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윤종신(왼쪽), 안성진 작가 / 사진제공=월간윤종신&테오
윤종신(왼쪽), 안성진 작가 / 사진제공=월간윤종신&테오
가수 윤종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윤종신은 1992년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음반 재킷 촬영을 담당하는 포토그래퍼 안성진과의 25주년을 기념해 전시회를 마련했다. 달램’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오는 22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 한남동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에서 사진전을 연다.

안성진이 찍고, 윤종신이 찍힌 아날로그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을 골라 담았다. 윤종신의 2집부터 2008년 디지털 작업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그 감동과 추억이 벽을 수놓았다. 지난 15일 열린 오픈식에서 윤종신과 안성진을 만나 소회를 들었다. 사진을 바라보며 “아련하다”는 윤종신의 눈이 빛났다.

10. 전시회를 열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윤종신 : 소담스럽게 여는 전시회이다. 음반의 포토그래퍼를 한 번도 바꾸지 않고 1992년부터 안성진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월간 윤종신’ 공간을 만들면서 ‘한 번은 해야지’란 생각을 했다. 내년이면 25주년이 되는데 디지털 작업 전 필름으로 작업한 것들만 모아서 해보자고 제안했다. 안 작가가 보관을 잘 해놔서 이렇게 전시를 열 수 있었다. 옛날에는 사진을 찍고 나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지 않나. 일주일이 지난 뒤 ‘밀착 나왔으니 보러 와’라고 하면 그제야 어떤 결과물인지 볼 수 있던 시대니까. 셔터조차 조심스럽게 누르던 시절에 작업한 결과물로 전시를 열고 싶었다.

10. 2집부터 본격적으로 재킷 이미지에 신경을 쓴 것 같다. 안성진 작가와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윤종신 : 원래 안 작가는 음향 엔지니어였다. 우연히 만났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까지 발전했다.
안성진 : 사진을 한 번 찍어보라고 하더라.(웃음) 연극영화과에서 영화 촬영을 전공했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좀 찍네’라고 해서 015B의 라이브 음반을 부탁받고 처음 찍게 됐다. 이후 윤종신과도 작업을 시작했다.
윤종신 : 천호대교 밑에서 고개 숙이고 찍었던 사진이 첫 작품, 2집 재킷이다.(웃음)

10. 자전거를 끌고 가는 4집 ‘공존’의 재킷 사진도 인상적인데, 제작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윤종신 : 복고 콘셉트였지.
안성진 : 음악에 많이 취중을 했다. 데모 테이프를 들었는데 음악에 빠지게 됐다. 가사에 빠져서 분위기, 무드에 녹아 진행됐다. 얼굴 위주보다 분위기 위주라고 보면 된다. 얼굴을 날린 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월간 윤종신 / 사진제공=월간윤종신&테오
월간 윤종신 / 사진제공=월간윤종신&테오
10. 재킷만 봐도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는 이들도 있을 거다.
윤종신 : 그 세대들이 전시장에 왔으면 한다. ‘공존’ ‘오래전 그날’의 세대, 또 ‘너에게 간다’ ‘배웅’의 세대까지 두 부류로 나뉠 텐데 그분들이 전시장을 많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 필름 작업이라 디지털과 느낌이 많이 다를 거다.

10. 정말 많은 필름이 있었을 텐데, 선정 기준은?
안성진 : 선정하는데 사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작업을 할 때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컷들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 쉬웠다.

10. 재킷 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안성진 :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건 일본 삿포로 촬영 때이다. 워낙 이동도 많았고 추웠다.

10. 두 사람이 고른 베스트 컷이 있다면?
안성진 : ‘공존’의 자전거 컷이다.
윤종신 : 마찬가지로 ‘공존’이다.

10. 작가에게 윤종신은 매력적인 모델인가.
안성진 : 모델로서 매력이 있다. 비주얼적인 매력보다, 음악적인 재능과 능력이다. 모든 노래를 직접 쓰고 만들었으니까, 연출자의 능력이 탁월하다. 다른 사람이 써준 음악, 가사가 아니라 자기의 것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뛰어나다.
윤종신 : 내 얼굴의 각을 찾아낸 사람이다.(웃음)

10. 반대로 안성진 작가는 어떤 존재인가.
윤종신 : 안 작가는 마초인데, 그 안에 소녀 같은 구석이 있다. 이중적인 것에 대한 충돌이 매력이다. 그의 뷰파인더 안에 들어가면, 내 안에 남성성이나 와일드한 면이 나온다. ‘남자 윤종신’을 잘 잡아낸다고 해야 할까.

10. 서로에게 어떤 영감을 준다고 생각하나.
윤종신 : 전시회 제목이 ‘달램’이다. 안 작가의 제안인데 나와 한 작업은 달램이었다고 하더라.
안성진 : 살면서 힘들고 슬프고 어려운데 그때마다 윤종신의 음악을 듣고 작업하는 것이 해소 방법 중 하나였다. 심적으로 위안이 되고 달램이 이뤄졌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정했다. 처음엔 아티스트로 만났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고 있다. 일적으로만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 힘들 때 찾고 이야기 나누는 그런 사이가 됐다.

10.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열 계획인가.
윤종신 : 월간 윤종신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도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