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너의 이름은’, ‘모아나’ 포스터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디즈니 제공
‘너의 이름은’, ‘모아나’ 포스터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디즈니 제공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한국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미국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일 개봉한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은 개봉 5일째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수는 189만 8851명으로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2일 개봉한 ‘모아나’(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는 개봉 첫날 일일박스오피스 2위로 안착했다. 누적 관객수 17만 4270명으로 집계됐다. 실시간 예매율 역시 두 작품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흥행 질주를 예고했다. 과연 두 작품은 쟁쟁한 신작들 사이에서 어떻게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 ‘너의 이름은.’·‘모아나’, 흥행 매직 중

2016년 8월 26일 일본에서 개봉한 ‘너의 이름은.’은 1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해 1768만명의 관객을 동원, 2016년 일본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229억엔(약 2344억원, 이하 1월 9일 기준)의 흥행수익을 달성함으로서 일본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2위, 일본 역대 영화 흥행 4위를 차지했다. 일본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는 300억엔(약 3070억원)이 넘는 수익을 보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이 외에도 ‘너의 이름은.’은 아시아 6개국(한국, 일본, 중국, 홍콩, 태국,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LA 비평가 협회상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7%를 자랑한다.

‘모아나’의 기록 역시 대단하다. 2016년 11월 23일 미국에서 개봉한 ‘모아나’ 는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북미 흥행 수익 2억불(약 2348억원)을 돌파하며 ‘겨울왕국’, ‘주토피아’에 이어 역대 디즈니 흥행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흥행 누적 수익 역시 4억불(약 4969억원)을 넘기며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디즈니의 힘을 보여줬다. ‘모아나’의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95%에 달한다.

‘모아나’ 스틸컷 /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모아나’ 스틸컷 /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꿈·사랑·우정 등 보편적 가치로 승부수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은 두 작품만의 특징은 보편적 스토리로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너의 이름은.’은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기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초반 풋풋한 청춘물을 연상케 하는 작품은 후반부 대재앙을 극복하고자 하는 타키와 미츠하의 고군부투를 그린다. 영화 속 대재앙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모티브다. 신카이 마코토는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바람과 기도를 영화에 담았다. ‘무스비’(結び, 이어짐, 매듭)라는 단어를 강조해 인간은 누구나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모아나’는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가 부족의 저주받은 섬을 구하기 위해 신이 선택한 전설 속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떠나는 모험 이야기다. 태평양 모투누이 섬 추장의 딸 모아나는 족장의 운명으로 태어나 한 마을에 머무를 운명을 지녔지만, 늘 산호초 너머의 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모아나는 바다에서 겪게 되는 여러 모험을 통해 한층 강해지고 성장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뚝심 있게 해내는 그의 모습은 능동적이고 진취적이다. 좌절 앞에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여성 캐릭터의 성장 역시 엿볼 수 있다.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OST·빼어난 영상미의 힘

어깨가 들썩이는 OST와 빼어난 영상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너의 이름은.’의 음악을 맡은 밴드 래드윔프스는 구상부터 제작까지 1년여의 작업 끝에 탄생시킨 ‘전전전세’, ‘스파클’, ‘꿈의 등불’, ‘아무것도 아니야’ 등은 극의 전환전이 되는 지점에 적재적소에 배치되며 감수성을 자극한다. ‘너의 이름은’ OST는 일본에서 발매와 동시에 오리콘 차트 1위, 22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국에서도 OST가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등에서 음반 종합 부문 주간 베스트 1위를 기록하는 등 극장 밖에서도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빛의 작가’, ‘빛의 마술사’라는 별칭을 지닌 신카이 마코토답게 아름다운 영상미는 황홀경을 선사한다. 사진을 찍어놓은 듯한 배경 묘사와 다채로운 빛의 활용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석양에 반짝이는 잎사귀, 물방울 그리고 혜성이 떨어지는 장면 등은 극의 백미로 손꼽힌다. 일본에서는 관객들이 영화의 배경 장소를 찾아다니는 성지 순례가 유행을 하기도 했다.

‘모아나’의 메인 테마곡 ‘하우 파 아윌 고’(How Far I’ll Go)는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염원을 담은 곡으로 영화의 주제 의식과 맞닿는다. 모아나의 목소리를 연기한 하와이 출신의 아우리 크라발호는 맑고 청아한 음색이 긍정적이고 당찬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이 외에도 ‘유어 웰컴’(You‘re welcome), ‘위 노우 더 웨이’(We Know the Way) 등은 ‘모아나’의 스토리와 완벽한 조화로 흥을 돋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OST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만의 강점이다. 여기에 디즈니 제작진은 오세아니아의 아름다운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경이로운 자연을 탄생시켰다. 섬과 지평선, 산, 캐릭터들까지 조각 같은 특징을 구현하기 위해 CG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태평양 제도를 다채로운 색감으로 작업해 생생한 느낌을 안긴다. 모아나를 비롯해 모투누이 원주민의 건강한 삶 역시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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