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김민혁: 고정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게 처음이었다. 나에겐 데뷔작이다. ‘수상한 삼형제’가 시청률 40%를 넘어 가니 주변에서도 많이 알아봤다. 드라마에 출연하면 이렇게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이게 연예인의 맛이구나’ 우쭐하기도 했다. 어리석었다. 처음에 사랑을 받고 이후로 하락세를 타다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덕분에 얻은 게 많다. 작품에 임할 때 더 진지한 태도를 갖게 됐으니까.
10. 2002년 CF를 통해 데뷔했다. 처음부터 연기가 꿈이었나.
김민혁: 고1때 길에서 캐스팅이 돼 잡지 모델을 했었다. 연기가 아니고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꿈이었다. 그러던 중에 박카스 CF를 찍게 됐는데, 그 CF가 이슈가 되고 상도 탔다. 덕분에 시상식에도 갔고. 그 광고 영상을 한 영화감독님이 봤고, 영화 ‘빙우’에 출연하게 됐다. 촬영 현장에서 이성재·송승헌·유해진 선배를 봤다. 그들이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겉멋이 든 거였다.
10.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온 것은 아닐테고.
김민혁: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소속사에 들어갔는데, 회사가 없어졌고 군대를 가게 됐다. 군 생활을 1년 정도 하던 어느 날 전신거울을 봤는데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무슨 배우냐’는 생각이 들었다. 살이 많이 쪘었거든.(웃음) 그래서 제대 후에 의류 회사에 취직을 했다. 당시 함께 연기를 공부하던 친구들은 점점 스타 반열에 올랐다. 특히 유건. 건이가 잘 되면서 내게 힘을 많이 줬다. 다시 해보자고 용기를 줬고 2006년쯤 다시 준비를 시작했다. 그마저도 쉽진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본 오디션이 ‘수상한 삼형제’였다.
10. ‘연기가 내 길이다’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김민혁: 2012년 ‘대풍수’라는 사극을 하게 됐다. 조민기 선배의 수하 역할이었다. 준비도 오래했고 촬영 기간도 길었지만 드라마 자체가 흥행을 하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사람들과 더욱 돈독해졌다. 그 당시가 연기적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연기에 답은 없다고 하지만 선배들이 옳은 길을 제시해줬다. 이후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니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거다. 다음 작품에서 연기를 할 땐 주변에서 편해 보인다는 칭찬을 받았다.
10. 이후 오디션에도 열정적으로 임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다면?
김민혁: 지난해 ‘장영실’ 송일국 선배의 제자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당시 감독님이 내 인상이 세서 힘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기회를 잡아야겠더라.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었다. 감독님은 ‘부모님 얘기를 꺼내는 건 반칙 아니냐’며 끝까지 완강하다가 결국 캐스팅을 해줬다. 이후로 계속 잘 지낸다. 최근 감독님이 ‘오 마이 금비’ 촬영 전에 직접 내게 전화를 주셨다. 오지호 선배를 잡는 경찰 역이었는데, 크기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나를 먼저 불러준다는 게 행복했다.
10. 대중적이진 않지만 연기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김민혁: 그 자부심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5년 전만 해도 내 연기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내 연기를 직접 보며 ‘거짓말을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순간 지나니 연기가 재미있어졌고 그래서 자신감도 생겼다.
10. 오래 준비를 하며 조바심은 없었나.
김민혁: 어릴 땐 조바심이 있었다. 주변 친구들은 유명한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든 생각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내가 버틸 수 있는 자양분이 곧 내 실력이라는 걸 알았고, 꾸준히 준비를 하면 기회는 올 거라고 믿으니까.
10. 김민혁을 오랜 시간 버티게 한 원동력은?
김민혁: 사람들. 무명이 길어지면 힘들다지만 난 금전적인 걸 제외하곤 괜찮은 편이었다. 주변에 나와 내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10. 즐기는 취미 활동이 있다면?
김민혁: 운동을 좋아한다. 축구팀과 농구팀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단장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임원진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웃음) 주말엔 무조건 농구를 하고 축구도 2주에 한 번은 한다. 축구팀은 후원자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중이지만 농구팀은 AOZ다. ‘아는 오빠들’이라는 뜻이다. 이준혁, 이장우 등이 포함돼 있다.
10. 인맥이 굉장히 넓은 것 같다.
김민혁: 주변에선 내게 ‘언더 박경림’이라고 한다.(웃음) 잠깐 가수 준비를 한 적도 있어서 가수들을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 박효신·김재중·노을 이상곤과도 친하게 지낸다.
10.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김민혁: 예전엔 나이를 먹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내 경험을 토대로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좋다. 한 살 한 살 헛되지 않으려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내 마흔이 기대된다.
10. 배우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얘기하자면.
김민혁: 장인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내 직업을 ‘배우’라고 소개했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행복하겠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10. 아직도 연관 검색어엔 ‘수상한 삼형제’가 남아있다. 당시 ‘조사중’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배우 김민혁은 솔직했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는지 묻자 고등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이 돼 다수의 광고에 출연했던 시절부터 우연한 기회로 드라마·영화에서 연기를 했던 순간까지 빠짐없이 설명했다. 체감할 수 없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 못해 평범한 의류 회사에서 직장 생활도 했다. 듣는 사람도 놀라게 할 만큼 다이내믹한 인생이었지만 김민혁은 시종일관 유쾌했고 또 한편으론 담담했다. 금전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심적으론 행복했다. 곁에서 그를 응원하는 좋은 사람들 덕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 탓에 강렬한 이미지를 상상했지만, 그 뒤엔 사람 냄새를 풍기는 순박한 김민혁이 있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김민혁의 이야기.
