘냉정과 열정’ 등 두 멤버가 서로 정반대되는 콘셉트를 각각 맡아 표현하고 이를 빅스LR의 음악으로 어울렀던 팀의 정체성과 맞닿았다.

빅스LR의 데뷔곡인 ‘Beautiful Liar’와 ‘Remember’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레오의 말을 빌리자면 빅스에 비해 보다 ‘정적인’ 느낌의 오프닝이었다. 이어 빅스의 노래도 재해석했다. ‘Error’와 ‘사슬’이다. 빅스 6명의 노래를 2명이 소화하는 데서 허전함이 느껴질 수도 있었다. 빅스LR은 이 빈자리를 곡의 서정성을 강조한 편곡과 레오, 라비 각각의 보컬과 랩으로 채웠다. 라비는 “빅스의 음악은 강렬하고 보다 팝의 느낌이 많이 가미됐다. 그 중에서 가장 빅스LR스럽게 들려줄 수 있는 곡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이 두 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밤에’까지 팀 공연을 마친 빅스LR은 각각의 솔로곡도 선보였다.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라비였다. 현장에서 내년 초 새로운 믹스테이프 발매를 예고한 라비는 최근 발표한 믹스테이프 ‘끓는 점’을 불렀다. “물이 끓는 온도인 100도가 나에게는 곧 0도와 같다는, 내 시작점은 항상 끓고 있다”는 내용의 ‘끓는 점’으로 공연장의 열기를 달궜다. 라비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래핑이 돋보였다.

빅스LR 레오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빅스LR 레오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반면 레오는 뮤지컬 ‘마타하리’ 초연에 수록됐던 넘버 ‘저 높은 곳’을 선곡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콘서트 무대가 곧 뮤지컬 무대인 양 연기와 노래를 함께 선보였다. 무대 위에 누운 채로 시작해 무대 장치를 타고 높이 떠오르기까지 하며 드라마틱한 연출을 보였다. 단 한 곡만으로 극에 깊이 몰입한 듯한 감정 표현과 눈빛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가요를 부를 때보다 한층 풍부한 발성과 성량부터 곡의 절정에서 선보인 탁월한 고음까지 레오의 모든 것이 감탄을 자아냈다. 라비는 “뮤지컬 극장으로 순간이동한 것 같았다”며 “역시 뮤지컬 배우”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레오는 오는 12월 시작하는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도 준비 중이라고 알려 기대를 높였다.

레오는 이 외에 배우 박소현과 함께 ‘SBS 파워FM 20주년 송 프로젝트’로 불렀던 ‘그뿐야’, 빅스LR 데뷔앨범에 수록된 자신의 솔로곡 ‘할말’을 들려줬다. 보다 어쿠스틱한 느낌의 ‘그뿐야’는 레오의 맑은 소리를 강조했고 ‘할말’은 댄서들과의 호흡을 통해 솔로 퍼포머로서의 레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라비는 올해 솔로로 활동했던 곡 ‘BOMB’과 같은 앨범 수록곡 ‘아 몰라 일단 Do The Dance’를 불렀다. 빅스의 음악보다 한층 빠른 속도의 래핑에 멜로디가 가미돼 경쾌한 느끼믈 줬다. ‘BOMB’에서는 제목처럼 라비의 에너지를 그야말로 폭발시켰고 이어지는 ‘아 몰라 일단 Do The Dance’에서는 흥겨운 랩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빅스LR 라비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빅스LR 라비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레오는 “데뷔 초에는 이런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가 혼자 공연장에서 멘트를 하다니… 팬 사인회 때도 어떻게 해야 하나 적응이 안 됐던 나인데, 팬들 덕분에 내가 여기서 이렇게 혼자 노래할 수 있다”며 빅스 팬클럽 별빛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왜 가수를 좋아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모르는 거다. 우리의 추억과 기억들을 몰라서 그런 거다. 팬들 덕분에 내가 달라졌다. 우리 부모님이 보셔도 대견해하실 거다. 모든 게 다 팬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언제나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겠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이어 레오는 스태프에게 자신을 비추던 조명을 줄여달라고 요청한 뒤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눴다.

솔로 공연이 끝난 뒤 빅스LR이 다시 하나로 뭉쳤다. 이들은 미 발매 신곡 ‘독’을 최초로 공개하고 이어 올해 발표한 ‘Whisper’와 ‘Chocolatier’를 불렀다. 모두 콘서트 버전으로 퍼포먼스를 새로 준비했다. 그 중에서도 ‘Chocolatier’를 통해 빅스LR만의 시너지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느꼈다. 레오가 가진 미성과 라비의 낮고 묵직한 소리들이 빅스LR의 음악으로 만났을 때 보다 극대화됐다. 또 빅스LR의 음악에서는 레오의 리드미컬한 보컬과 라비의 멜로디컬한 래핑이 더욱 도드라져 남다른 어울림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Chocolatier’는 빅스LR과 여성 댄서들이 호흡을 맞추며 수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레오와 라비의 절제된 섹시함이 이를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

어느덧 마지막 곡만을 앞두고 라비가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자 팬들이 아쉬움의 목소리를 높였다. 레오는 “너무 아쉬워해서 기분이 좋다”고 오히려 웃었다. “공연이 끝나갈 때 ‘언제 끝나지?’하는 반응이었으면 속상했을 텐데 아쉬워해줘서 행복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빅스LR의 곡들은 물론 빅스 완전체 곡의 재해석, 레오의 뮤지컬과 라비의 랩 퍼포먼스 등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알찬 구성이라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흐른 듯했다. 레오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이 고민하고 걱정했다. 6명이 채우던 무대를 둘이 채우다 보니 무대 효과나 선곡, 세트리스트 전부를 고심해 결정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니 행복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들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빅스LR과 팬클럽 별빛들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빅스LR과 팬클럽 별빛들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빅스LR은 ‘Today’를 팬들과 함께 부르고 빅스의 대표곡 ‘다이너마이트’와 ‘대다나다 너’를 앙코르 곡으로 선곡해 공연을 마무리했다. 특히 앙코르 곡을 부를 때는 빅스LR이 2층 객석 가운데서 나타나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1층 객석에 비해 자신들을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던 2층 객석 팬들과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불러주는가 하면 손을 잡아주고 셀프 동영상을 촬영하며 팬 사랑을 드러냈다. 이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팬들, 즉 별빛의 태도였다. 연예인이 가까이에 오면 달려들 법도 한데 별빛들은 빅스LR의 곁을 지키는 경호 인력의 긴장한 눈빛이 무색할 만큼 얌전히 제자리에 서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들며 호응했다. 앙코르 무대는 빅스LR의 팬 사랑과 별빛들의 관람 매너가 돋보였다.

공연을 모두 마치고 레오는 “아쉽다”면서도 “우리 별빛 고맙고 내 동생 라비 너무 고맙다. 서울 공연은 오늘이 끝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오래 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라비 역시 “기억에 남을 첫 콘서트를 함께 해준 팬들 덕분에 더 예쁘게 기억될 것 같다”며 “열심히 준비해준 레오 형을 비롯해 고생해준 많은 분들, 다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완전체 그룹이 아닌 유닛 그룹이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빅스LR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서 빅스와 차별화된 빅스LR의 음악, 이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고 또 멤버 각각의 역량이 얼마만큼 뛰어난 지도 입증했다. ‘ECLIPSE’ 콘서트는 빅스LR의 첫 번째 글로벌 투어로 내년 1월 25일 도쿄, 1월 27~28일 오사카 등 일본에서도 개최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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