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예능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이 범죄자 출연 논란으로 정작 절실한 기회가 필요한 청년들의 이야기와 백종원의 진정성이 가려지고 있다. 성실하게 살아온 도전자들의 사연은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범죄 이력이 있는 출연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불필요한 논란 없이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가 더욱 돋보였을 거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베일을 벗은 ENA 예능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은 100일간 진행되는 인생 역전 프로젝트로, 20명의 도전자가 혹독한 스파르타식 미션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삶의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이후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한 백종원의 차기작으로 주목받았다. ENA 역시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방송 전부터 소년범 출연 논란과 성차별 이슈가 불거지며 부정적인 관심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ENA 측은 성차별 의혹에 관해 "합숙 및 트레이닝 과정의 특성상 성별을 구분해 신청받았다"며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여성 편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소년범 출연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기준에 미달하는 인물들은 배제했다"고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첫 방송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소년 절도범 김동준은 편집 없이 등장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상습 절도 행위로 9호 처분받은 그는 "나 같은 사람도 사회에서 열심히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출연 동기를 밝혔다. 그는 "잠기지 않은 차량에서 물건을 훔쳐 휴대전화를 팔고 카드를 사용했다"며 "크게 잘못했고 지금은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우한 가정환경이 범죄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동준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작은아버지 집에서 살았다"며 "3개월 후 학대당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목 아래로 온몸에 멍이 들었고, 화장실을 가면 갈색 피가 나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3일 동안 굶을 때도 있었고, 학교에서는 따돌림당했다"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회상했다. 그러나 방송 하단에 쓰인 "도전자의 입장에서만 확인된 이야기입니다"라는 자막은 제작진의 책임 회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동준 외에도 다양한 도전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공개했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 실패를 경험한 아이돌, 프로야구 방출 선수 등 각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감동과 응원을 자아냈다. 이들의 이야기는 범죄 이력을 지닌 김동준과는 결이 달랐다. 피해자 없이 자신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온 만큼 프로그램의 취지에 부합하다는 평가다. 이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기에, 굳이 범죄자를 출연시킬 필요가 있었는지에 의문이 남는다.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이 성공할 경우, 유사한 '범죄자 미화' 프로그램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범죄자를 미화한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기획 의도대로라면,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 출발을 원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취지의 프로그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 명의 출연자 섭외로 인해 프로그램 전체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상황은 안타깝다.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이라는 제목 때문에 백종원을 보고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시청자가 많았지만, 범죄자 출연 논란이 확산하면서 백종원에 대한 여론도 좋지만은 않다. 시대적 감각을 놓친 제작진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이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이후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한 백종원의 차기작으로 주목받았다. ENA 역시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방송 전부터 소년범 출연 논란과 성차별 이슈가 불거지며 부정적인 관심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ENA 측은 성차별 의혹에 관해 "합숙 및 트레이닝 과정의 특성상 성별을 구분해 신청받았다"며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여성 편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소년범 출연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기준에 미달하는 인물들은 배제했다"고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첫 방송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소년 절도범 김동준은 편집 없이 등장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상습 절도 행위로 9호 처분받은 그는 "나 같은 사람도 사회에서 열심히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출연 동기를 밝혔다. 그는 "잠기지 않은 차량에서 물건을 훔쳐 휴대전화를 팔고 카드를 사용했다"며 "크게 잘못했고 지금은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우한 가정환경이 범죄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동준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작은아버지 집에서 살았다"며 "3개월 후 학대당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목 아래로 온몸에 멍이 들었고, 화장실을 가면 갈색 피가 나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3일 동안 굶을 때도 있었고, 학교에서는 따돌림당했다"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회상했다. 그러나 방송 하단에 쓰인 "도전자의 입장에서만 확인된 이야기입니다"라는 자막은 제작진의 책임 회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동준 외에도 다양한 도전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공개했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 실패를 경험한 아이돌, 프로야구 방출 선수 등 각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감동과 응원을 자아냈다. 이들의 이야기는 범죄 이력을 지닌 김동준과는 결이 달랐다. 피해자 없이 자신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온 만큼 프로그램의 취지에 부합하다는 평가다. 이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기에, 굳이 범죄자를 출연시킬 필요가 있었는지에 의문이 남는다.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이 성공할 경우, 유사한 '범죄자 미화' 프로그램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범죄자를 미화한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기획 의도대로라면,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 출발을 원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취지의 프로그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 명의 출연자 섭외로 인해 프로그램 전체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상황은 안타깝다.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이라는 제목 때문에 백종원을 보고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시청자가 많았지만, 범죄자 출연 논란이 확산하면서 백종원에 대한 여론도 좋지만은 않다. 시대적 감각을 놓친 제작진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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