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메인 포스터
/사진=영화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메인 포스터
1973년 미국에서 열린 한 테니스 대결은 마침내 시대를 바꾼다. 남녀평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때였다. ‘세기의 성 대결’이라고 불린 테니스 여제 빌리 진 킹과 전 남자 윔블던 챔피언 바비 릭스의 시합이 열렸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이하 ‘빌리 진 킹’)은 1969년 루이 암스트롱의 달 착륙 이후 사상 최고의 시청률 및 북미 지역 테니스 경기 최다 관중(3만472명) 기록을 보유한 빌리 진 킹과 바비 릭스의 경기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일명 ‘성 대결’로 유명한 이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서 성평등의 시작을 알렸다.

영화에서 빌리 진 킹은 ‘라라랜드’로 인기를 모은 엠마 스톤이 맡았다. 바비 릭스는 ‘브루스 올마이티’ ‘에반 올마이티’ 등 코믹 연기의 대가로 불리는 배우 스티븐 카렐이 맡았다. 두 배우는 실제 인물들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경기 당시 신었던 신발까지 완벽에 가깝게 재현했다. 외모부터 연기력까지 갖춘 두 배우의 통통 튀는 연기 호흡은 관전 포인트다.

영화는 1973년 당시 대결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 1970년대에 사용했던 빈티지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해 몰입도를 높였다.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사진=영화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스틸컷
/사진=영화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스틸컷
여자 테니스 챔피언 빌리 진 킹은 남자 테니스 선수들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며 여자 테니스협회를 직접 설립해 남성 중심의 스포츠 업계에 당당히 보이콧을 외친다. 계약금 1달러로 시작된 그들의 도전은 당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성 우월주의자를 자처하는 전 남자 세계 챔피언 바비 릭스로부터 대결을 제안받는다. 거침없는 쇼맨십과 동물적인 미디어 감각을 가진 바비 릭스가 은퇴 후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성 대결을 제안한 것이다. “여자가 코트에 없으면 공은 누가 줍나요?”라며 말이다.

/사진=영화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스틸컷
/사진=영화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스틸컷
이 성 대결은 마치 오락쇼처럼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뭉클함을 선사한다. 한 여자 테니스 선수가 엄청난 중압감과 부담감을 이겨내고 마침내 여성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때문이다. 승패가 판가름나는 오락의 성격을 띤 스포츠 경기장이 사회적 이슈를 만든 장소가 된 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는 테니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테니스를 잘 알지 못해도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남녀평등과 1970년대 당시 미국 사회의 분위기, 성 대결을 통해 바뀌어가는 사람들의 인식을 담아냈다. 재미와 감동을 오가는 스토리라인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테니스 선수로서의 빌리 진 킹과 그 이면에 있는 삶도 다룬다. 결혼생활과 그의 성 정체성 등 말이다. 이 역시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빌리진 킹: 세기의 대결’은 오는 11월16일 개봉한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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