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 ‘김과장’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 ‘김과장’ / 사진=방송 화면 캡처
뜨거울 땐 한없이 뜨겁고 차가울 땐 한없이 차갑다. 배우 남궁민이 온 몸으로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온도차가 안방극장을 웃겼다가 또 울린다.

남궁민은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 최윤석)에서 TQ그룹 경리과의 과장 김성룡을 연기한다. 남의 돈을 삥땅치며 덴마크로의 이민을 꿈꾸던 그가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입사하게 되고, 그 안에서 얼떨결에 의인이 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김성룡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다가 우연히 사고를 당할 뻔한 사람을 구했고, 어릴 적 꿈이라며 노조위원장 조끼를 입었다가 노조를 위해 정의로운 일도 하게 됐다. 예상할 수 없는 전개는 웃음을 유발했다.

마냥 웃긴 건 아니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7회 방송분에서 김성룡은 회계범죄자로 전락해 대기실에서 대기를 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직원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 작은 책상 하나가 놓여있는 황당한 대기실이었다. 창피함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회사를 나가게 하려는 수였다. 김성룡은 “쪽팔린다”고 고백을 하면서도 제 할 일을 하며 잘 버텼다.

문제는 함께 대기실에 있던 22년 차 타 부서 부장. 그는 일생을 바친 회사에서 내쳐졌다는 자괴감에 자살을 결심했고, 김성룡은 이를 알게 됐다. 김성룡은 옥상에서 투신하려는 남자를 향해 “남의 돈을 삥땅치고도 사는 사람이 있다. 왜 당신이 죽어야 하냐”며 소리쳤다. 자신의 속내까지 고백하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눈물을 담은 눈빛부터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태도까지, 우리가 몰랐던 색다른 김성룡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김성룡을 연기하는 남궁민은 심하게 입체적인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그려냈다. 얄미운 표정으로 부서원들을 황당하게 할 땐 언제고 이젠 진심 가득한 눈빛을 비췄다.

‘김과장’은 회사를 주 무대로 하는 오피스물이다. 한정된 장소 안에서 한정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칫 무겁거나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었지만, 남궁민을 만난 극은 독자적 노선을 선택했다. 남궁민은 어색함 없이 캐릭터의 풍성한 감정을 표현해낸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극이 특별해지고 있는 것.

시청자들을 웃겼다가 울리는 남궁민의 활약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공개된 8회 예고편에서는 대기실에 홀로 남은 김성룡이 더욱 편안한 생활을 위해 안마의자부터 족욕기까지 들이는 모습이 담겼다. 미친 듯이 웃길 테지만, 또 언제 가슴을 먹먹케 할지 모른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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