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김재중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김재중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KBS2 수목드라마 ‘맨홀’은 끝내 심폐소생에 실패했지만 그 안에서 김재중은 빛났다.

‘맨홀’은 백수 봉필(김재중)이 일주일 뒤 예고된 짝사랑녀 수진(유이)의 결혼을 막기 위해 맨홀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8월 9일 방송된 첫 회는 3.1%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줄곧 2%대 시청률을 유지하던 극은 8회 반환점을 도는 지점에서 1.4%까지 떨어졌다.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며 촬영 중인 배우들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인데도 안정적인 연기로 책임감 있게 극을 끌고 갔다. 특히 극의 메인 서사를 끌고 가는 봉필 역의 김재중은 ‘맨홀’에서 건져낸 진주다. 김재중은 극 초반 천방지축 백수의 모습으로 등장, 다소 엽기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으며 한없이 망가졌다. 우연히 시간여행을 하게 된 후부터 그의 하드캐리 열연이 시작됐다.

김재중은 과거의 사소한 행동 변화 때문에 건달이 됐다가 영혼이 되기도 하는 황당무계한 인물을 이질감 없이 구현했다. 매번 새로운 직업군을 만날 때마다 톤이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몰입을 높였다. 원하는 경찰이 됐지만 미래에 갇힌 후엔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판타지 전개 속 김재중의 로맨스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수없이 바뀌는 중에도 수진에 대한 마음만은 굳건했다. 초반엔 수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분투했다면 극이 전개될수록 그를 걱정하고 이해하는 모습으로 성숙해가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2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8일 방송된 최종회는 1.9%를 기록했다. 반전 없는 초라한 퇴장이다. ‘맨홀’은 맨홀 속에 빠졌지만 김재중은 건졌다. 앞선 드라마와 영화에서 진중한 분위기의 인물을 주로 연기하던 그는 색다른 도전에서도 합격점을 받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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