김민혁: 고정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게 처음이었다. 나에겐 데뷔작이다. ‘수상한 삼형제’가 시청률 40%를 넘어 가니 주변에서도 많이 알아봤다. 드라마에 출연하면 이렇게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이게 연예인의 맛이구나’ 우쭐하기도 했다. 어리석었다. 처음에 사랑을 받고 이후로 하락세를 타다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덕분에 얻은 게 많다. 작품에 임할 때 더 진지한 태도를 갖게 됐으니까.
10. 2002년 CF를 통해 데뷔했다. 처음부터 연기가 꿈이었나.
김민혁: 고1때 길에서 캐스팅이 돼 잡지 모델을 했었다. 연기가 아니고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꿈이었다. 그러던 중에 박카스 CF를 찍게 됐는데, 그 CF가 이슈가 되고 상도 탔다. 덕분에 시상식에도 갔고. 그 광고 영상을 한 영화감독님이 봤고, 영화 ‘빙우’에 출연하게 됐다. 촬영 현장에서 이성재·송승헌·유해진 선배를 봤다. 그들이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겉멋이 든 거였다.
10.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온 것은 아닐테고.
김민혁: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소속사에 들어갔는데, 회사가 없어졌고 군대를 가게 됐다. 군 생활을 1년 정도 하던 어느 날 전신거울을 봤는데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무슨 배우냐’는 생각이 들었다. 살이 많이 쪘었거든.(웃음) 그래서 제대 후에 의류 회사에 취직을 했다. 당시 함께 연기를 공부하던 친구들은 점점 스타 반열에 올랐다. 특히 유건. 건이가 잘 되면서 내게 힘을 많이 줬다. 다시 해보자고 용기를 줬고 2006년쯤 다시 준비를 시작했다. 그마저도 쉽진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본 오디션이 ‘수상한 삼형제’였다.
10. ‘연기가 내 길이다’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김민혁: 2012년 ‘대풍수’라는 사극을 하게 됐다. 조민기 선배의 수하 역할이었다. 준비도 오래했고 촬영 기간도 길었지만 드라마 자체가 흥행을 하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사람들과 더욱 돈독해졌다. 그 당시가 연기적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연기에 답은 없다고 하지만 선배들이 옳은 길을 제시해줬다. 이후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니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거다. 다음 작품에서 연기를 할 땐 주변에서 편해 보인다는 칭찬을 받았다.
10. 이후 오디션에도 열정적으로 임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다면?
김민혁: 지난해 ‘장영실’ 송일국 선배의 제자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당시 감독님이 내 인상이 세서 힘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기회를 잡아야겠더라.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었다. 감독님은 ‘부모님 얘기를 꺼내는 건 반칙 아니냐’며 끝까지 완강하다가 결국 캐스팅을 해줬다. 이후로 계속 잘 지낸다. 최근 감독님이 ‘오 마이 금비’ 촬영 전에 직접 내게 전화를 주셨다. 오지호 선배를 잡는 경찰 역이었는데, 크기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나를 먼저 불러준다는 게 행복했다.
김민혁: 그 자부심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5년 전만 해도 내 연기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내 연기를 직접 보며 ‘거짓말을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순간 지나니 연기가 재미있어졌고 그래서 자신감도 생겼다.
10. 오래 준비를 하며 조바심은 없었나.
김민혁: 어릴 땐 조바심이 있었다. 주변 친구들은 유명한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든 생각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내가 버틸 수 있는 자양분이 곧 내 실력이라는 걸 알았고, 꾸준히 준비를 하면 기회는 올 거라고 믿으니까.
10. 김민혁을 오랜 시간 버티게 한 원동력은?
김민혁: 사람들. 무명이 길어지면 힘들다지만 난 금전적인 걸 제외하곤 괜찮은 편이었다. 주변에 나와 내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10. 즐기는 취미 활동이 있다면?
김민혁: 운동을 좋아한다. 축구팀과 농구팀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단장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임원진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웃음) 주말엔 무조건 농구를 하고 축구도 2주에 한 번은 한다. 축구팀은 후원자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중이지만 농구팀은 AOZ다. ‘아는 오빠들’이라는 뜻이다. 이준혁, 이장우 등이 포함돼 있다.
10. 인맥이 굉장히 넓은 것 같다.
김민혁: 주변에선 내게 ‘언더 박경림’이라고 한다.(웃음) 잠깐 가수 준비를 한 적도 있어서 가수들을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 박효신·김재중·노을 이상곤과도 친하게 지낸다.
10.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김민혁: 예전엔 나이를 먹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내 경험을 토대로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좋다. 한 살 한 살 헛되지 않으려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내 마흔이 기대된다.
10. 배우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얘기하자면.
김민혁: 장인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내 직업을 ‘배우’라고 소개했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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