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미운 우리 새끼’, ‘판타스틱 듀오2’ / 사진제공=SBS
‘미운 우리 새끼’, ‘판타스틱 듀오2’ / 사진제공=SBS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고정 MC’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스페셜 MC 체제를 통해 패널진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움직임의 시작은 지난해 강남의 ‘정글의 법칙’ 합류부터였다. 강남은 2015년 ‘정글의 법칙 in 얍’ 편을 시작으로 파푸아뉴기니 편과 몽골 편에 연달아 출연했고, 지난해 11월 25일 방송된 ‘동티모르’ 편에 ‘인턴’ 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참여했다. 스페셜 출연의 다른 말이다. 강남은 ‘인턴’으로 출격해 족장 김병만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정글 비타민’으로 예능적 재미를 배가하는 등 스페셜 출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스페셜 MC 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SBS 예능 프로그램은 ‘미운 우리 새끼’였다. 지난해 8월 26일 첫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에는 원래 신동엽, 서장훈, 한혜진이 고정 MC로 출연했다. 하지만 한혜진은 축구선수인 남편 기성용의 내조를 위해 지난해 12월 MC를 하차하게 됐다. 한혜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는 ‘미운 우리 새끼’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석권하며 일요 예능의 절대 강자로 떠오르게 만든 전환점 중 하나가 됐다.

한혜진의 빈 자리는 김민종을 필두로 김종민, 차태현, 탁재훈, 성시경, 김흥국, 안재욱, 유희열, 주상욱 등이 채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페셜 MC 대부분은 신동엽과 서장훈은 물론, 4명의 아들들과 각자의 친분이 있다. 이는 VCR 시청 후 스페셜 MC들이 어머니들과 대화할 때 그간 타 방송에서 풀어내지 못한 아들들과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토크를 풍성하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유희열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스페셜 MC로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 녹화를 진행했다.

‘미운 우리 새끼’ 유희열, 어머니들 / 사진제공=SBS
‘미운 우리 새끼’ 유희열, 어머니들 / 사진제공=SBS
‘미운 우리 새끼’만이 주는 재미가 어머니들의 솔직한 입담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각 스페셜 MC마다 어머니들과 만들어내는 ‘입담 케미’ 또한 ‘미운 우리 새끼’의 흥행에 한몫했다. ‘미운 우리 새끼’를 연출하는 곽승영 PD는 “어머니들은 정말 꾸밈없이 말씀하시기 때문에, 스페셜 MC마다 색다른 대화가 만들어진다. 어머니들과 만나고 싶어서 스페셜 MC로 출연해보고 싶다는 스타들도 꽤 되고, 어머니들도 스페셜 MC를 보면 팬들처럼 신기해하신다. 이러한 만남을 보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곽 PD는 이어 스페셜 MC 체제를 도입 후 시청자들의 공감대 형성 포인트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셜 MC가 각자 캐릭터가 다르다보니,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해볼 수 있는 지점들도 늘어났다. 지난 14일 첫 여성 스페셜 MC로 출연한 오연수는 본인도 아들이 둘이라 아들 키우는 어머니들과 또다른 공감을 만들어냈는데, 시청자들도 보시면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미운 우리 새끼’의 스페셜 MC 체제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싸이, 아이유 / 사진=SBS ‘판타스틱듀오2’ 방송화면 캡처
싸이, 아이유 / 사진=SBS ‘판타스틱듀오2’ 방송화면 캡처
지난 3월 26일 첫 방송된 ‘판타스틱 듀오2’는 1회부터 스페셜 MC로 화제를 모았다. 바로 6년 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가수 이소라였다. 2회까지 특별 MC로 활약한 이소라의 하차 이후, ‘판타스틱 듀오2’는 지난 4일부터 본격적으로 패널진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방송된 ‘싸이유(싸이X아이유)’ 페스티벌이 그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반응도 뜨거웠다. 분당 최고 시청률이 11.2%까지 치솟은 것. 이날 최고 시청률을 찍은 장면 또한 싸이와 아이유를 비롯한 전 출연진과 관객들이 함께 ‘싸이유의 A/S 콘서트’를 즐기는 장면이었다.

이어 지난 11일 샤이니 온유와 B1A4 산들이 ‘부활 VS 김연우’ 편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오는 25일에는 트와이스 쯔위, 모모, 다현, 정연, 지효와 아이콘 김진환, 구준회, 김동혁이 특별 MC로 출연해 대성, 설운도, 홍진영 등과 함께 트로트 특집을 꾸민다.

SBS 관계자는 “앞으로도 ‘판타스틱 듀오2’는 스페셜 MC 체제를 통해 패널진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시즌2로 개편되면서 패널진을 늘려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SBS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스페셜 MC 체제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고정 패널들이 한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아무래도 한계가 드러나고, 신선함도 떨어진다”라며 “때문에 트와이스나 아이콘처럼 연령대가 아이돌을 섭외하거나 오연수처럼 엄마들의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스타를 특별 MC로 섭외해 시청자들의 공감대 폭도 넓히고 새로운 재미도 더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스페셜 MC 체제는 제작진은 물론 스타들에도 윈윈하는 시스템이다. 스타들은 자신들이 그 프로그램에 맞는지 특별 출연함으로써 알아갈 수 있어 부담이 없고, 제작진 또한 빠른 주기로 바뀌는 예능 스타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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