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자체발광 오피스’ 캡처 / 사진제공=MBC
‘자체발광 오피스’ 캡처 / 사진제공=MBC
매주 수, 목요일 밤 시청자들의 가슴에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 MBC ‘자체발광 오피스’(극본 정회현, 연출 정지인 박상훈)가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100번의 취업 시도에 탈락하고 101번째에 하우라인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은호원(고아성)을 중심으로 정글 같은 직장의 사건들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와 인물들의 대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에 꼽아보는 ‘자체발광 오피스’ 표 공감 명대사들.

◆ 은장도 “무슨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할까”

하우라인 계약직으로 함께 입사한 ‘3인방 은장도’는 청춘의 대변인과도 같았다. 은호원을 비롯해 도기택(이동휘), 장강호(이호원) 3인방의 대사는 N포 세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먼저, ‘싼 무릎의 계약직’ 호원. 취업준비생과 계약직, 신입사원 등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00번 입사 시험에 떨어졌을 당시 “저한테 왜 이러세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라는 대로 했잖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야 한대서 열심히 했단 말예요. 장학금 받으려고 잠 못 자가면서 미친 듯이 했구요. 먹고 살려고 알바(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라는 말은 이 시대의 흔한 20대의 고뇌가 응축되어 있었다. 심지어 면접장에서 면접관들에게 “학자금 대출에 집세도 내야하고 먹고 살기 힘드니까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왔지, 인생을 걸긴 무슨 인생을 걸어요! 이런 개소리 좀 시키지 마요!”라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사내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일들마다 직언을 날리던 호원은 하우라인이 취업 준비생들을 우롱한다고 생각하자 “이건 취업사기입니다! 이건 6만 취준생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선언했다.

기택과 강호 역시 청춘의 서글픈 삶을 나타냈다. 두 사람이 작은 자취방에 누워 나누던 대화는 묵직하게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기택은 “그 몇 만원 아끼겠다고, 창문 없이 그렇게들 살아. 나도 고시원 살면서 알았다. 손바닥만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값이 7만원쯤 한다는 거”라고 말해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어진 “평생 월급 안 쓰고 모아도 내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세상, 무슨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할까. 가난이 대문을 두드리면 사랑이 창문으로 달아난대.. 내 처지에 남의 집 귀한 딸 데려와서 무슨 고생을 시키겠다고”라고 읊조리는 기택의 대사는 사랑마저 마음껏 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대변하며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밉상 신입사원 오재민(김희찬)도 퇴사하며 “이 새끼 저 새끼 하지 마세요. 제가 부장님 새끼에요? 아침마다 목표실적 맞추라고 깨지고, 그러고 나가선 점주들 깨고. 회사가 완전 깡패야.”, “부장, 과장, 대리 비위나 맞추자고 도합 16년을 죽어라 공부한 줄 아세요? 전 점심은 햄버거 먹는 게 좋아요. 추어탕 진짜 지겹거든요?” 등의 대사로 청춘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냈다.

◆ 하석진 VS 김동욱=같은 ‘실력’ 다른 느낌

마케팅부 서우진 부장(하석진)과 사주 아들인 서현 본부장(김동욱)은 매사에 실력을 강조하지만, 다른 분위기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우진은 ‘은장도’에게 “시키면 무슨 일이든 다할 거예요? 자기 가치는 자기가 증명하는 겁니다. 나를 함부로 하게 내버려 두면 사람들은 점점 무감해지죠.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이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충고를 했다. 우진의 충고는 은장도가 ‘사내 존재감’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반면 서현은 직원들 회식 자리에서도 “세상에 공짜는 없죠”라며 실적을 보이라고 말했다. “능력만큼 확실하게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직급 파괴, 직위 파괴. 저 그런 거 좋아합니다”라고 직원들을 회유하며 경영진이 직원들을 경쟁시키는 단골 멘트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우진은 “무한 경쟁 적극 동의합니다. 근데 왜 그 무한 경쟁이 직원들에게만 해당하는 건지. 선장을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어야 믿고 노만 젓죠. 본부장님 능력도 기대하겠습니다”라고 받아 치며 사이다를 선사했다. 어느 직장인이나 하고 싶은 말이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대신 해 준 셈이다.

◆ 장신영+한선화=여성 평등? 이 시대의 신여성으로 살기!

조석경 과장(장신영)과 하지나 대리(한선화)은 직장 내 여성의 평등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했다. 지나는 “워킹맘은 조금만 실수해도 ‘애 있는 여잔 이래서 안 된다’ 그러고, 미혼녀는 조금만 깐깐해도 ‘노처녀 히스테리’, ‘성격이 저러니 결혼 못했다’ 그러고”라고 말했고, 석경은 “이혼맘은 ‘그렇게 독하니까 이혼당했다’ 그러고?”라고 답했다. 이혼녀인 석경은 지나에게 “외조 받으며 마음껏 능력을 펼치라”고 조언했다.

석경은 강호에게 취직한 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이야기를 하며 “내가 온전하게 내 삶을 책임진다는 기분. 그거 꽤 괜찮지 않아?”라고 말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직접 해야 하고, 월급 쪼개서 집세, 생활비 등 빠듯하게 살아야 하지만 진정한 독립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석경은 “처음엔 힘들거야. 그래도 진짜 어른이 되는 거 같아서 좋았어”라고 말해 강호의 선택에 도움을 줬다.

이처럼 ‘자체발광 오피스’는 매회 촌철살인같은 명대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며 뜨거운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과연 남은 2회동안 어떤 대사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킬지 기대감을 높였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계약직 신입사원의 갑을 체인지 오피스 입문 드라마로,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MBC에서 방송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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