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아이돌 전성시대다. 아니,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올해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한 비투비 서은광(왼쪽부터), 샤이니 키, 블락비 피오 / 사진제공=연우무대, 조준원 기자 wizard333@, 극단소년
올해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한 비투비 서은광(왼쪽부터), 샤이니 키, 블락비 피오 / 사진제공=연우무대, 조준원 기자 wizard333@, 극단소년
아이돌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가요 무대는 물론 이제 안방극장과 스크린도 넘어섰다. 최근 많은 아이돌들이 연극·뮤지컬 무대에 도전했다. 연극·뮤지컬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도전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연극은 긴 호흡의 연기를 필요로 하고 뮤지컬은 노래와 춤,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연극·뮤지컬에서 남다른 실력을 선보여 호평 받고 있는 아이돌들이 있다. 연극 ‘지구를 지켜라’의 샤이니 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비투비 서은광, 연극 ‘마니토즈’의 블락비 피오다.

◆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비투비 서은광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한 서은광 포스터 / 사진제공=연우무대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한 서은광 포스터 / 사진제공=연우무대
서은광은 지난 9월 26일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북한군 류순호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배경은 6·25전쟁이다. 포로수용소로 향하던 이송선이 난파돼 국군과 인민군이 외딴 섬에 표류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극 중 류순호는 전쟁 때문에 형을 잃은 트라우마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 인물이다. 누군가 다가오기만 해도 몸을 움츠리고 겁에 질리는 류순호의 모습을 서은광은 과장하거나 희화화하지 않고 표현했다. 또 류순호가 ‘여신님’의 존재를 믿으며 점차 밝아질 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관객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 홍우진, 윤석원 등 베테랑 연극배우들과 능청스레 애드리브를 주고받는 여유도 갖췄다.

서은광이 극 중 메인을 맡아 소화해야 하는 넘버는 ‘악몽에게 빌어’ ‘그대가 보시기에’ ‘보여주세요’ 등인데 곡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살리며 가창력을 뽐냈다. 서은광의 활약이 돋보이는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 1관에서 내년 1월 21일까지 공연된다.

◆ 연극 ‘지구를 지켜라’ 샤이니 키

연극 ‘지구를 지켜라’ 프레스콜 현장의 샤이니 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극 ‘지구를 지켜라’ 프레스콜 현장의 샤이니 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키는 지난 10월 막을 내린 연극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약 2개월 간 괴짜 천재 병구로 살았다. 지난해 초연을 통해 연극 무대에 발을 들인 그는 당시의 감정을 잊지 못해 두 번째 출연을 결정했다.

장준환 감독의 동명 영화를 유쾌하게 재해석한 ‘지구를 지켜라’는 병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병구는 사실 명석한 두뇌를 지녔지만 불우했던 환경 때문에 능력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세상 모든 부조리를 외계인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외계인이라 여기며 해치려고까지 한다.

키는 초연 때의 경험을 살리되 재연부터 달라진 디테일들을 고려해 자신만의 병구를 만들어냈다. 대사에서 웃음기를 빼고 병구의 어두운 과거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샤이니의 보컬과 랩을 동시에 맡고 있는 키의 뛰어난 발성이 대사 전달력을 높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 연극 ‘마니토즈’의 블락비 피오

연극 ‘마니토즈’ 블락비 피오 프로필 / 사진제공=극단소년
연극 ‘마니토즈’ 블락비 피오 프로필 / 사진제공=극단소년
블락비의 막내 래퍼 피오는 지난 6월 연극 ‘마니토즈’로 무대에 올랐다. ‘마니토즈’는 피오가 한림예술고등학교 1기 동문들과 창단한 극단소년이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은 인간의 소통 창구가 ‘마니토즈’라는 가상현실 세계로 옮겨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피오는 극 중 1인 2역을 연기했다. 짝사랑하는 여자의 음악 취향을 찾기 위해 가상의 뮤직 스토어를 방문하는 순박한 국어선생님 박용범과 아바타를 통해 박용범을 사칭하는 고등학생 강시후다.

피오는 두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호연을 펼쳤다. 연애에 쑥맥인 박용범은 피오 특유의 느리고 순박한 말투로 표현했고, ‘츤데레’ 강시후를 연기할 때는 능청스러운 애드리브로 웃음을 줬다. ‘마니토즈’로 연극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피오는 현재 방영 중인 SBS ‘사랑의 온도’에 출연하며 연기 행보를 잇고 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